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가치가 살아있는 문화예술교육

문화예술교육 콜로퀴엄 ‘예술의 가치와 문화예술교육’

지난 2월 24일,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최한 문화예술교육 콜로퀴엄 ‘예술의 가치와 문화예술교육’이 개최되었다. 앞서 4차에 걸쳐 비공개로 진행된 콜로퀴엄이 ‘문화예술교육의 질적 제고를 위한 새로운 방향 모색’이라는 주제로 각 예술 장르가 지닌 특성, 교육적 가치를 논하였다면, 5차 공개 콜로퀴엄은 예술의 가치를 중심으로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최재오 교수(중앙대학교 공연영상창작학부)가 사회를 맡고 약 100여 명의 참석자가 모인 가운데, 1부는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의 예술가, 2부는 예술이 숨 쉬는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위한 토론으로 진행되었다.
문화예술교육 콜로퀴엄 현장(왼쪽)과 사회를 맡은 최재오 교수
예술교육의 목표, 안전한 실패의 계기
1부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의 예술가’의 첫 발제자로 나선 제환정 교수(국민대학교 공연예술학부)는 지난 3년간 국립현대무용단의 <무용학교>와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무용도전>을 기획, 진행하면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모두를 위한 예술교육(부제_‘안전한 실패’를 위한 우아한 리허설을 위하여)’에 대해 발표했다. ‘인간은 모두 무용수이다.’라는 모토를 가진 <무용학교>와 <무용도전>은 참여자가 느끼는 모든 것이 예술의 가치이자 고유성이라는 데서 출발했다며, 기술적으로 잘 추는 춤이 아니라 예술 행위에서 느낄 수 있는 자유와 포용을 체감할 수 있도록 과정 중심의 교육프로그램으로 설계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콘텐츠, 쇼케이스, 참여자 특징, 창의적 리더, 사정과 평가 등의 5가지 요소를 중심으로 다각적 측면에서 ‘모두를 위한 무용교육’을 살폈다. ‘춤’을 신체의 존엄과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문화적 소통방식이자 수단으로서 정의하고 춤이 가진 콘텐츠는 일상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해석하는 자유를 경험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완성하지 않아도, 칭찬받지 않아도, 체면 차리지 않아도, 비위를 맞추지 않아도 용인되는 자유의지의 탐험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쇼케이스는 참여자가 ‘댄서’로서 정체성을 갖는 첫출발무대이자 커뮤니티 댄스를 발표하는 자리로 기능하며, 배움부터 발표까지의 과정을 예술적 완결인 동시에 긍정적 순환으로 여긴다고 했다. ‘13번째 수업’이라고 지칭하듯, 공연 준비 위주의 수업이 되지 않기 위한 과정 기획의 방법과 실행 조언을 덧붙였다.
다음으로 연령별, 직업별, 성별에 따른 참여자들의 특징과 함께 창의적 리더로서의 예술교육가에 대해 언급했다. 무엇보다 참여자와의 피드백이 중요하기 때문에 공감 능력이 최우선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교사로서의 열린 태도와 전문성은 교육의 질을 좌우할 수 있음을 주지시켰다. 아울러 음악, 안무 등의 협업 예술가 역시 공동 작업자로 자기 역할을 명확히 알고 있을 때 교육목적을 완수할 수 있다고 보았다. 사정과 평가의 경우, 참여자는 리뷰, 교사는 자기 평가지를 작성하면서 스스로 변화를 발견하는 기회와 과정을 거친다며 평가도구 등에 대한 꾸준한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환기했다. 마지막으로 폭력에 가까운 완벽주의와 성공에 대한 강박 있는 사회에서 안전한 실패의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 도전의식과 동기를 주는 것이 예술교육의 목표라고 생각한다는 인상 깊은 말을 남기고 발제를 마쳤다.
제환정 교수(왼쪽), 남인우 연출
좋은 예술가가 반드시 좋은 예술교육가는 아니다
두 번째 순서로 남인우 연출(극단 북새통 예술감독)이 준비한 ‘경험하는 예술, 안내하는 예술교육가’의 발제가 이어졌다. 예술교육 제도 및 정책의 흐름, 시대적 상황을 짚으며 현대 사회 안에서 예술교육에 대한 패러다임이 변화해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단순한 기술 경험을 넘어 예술의 본질을 깨달을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예술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다음 사례를 소개했다.
‘아난딸로(Annantalo Arts Center)’는 핀란드 헬싱키의 대표적인 공공예술기관으로 유아부터 청소년까지 원하는 누구나 예술교육을 받을 수 있다. 지도 교사와 예술가가 직접 수업방식을 결정할 수 있으며 학교 커리큘럼과 통합해 수업에 활용 가능하도록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었다. 남인우 연출은 한때 OECD 가입국가 중 청소년 자살률 1위였던 핀란드가 예술교육을 중점으로 시행한 이유를 제환정 교수의 ‘안전한 실패’에 빗대어 생존을 위한 안전한 리허설이 바로 예술이며, 정답이 없는 예술을 통해 하고픈 이야기를 다양한 형태와 방식으로 다뤄도 괜찮다는 경험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회통합적 예술교육을 추구하는 벨기에 ‘ABC하우스(Art Basics for Children)’는 극장, 목공방, 주방 등 다수의 테마형 스튜디오를 갖춘 어린이 공방이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발상과 활동이 가능한 개방형 공간들이 이어져 설계되어 있다. 어린이들은 공방 활동을 통해 타인과 영감을 주고받는 법, 그 공간을 존중하는 법을 체득하며 개인의 삶과 사회구성원의 삶을 통합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남인우 연출은 청중들에게 ‘예술교육가는 교사인가, 안내자인가’를 되물으며 기술적 방법을 가르치는 예술적 기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예술을 다루는 태도에 차이가 있다고 결론지었다. 예술의 본질을 향해 안내하는 예술가로서 창조적 에너지를 회복하고 교육과의 균형을 맞춰 내재적 동기로 바꿔나갈 때 새로운 예술교육의 출발이 가능하다는 말로 발제를 마무리했다.
예술교육가의 정체성, 사회적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1부 마지막 순서는 ‘예술과 교육개혁, 그리고 문화예술교육자로서의 정체성과 자존감’을 주제로 김인설 교수(전남대학교 문화전문대학원 교수)가 발표했다. 앞선 발제들이 ‘예술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였다면 김인설 교수는 ‘예술교육가에게 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하는가’를 주제로 다루었다. 우선 예술의 가치를 해석한 후, 사회에서 예술의 가치를 교육의 가치로 치환하려고 객관화시킬 때 나타나는 과정적 모순, 현대예술과 대중과의 괴리 등을 이론에 근거하여 설명했다. 이어서 문화민주주의의 탄생과 확산, 한국사회로의 도입과 해석에 따른 예술교육의 현 위치를 가늠하며 예술교육의 본질에 대해 탐구하듯 발표를 이어갔다. 현 공교육 제도에서 예술교육은 주변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문화자본의 축적이 불가능한 현재 상황을 짚어볼 때 과연 우리 사회가 예술교육의 지향점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 알아야 예술교육가의 역할과 위치도 분명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술강사와의 인터뷰 사례를 들어 문화예술교육의 주체로서 사회적 대우와 성취 가능한 지원 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며, 직업적 정체성을 확립하려면 헌신, 절망, 위기 등을 겪어야 한다는 제임스 마샤(James Marcia)의 <네 가지 범주의 정체감 지위 이론>(1966)에 대입하여 우리나라 예술교육가의 경우 현재 위기를 겪는 중이라고 해석했다. 따라서 건강한 직업 정체성과 자존감이 형성되는 환경에 있는지, 학술적‧정책적인 차원에서 역량과 지원에 대한 균형이 적절한지 등의 사회적 접근이 매우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그 시작기준이 될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의 다양한 가치를 예술, 학습, 청소년 성장, 공동체 화합, 기관의 목적 등 5가지로 요약‧제안하며 발제를 끝냈다.
김인설 교수(왼쪽), 서지혜 대표
예술교육 현장을 위한 다각적인 접근 필요
2부는 ‘예술이 숨 쉬는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위한 토론’으로 세 명의 지정 토론자의 발표 및 질의, 질의에 대한 발제자 응답, 청중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되었다. 첫 토론자 박은경 교수(백석대학교 문화예술학부)는 ‘모두를 위한 예술교육’의 발제에서 정답이 없는 예술교육의 중요성에 공감을 표하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꼬마작곡가>, <꿈의 오케스트라>, <예술교육이 바뀐다> 등의 음악교육 사례에 대입하여 교육 가치와 효과를 정리하였다. 특히 직접 참여한 <예술교육이 바뀐다>에서 참여 어린이들이 스스로 발상의 전환을 할 수 있도록 교사의 개입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하며 예술교육가의 역할을 환기했다.
다음 토론자로 나선 서지혜 대표(인컬쳐컨설팅)는 음악 분야의 새로운 예술교육 접근에 대해 ‘예술과 교육, 예술교육에 대한 이해의 틀 깨기’, ‘기업가정신에 기반한 예술교육가의 역량과 삶의 추구’라는 두 가지 논의주제를 제안했다. 우선 남인우 연출의 발제는 예술이 가진 본질적 속성에 내재된 가치를 환기했다고 평하며 ‘예술과 교육, 예술교육에 대한 이해의 틀 깨기’에 대해 <꿈의 오케스트라> 본부 운영 경험을 이야기했다. 예술교육가가 가진 견고한 예술교육에 대한 틀을 깨고자 교육 목표를 ‘아동의 건강한 성장’에 두었다며 아동들의 변화에 따라 오케스트라의 교육 방식까지 달라진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고 했다. 엘 시스테마(El Sistema) 역시, 빈민 대상의 음악교육이 아니라 모든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예술교육으로 접근하여 시작되었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기업가정신에 기반한 예술교육가의 역량과 삶의 추구’라는 논의주제를 롤 모델로서의 음악교육가와 기업가정신을 갖춘 음악교육가로 정리했다. 롤 모델로서의 음악교육가에 대하여 아브레우 펠로우(NEC 엘 시스테마 강사 양성 과정)에서 개발한 ‘CATS’를 들어 훌륭한 시민(Citizen), 훌륭한 예술가(Artist), 훌륭한 교육자(Teacher), 항상 연구하는 학자(Scholar)의 면모를 갖춰야 한다고 요약했다. 또한, 엘 시스테마는 구성원들 각자가 40여 년간 기업가정신을 발휘하여 체계를 만든 실증이라며 다양한 예술적‧사회적 가치들을 만들기 위해 예술교육가들의 능동적인 기업가정신의 발현이 필수이며 그 가치들이 사회적 자본으로 자산화 되는 과정 속에서 새로운 예술교육과 예술교육가의 정체성이 형성될 것이라고 보았다.
세 번째 토론은 ‘예술의 가치와 문화예술교육의 방향 전환’이라는 제목으로 박영정 실장(한국문화관광연구원 예술기반정책연구실)의 발표가 있었다. 예술교육을 재발견하는 관점에서 문화예술교육과 예술의 가치, 현대교육과 문화예술교육, 맥락 중심의 문화예술교육, 문화예술교육과 매개자 역할이라는 네 가지 주제로 나눠 살펴봤다. 문화예술교육과 예술의 가치에서, 예술 행위의 경우 본질적으로 교육적 성격을 지니며 심미적(내재적)‧경제적‧사회적 가치로 이뤄진 예술의 가치 역시, 예술교육활동을 통해 가치 창출과 확산에 기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정리했다. 특히 문화예술교육 내의 예술교육활동은 제도 안에 갇히는 경직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잘 만들어진 콘텐츠를 보급하는 것보다 참여자들과 함께 요구되는 맥락 속에 콘텐츠를 재구성하여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매개자 역할에 대해서는 앞서 발표한 서지혜 대표의 ‘기업가정신’에 대해 공감을 표하며 구체적인 대상과의 만남, 기술, 태도, 능력 등의 갖춘 사람만이 예술교육가, 기획자, 매개자라고 볼 수 있으며, 이를 고려한 매개자의 기능 강화를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말로 토론을 마무리했다.
2부 종합토론
다양한 주체 간 교류와 소통을 넘어
이어서 발제자 및 청중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안전한 실패’에 대한 청중 소감에 대해 제환정 교수는 20대가 쓰는 ‘가성비’라는 단어를 예시로 들면서 “참여자들이 선택의 기로에서 경험의 차이를 보일 때 안타깝다”며 예술교육이 주체적 선택을 위한 안전망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남인우 연출은 “현장에서 개개인의 삶을 대하는 예술교육가의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며 향후 예술교육가를 위한 정책적 방향에 대해 질문하기도 했다. 정책 관련 질문에 대해 박영정 실장은 “문화예술교육 정책이 제도라는 함정에 빠져있는 것은 아닌지 되새겨보자”고 제안했다. 기관과 개인의 입장과 요구만 있을 뿐 해결할 수 있는 제도가 없음을 지적하고 그동안 제도가 사람을 지원했지만, 이제는 능동적인 사람이 제도를 구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며 주체와 대상을 바꾸는 발상이 필요한 때라고 정리했다.
노인미술 분야에서 활동 중인 사회예술 강사의 고민과 질문에 대해 남인우 연출은 고민 속에 답이 있다고 격려하며 기술을 가르치는 행위가 아니라 경험하는 행위를 가르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부모 대상 문화예술교육의 필요성을 느낀다는 예술강사의 고민에 김인설 교수는 무척 공감하면서도 그들에게 강요가 될 수도 있다며 중간 역할을 하는 교사에게서 해답을 찾았던 본인의 경험을 들려주었다. 서지혜 대표는 부모들의 이해와 지지를 높이기 위해 프로그램 참여자 선정 전 부모 인터뷰, 공연 초청, 가정통신 등을 병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예술기획자를 꿈꾸는 학생이 현재 활동 중인 예술교육가의 생계에 대해 질문하기도 했다. 남인우 연출은 20년간 활동 중인 사다리연극놀이아카데미 천정명 대표강사에게 답변을 대신 부탁했다. 천정명 대표강사는 구성원들이 갹출한 돈으로 공간을 유지하고 있고 지원금 없이 사업하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라고 답했다. 꾸준히 이 일을 하기 위해선 내성이 강해져야 한다는 당부와 함께 ‘내가 왜 하고 있는가’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좋은 동료를 찾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은경 교수 역시 열정을 잃지 말라고 부탁했다.
사회자 최재오 교수는 정부, 기관, 교육현장, 예술교육가 간의 교류, 이해, 의사소통 등의 요소가 합쳐져 전체 맥락에서 각각 작동될 때 ‘예술의 가치와 문화예술교육’이 빛을 발할 수 있다고 정리하며 4시간을 훌쩍 넘긴 콜로퀴엄을 마무리했다. 이번 콜로퀴엄을 계기로 예술의 가치를 되새겨 더 나은 예술교육 현장의 환경을 모색하는 자리가 이어지길 바라본다.
이초영
이초영
문화기획자. 별일사무소 대표. 홍대 앞 시민작가들의 모임인 ‘희망시장’을 거쳐 성남문화재단, 서울디자인재단 등에서 다수의 커뮤니티 연구와 실행을 맡았다. 요즘은 함께 사는 내일을 고민하는 문화예술 분야의 기획사 대표답게 그간 현장에서 만나 온 사람들의 마음을 관찰하여 무엇인가 만들 준비를 하는 중이다. 예술인복지재단 웹진 [들음] 에디터, 안양문화예술재단 웹진 [터무늬ZINE] 편집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eve-2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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