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안에서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끈기만 있다면 가능합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리는 예술 작업들을 통해 새로운 시선과 집요함이 만들어낸 놀라운 힘을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지금 일본 도쿄에 위치한 미술관 ‘21_21 디자인 사이트’에서는 흥미로운 전시회를 열고 있습니다. 올해 6월 23일부터 10월 1일까지 열리는 ‘끝까지 한 번 해보자, 장대한 프로젝트전’(そこまでやるか 壮大なプロジェクト展)’(이하 ‘장대한 프로젝트전’)입니다. 막대한 규모나 제작 시간 때문에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예술적 아이디어를 결국 완성해내고만 사례들을 모아놓은 전시인데요. ‘장대한 프로젝트전’에서 보여주고 있는 예술 작품들을 한 번 살펴볼까요?
박스 테이프의 예술적 변신
가장 먼저 소개해 드릴 작품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박스 테이프’로 만든 작품입니다.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 그룹 ‘뉴멘/포 유즈(Numen/For Use)’의 작품 ‘테이프 도쿄 02’입니다. 지난 2010년 10월 14일부터 2011년 1월 15일까지 프랑스 파리의 미술관 ‘Palais de Tokyo’에서 전시했던 ‘테이프 파리’의 일본 버전입니다. 이 작품은 무려 박스 테이프 3만~5만 미터를 이용하여 만든 구조물입니다. 집요한 작업을 통해 보통 우리가 상상하는 테이프의 용도를 훌쩍 뛰어 넘어, 사람이 올라탈 수 있고, 새로운 공간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예술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의욕과 집요함만 있다면 누구나 시도해 볼 수 있는 상상력이 아닐까 합니다.
‘뉴멘/포 유즈’는 테이프뿐만 아니라 실, 끈, 그물 등과 같은 소재를 이용해 특정한 장소를 기반으로 한(site-specific) 설치 작업을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한 팀입니다. 올해 우리나라에서도 상반기에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국내 첫 개인전 ‘보이드(VOID)’를 열었고, 9월 1일까지 K현대미술관에서 ‘테이프 서울’ 전시가 열린다고 합니다.
커뮤니티와 소통하는 장대한 예술 작품
관련 URL
http://ark-nova.co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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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크기가 남다른 예술 작품들을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역시 ‘장대한 프로젝트전’에서 전시 중인 작품들인데요. 첫 번째 예술 작품은 일본 후쿠시마에 위치하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튜브형 건축물 ‘아크 노바(Ark Nova)’입니다. 이 거대한 풍선 모양 건축물은 영국 조각가인 애니쉬 카푸어(Anish Kapoor)와 일본 건축가 아라타 이소자키(Arata Isozaki)가 팀을 이뤄 만든 콘서트 홀입니다.
이 콘서트 홀은 지진이 잦은 일본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지진이 일어나도 큰 위험 없이 페스티벌을 진행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안전을 위하여 강화 비닐 외에 일체의 구조물을 사용하지 않고 설계되었다고 합니다.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위험하지 않은 비닐 소재를 이용한 가설 콘서트장을 만들어낸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건축물입니다.
이곳은 콘서트와 이벤트를 위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쓰나미와 지진으로 파괴된 일본 최대의 섬인 혼슈에 희망을 주기 위해 설치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500여명의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건축물이지만 바람을 빼면 손쉽게 이동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아크 노바(Ark Nova)’에 들어가는 의자들 또한 쓰나미로 쓰러진 나무들을 재활용하여 만들었다고 하니, 남다른 크기만큼이나 지역과 사람을 생각하는 착한 예술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장대한 프로젝트전’에서 전시되고 있는 또 하나의 건축물은 크기가 자그마치 3.2km입니다. 하나의 도시를 관통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하니, 그 규모가 실로 어마어마합니다. 이 작품은 이스라엘 텔아비브 출생인 대니 카라반(Dani Karavan)의 건축물 ‘액스 마쥬(Axe Majeur)’입니다. 장소 특정적(site-specific) 조형물을 구축하는 그의 예술은 지역의 역사와 모든 인류의 이상을 조각과 건축물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지역 사회가 예술가를 지원하고 함께 소통할 때 실현 가능한 것일 텐데요. 뒷이야기를 들어보니, 길게는 10년 가까이 예술가와 커뮤니티가 서로 의견을 나누고 계획을 수정하면서 이뤄진 일생의 작업이라고 합니다. 조각의 영역을 뛰어넘어, 지역 커뮤니티를 관통하는 상상력과 집요함의 힘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뜨개질의 한계를 뛰어넘은 집요한 창의력
이번에는 ‘장대한 프로젝트전’에서 소개되지는 않았지만 스케일이 남다른 뜨개질을 소개합니다. 토시코 호리우치 맥아담(Toshiko Horiuchi MacAdam)의 작품인데, 뜨개질로 아예 놀이공원을 떠버렸습니다. 아이들이 실제로 들어가 놀 수 있는 공간입니다.
맥아담은 어느 날, 자신의 작품 안에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고 작업을 통해 사람들이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 맥아담은 그 이후로 이렇게 알록달록한 뜨개질 놀이터를 직접 손으로 뜨고 있습니다.
고운 빛깔의 털실로 만들어진 놀이 공간은 보기에도 따뜻한 느낌을 줄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안전한 놀이 공간입니다. 뜨개질을 예술로 바꾸어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놀이공간을 창조하는 맥아담의 이 작업은 뜨개질의 한계에 도전하는 집요한 창의력의 마법이라고 해도 좋을 듯합니다.
관련 URL
http://www.archdaily.com/297941/meet-the-artist-behind-those-amazing-hand-knitted-playgrou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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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송이의 꽃이 선사하는 경이로움
관련 URL
http://mymodernmet.com/rebecca-louise-law-bikini-berlin-garten-flower-installation/
http://www.rebeccalouiselaw.com/artworks
http://mymodernmet.com/rebecca-louise-law-bikini-berlin-garten-flower-installation/
http://www.rebeccalouiselaw.com/artworks
마지막으로 1만 송이가 넘는 꽃으로 환상적인 공간을 창조해 내는 예술가를 살펴보려 합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레베카 루이스 로(Rebecca Louise Law)입니다. 뉴욕 타임스퀘어의 비아컴(Viacom) 빌딩 입구에 설치한 작품은 무려 장미, 수국, 델피늄 등 14종의 꽃 1만 6천 송이를 200명의 자원자들과 함께 구리줄에 꿴 작업이라고 합니다.
레베카는 작품을 통해 “인간과 자연이 서로 얽혀있는 관계에 대해 탐구하고자 한다”고 밝혔는데요. 천장에 설치된 몇 천 송이의 꽃 아래로 지나가는 것은 정말 특별한 경험일 것입니다. 설치된 꽃들은 약 한달 간의 전시기간을 지나 드라이플라워가 되면 3주 정도 더 전시한 뒤에 액자나 유리 케이스에 넣는다고 합니다. 꽃에 대한 애정과 집요함이 경이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집요함이 만들어낸 예술 작품들을 살펴보았습니다. 테이프나 뜨개질 같은 소재의 한계를 뛰어 넘은 작품뿐만 아니라, 커뮤니티와의 소통을 생각한 장대한 건축물까지 만나보았는데요. 일상적인 것을 특별하게 바꾸는 예술 작품은 새로운 관점과 더불어 예술가의 집요한 노력이 덧대어져야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커뮤니티와의 적극적인 소통과 이해도 뒤따라 주어야 하겠습니다. 독특한 시선과 집요한 노력으로 한계를 넘어 세상을 바꾸는 예술 작품, 앞으로도 기대해 봅니다.
- 채널원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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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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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만 존재하고 실행에 옮겨지지 않는 일이 대부분인데 그것을 끝까지 이뤄낸 분들의 열정과 끈기가 감동적이네요.
특히 뜨개질 놀이공간이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어쩐지 그 아름다움과 따스한 마음이 이곳까지 전해지는 듯 하네요.
쉽게 포기하는 일상의 소소한 노력들이 반성되는 순간입니다.
포기하지 않는 열정과 끈기가 문화예술로 발전할 수 있다는 큰 교훈을 주는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