말 그대로 세계는 점점 하나가 되어 가고 있다. 디지털 모바일 도구로 인해 세계인은 실시간 동기화(real time synchronization)의 조건 속에서 살아간다. 사람끼리만 연결된 것이 아니라 사람과 물건, 물건과 물건, 그리고 네트워크와 네트워크, 그 네트워크가 무한 접속되어 있는 촘촘한 연결은 바야흐로 ‘초연결성(hyper-connectivity)’이 확보된 공동체로 전 지구를 이끌고 있다. 이러한 초연결의 시대에는 글로벌한 문화적 실행이 전 지구인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세계의 예술이 점점 하나가 되어 가고 있다. 그것이 우리가 사는 동시대 예술의 기본 조건이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의 음악이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 지구인은 그 어느 때보다도 ‘동질화’된 음악을 즐기며 살아간다.

생산 도구의 표준화에서 소리의 동질화로
그렇다면 이러한 동질성의 바탕에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해진다. 창작자의 관점에서 볼 때 전 지구적 음악의 동질성을 이끄는 기본 조건은 다름 아닌 DAW, 즉 디지털 오디오 워크스테이션(Digital Audio Workstation)을 전 지구의 음악 창작자들이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1981년에 도입된 MIDI(Musical Instrument Digital Interface, 신시사이저, 리듬 머신, 시퀀서, 컴퓨터 등의 연주 정보를 상호 전달하기 위해 정해진 데이터 전송 규격-편집자 주) 시스템으로 시작된 디지털 음악 생산 툴의 표준화는 전 세계 음악가들이 표준화되고 일반화된 시스템 속에서 작업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로직, 프로툴즈, 에이블튼 라이브, FL스튜디오, 리퍼 등 DAW의 종류는 많지만, 그 작동방식과 기본 룰은 비슷하다. 이러한 상황은 한 마디로 전 세계의 음악가가 같은 악기를 사용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낳는다.
다시 말해 컴퓨터로 만드는 음악은 손 악기를 써서 연주하고 녹음하던 시대의 음악보다 훨씬 공유되는 점이 많다. 서아프리카의 뮤지션이든 아이슬란드의 뮤지션이든 모두 비슷한 프로그램으로 음악을 만든다. 그래서 전 세계의 드럼 소리가 비슷하다. 이것은 음악적으로 볼 때 엄청난 일이다. 동네마다 다르게 생긴 북을 치던 것이 옛날 방식이라면, 이제는 세계인이 같은 북을 친다. 예를 들어 1970년대에는 드럼 녹음 기술 수준의 차이나 스튜디오 환경에 따라 세계 각지에서 녹음된 드럼 소리가 달랐다. 그러나 지금은 기본적으로 같은 방식으로 발진 되거나 샘플 된 음원을 활용한 드럼 머신으로 드럼 소리를 ‘시퀀싱(Sequencing)’ 한다. 따라서 전 세계의 드럼 소리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물론 뮤지션에 따라, 그리고 기기의 이해 정도나 후반 작업(믹싱, 마스터링) 수준 차이에 따라 같은 드럼 머신을 쓰더라도 매번 미묘한 차이들이 발생한다. 그렇다고 그것이 1970년대 영국 밴드 ‘레드 제플린’의 드럼 소리와 우리 밴드 ‘산울림’의 드럼 소리만큼 차별되는 것은 아니다. 부정적으로 이야기하자면 DAW에 의한 음악 생산의 과정을 거쳐 모두 ‘거기서 거기인’ 수준의 소리들이 세상에 나온다.

미래 음악의 성공 요소, 지역성
그러나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지역성(locality)의 차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역적인 차이나 개성이 전 세계인에게 즉각적으로 전달된다. 따라서 역설적으로 지역성, 또는 지역적 개성은 글로벌한 음악적 성공의 중요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이 상황은 같은 언어를 쓰는데 목소리는 다른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대화하는 것과 비슷하다. 지역성은 특유의 ‘목소리’로서 작동된다. 사실 케이팝(K-POP)의 글로벌한 성공 역시 이러한 조건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한국의 댄스 음악이나 미국의 댄스 음악이 비슷한 샘플러나 음악 프로그램을 통해 생산된다. 따라서 미국 청중들이나 한국 청중들 모두 같은 성질의 드럼 소리를 공유한다. 이처럼 비트는 공유되지만 한국 음악 특유의 개성으로 인해 색다른 목소리가 그 비트 위에 얹어진다. 동질성과 차이가 동시에 존재하면서 그것들이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급속도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음악 생산 방식의 공유로 인해 전 세계의 비트가 공유된다. 동질적인 음악의 바탕에는 동질적인 사운드의 공유라는 아주 중요한 기본 조건이 있다. 그리고 이 조건 속에서 지역성은 ‘목소리’의 차이, 음색의 차이를 만드는 요소로 작동한다. 미래에는 이러한 특성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따라서 미래 음악의 성공은 사운드의 표준화와 목소리의 차이라는 이율배반적인 조건을 어떻게 융합시키느냐에 달렸다고 본다.
가장 원초적인 비트와 결합한 첨단의 방식
밴드 ‘앗싸 – AASSA(Afro Asian Ssound Act)’ 역시 이러한 조건 속에서 음악을 만든다. 앗싸는 인디 록 뮤지션인 나와 서아프리카에서 온 아미두 디아바테, 그리고 국악교육을 받은 보컬리스트 한여름이 모여 만든 밴드다. 전혀 다른 개성과 배경을 지닌 세 뮤지션의 음악적 경험들을 실시간 동기화시키는 것이 우리 밴드의 작업이다. 우리 밴드는 아프리카 악기, 국악기, 록 음악에 쓰이는 악기와 더불어 스웨덴 회사 ‘일렉트론’에서 2017년에 출시된 최신 샘플러 ‘디지탁트(Digitakt)’를 긴요하게 쓰고 있다. 말하자면 개성과 공유의 두 영역을 넘나드는 것이 우리 밴드의 지향점이다. 때로는 아미두가 연주한 타악기를 디지탁트로 샘플링하여 디지털 방식으로 루핑(반복)시킨다. 이것은 힙합 디제이들이 올드 스쿨 음원을 동시대적으로 재활용하는 데서부터 유래되어 전 세계의 뮤지션들이 공유하고 있는 리듬 생산 방식이다. 또한, 우리는 녹음과정에서 ‘에이블튼 라이브’라는 매우 보편화된 DAW를 사용했다. 이 프로그램 내부에 패키지로 들어 있는 음원들도 다수 사용했다. 우리의 음원과 비슷한 색깔의 사운드를 활용하는 뮤지션이나 밴드가 세계 어느 곳에든 있을 수 있는 이유가 그것이다. 표절이나 모방 같은 구시대적 베껴먹기와 미래의 공유는 비슷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이 지점을 잘 이해해야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다.
‘비트의 공유’라는 관점에서 주목해야 하는 음악은 역시 아프리카 음악이다.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리듬이 전 세계의 음악을 주도하고 있다. 아프리카 음악의 중요한 특성 가운데 하나는 멜로디 체계조차 리듬 패턴의 일부로 다룬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양한 겹의 리듬 패턴들이 레이어를 이루고 그 연쇄들이 동기화되면서 이른바 ‘폴리리듬’ 구조로 음악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음악 구조는 디지털 시대의 음악 생산 방식과 찰떡궁합이다. 그래서 가장 첨단의 방식이 가장 원초적인 비트와 결합된다. 또한 이러한 비트들은 모듈화 되어 하나의 단위를 이루고 그 단위들이 융합되고 진화하면서 전체 음악적 생태계를 만들어 나간다. 이것이 아프리카의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은 초연결된 디지털 시스템에서 음악적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매우 유사하다. 미래는 거꾸로 태초의 방식 속에 잉태되어 있다.

공유경제와 음악 유통의 미래
음악 유통 역시 ‘초연결성’이라는 조건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디지털 음원을 내려 받는 MP3의 시대도 곧 마감될 것이다. 내려 받지 않고 ‘실시간 공유’하는 방식, 다시 말해 스트리밍 방식이 음악 유통의 미래라는 것은 자명하다. 실시간 스트리밍이 더욱 빠른 속도로 가능해지면 음원이 생산 즉시 네트워크상에서 존재하게 된다. 따라서 생산과 유통 사이의 갭(gap)은 극도로 줄어들 것이다. 이때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블록체인(Block Chain)이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시스템은 음원 자체와 직접 연결되어 음원과 관련된 모든 흔적을 블록체인 안에 기록하고 그것은 곧 뮤지션의 삶과 직결된다. 대중은 거의 무상으로 네트워크상에 존재하는 음원을 공유하고 뮤지션은 그 공유의 흔적들이 일정한 조건에 부합되면 뮤지션의 지위를 얻는 쿠폰을 발행받게 되고, 그 쿠폰으로 공유된 플랫폼의 다양한 요소를 사회적으로 활용하며 살아가게 된다.
이른바 ‘공유경제’ 시스템을 음악의 생산과 소비 과정에 도입하자는 뜻이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음원의 ‘노출’이 음원의 ‘인기’와 필연적으로 연결되는 지금의 상업적 음악 시장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노출의 기회를 평등화하는 시스템은 네트워크 자체에서 만들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큰 자본을 들여 대량생산되고 대량 홍보되며 그 물량으로 대중의 기호를 장악하는 지금의 문화 착취 시스템이 힘을 잃게 될 것이다.

성기완
성기완
시인이자 뮤지션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프로-아시안 퓨전 밴드 ‘앗싸 Aassa’의 리더이며, 계원예술대학교 융합예술과 교수로 강단에 서고 있다.
kumbawan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