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웅현 감독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광고계 신예들의 대표적인 롤 모델로 꼽힌다. 그는 후배들이 어떻게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많이 울고, 많이 웃어라. 남들이 웃지 않는 것에 웃어라. 남들이 울지 않는 것에 울어라. 남들이 흘려 지나가는 것에 걸음을 멈춰라.’
사소한 물음에 걸음을 멈춰 다시 생각하고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이며 관찰하는 사람. ‘2017 복지기관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이하 복지기관 지원사업)’에 활동하는 예술강사가 이런 사람이지 않을까? 이번 오픈수업에 참여한 장애인 분야의 예술강사는 자신의 감각을 세포까지 열어 참여자들을 관찰했다고 말한다. 더불어 참여자가 자주 쓰는 단어와 감각, 일상의 관심사에 대해 함께 궁금해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지난 여름, 참여자의 작은 변화에도 걸음을 멈췄던 예술강사들을 만날 수 있었다.

‘더 좋은 수업’을 위한 첫 발
복지기관을 이용하거나 시설에서 생활하는 아동, 노인, 장애인 참여자는 시설 유형, 지역적 특성, 연령, 개인의 성향, 살아온 삶의 경험에 따라 차이가 있다. 때문에 예술강사는 참여자의 다양성에 적응하며 맞춤형 수업을 기획해야 한다. 정해진 공식이 없는 문화예술교육의 현장에서 예술강사들은 새로운 시도와 실패를 수없이 경험해야 했지만, 전국에 퍼져있는 강사 간 만남의 기회는 많지 않았다. 이에, 예술강사들이 늘 가지고 있었던 다양한 교육 현장에 대한 궁금증과 참여자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고 이를 공감하기 위한 공유의 자리로 ‘2017 복지기관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오픈수업&네트워킹’ 시간이 마련되었다.
오픈수업&네트워킹은 지난 2014년부터 ‘더 좋은 수업을 위한 생각 나눔 워크숍’이라는 부제 하에 진행되고 있다. 이 모임을 통해 예술강사들은 고민과 경험을 공유하며 보이지 않았던 벽을 헐기도 하고, 마주 앉아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 위로의 시간이 되었다고 말한다.
오픈수업 모임은 ‘중심 예술강사’와 ‘참여 예술강사’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다. 구체적인 주제를 가지고 모이길 원하는 중심강사는 일시, 장소, 참여 희망 대상뿐 아니라 모임의 성격, 주제 등 모임을 전반적으로 기획하며 참여 예술강사는 다른 예술강사의 경험을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닌 모두가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보태는, 모임 진행의 또 다른 중심이 된다.
올해 오픈수업은 총 6개의 모임으로 지역, 대상, 분야별 모임과 2차 모임의 형태로 진행되었다. 경상 지역 예술강사 간 네트워킹, 장애인 음악분야 교육대상에 대한 고민, 복지기관 지원사업 예술강사의 정체성에 대해 논의한 아동분야 모임, 중심강사의 자택에서 진행된 노인분야 모임 등 다양한 형태의 모임이 시도되었다. 2차 모임으로는 장애인 대상에 대한 연구 모임, 예술강사의 작업실 탐방 모임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오늘의 모임이 다음 모임의 징검다리가 될 수 있도록 만남의 순간들을 기록했다.

새로운 예술현장의 탄생

  • – 장애인 분야 예술강사 모임 ‘예술씨앗 비빔밥’
  • – 복지기관 예술강사 모임 ‘차아물래? 뜨아물래?’
  • – 아동 분야 예술강사 모임 ‘톡 마이 웨이’
  • – 장애인 음악 분야 예술강사 모임 ‘예술 꽃 활짝’
  • – 노인 분야 예술강사 모임 ‘도란도란 살롱, 다시 꽃 피우다.’
  • – 복지기관 예술강사 모임 ‘내 동료의 연구실은 어디인가’
사람은 자신이 겪은 일을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면, 엉켜있던 생각이 정리되기도 하고 그 안에서 의외의 해결책을 찾기도 한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고 자기 자신과 비로소 마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교육활동의 중심이 되는 예술강사는 자기 돌봄이 필요하다. 자신을 돌아보며 자신 안에 막힌 응어리를 풀어내고 결핍을 채울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오픈수업이 이러한 시간들을 조금이나마 채워주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작년에 진행된 오픈수업 진행 상황을 SNS로 접하면서 다른 예술강사도 나와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올해는 오픈수업에 대한 수요조사 문자를 받고 나서 개인적인 고민을 마구 쏟아 냈다. 비록 잠깐의 수다였지만 답답했던 고민을 표출했다는 이유만으로 이상한 시원함을 느꼈다”
“이 사업을 하면서 좋았던 점은 내가 예술가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나를 통해 아이들이 ‘예술’과 함께 하게 되었다. 때문에 나는 계속 예술가여야 한다.”

– 아동 분야 예술강사 모임 ‘톡 마이 웨이’ 참여 예술강사

“참석자들이 어떤 장애를 가졌는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아무도 시도해보지 않은 새로운 도전이 된다. 이러한 나로 인해 새로운 현장이 ‘탄생’하는 것 같다.”

– 장애인 음악 분야 예술강사 모임 ‘예술 꽃 활짝’ 참여 예술강사

교육활동을 진행하는 예술강사는 수많은 참석자의 크고 작은 변화를 느낀다. 동시에 예술강사 스스로 ‘예술가’ 또는 ‘예술 그 자체’로서의 자기 발견을 엿볼 수 있다. 예술가로서의 용기 있는 첫걸음이 있었기에 새로운 예술현장이 탄생하고 많은 참여자가 예술과 예술가를 만나고 있다.

한 뼘 더 성장한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오픈수업에 참여한 예술강사들은 무엇을 얻었을까? 처음에는 수업의 노하우, 아이디어, 사례 등에 귀를 기울였지만 서로 이야기를 나눌수록 더 중요한 ‘배움’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 ‘배움’은 오픈수업 모임에 참여한 예술강사들이 동일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수업을 통해 누군가에게 힘이 된다는 건 예술강사들이 계속해서 예술교육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그 힘이 더 단단해지기 위해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각자의 활동 가치를 인정한다면 고된 현장에 뛰어들더라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오픈수업에 참가한 예술강사들은 참여자 한 명, 한 명에게 관심을 가지면서 다가갈 수 있는 힘도 얻었을 것이다. 현장에서 다시 만난 참여자들과의 만남이 익숙하지만 새로워진 만남이길 기대한다. 향후 오픈수업은 보다 더 다양한 형태와 새롭게 참여하는 방식을 가지고 찾아갈 것이다. 더 좋은 수업을 만드는 예술강사가 되길 원하는 복지기관 지원사업 예술강사에게 ‘오픈수업&네트워킹’을 적극 추천한다.
‘우리’는 왜 만나야 하는가? 비행기에서 낙하산 하나를 매고 떨어지는 상황에서 결코 나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위해. ‘더 좋은 수업’을 위해 계속해서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기 위해. 우리의 고민과 노력이 누군가에게 예술을 만나는 시작이 되고 그 누군가가 발전할 수 있는 작업임을 함께 확인하기 위해서 우리는 만날 것이다.

김은진_교육운영2팀
김은진_교육운영2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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