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문화예술교육 탐방 프로젝트 <A-round>’(이하 <A-round>)는 국내 문화예술교육 매개인력의 해외탐방 지원을 통한 역량강화 사업으로 2015년부터 시행되었습니다. 2016년에는 8월부터 11월까지 총 7팀 16명이 미국, 유럽, 아시아 지역 각국의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탐방‧조사 했습니다. 문화예술교육 전문가로서의 고민과 탐구점 그리고 생생한 해외 문화예술교육 사례들을 [아르떼365] 독자들과 함께 세 차례에 걸쳐 나누고자 합니다.
2009년 이후 창의성교육을 위한 융·통합적 교육방법이 대두되면서 미술과 함께하는 통합예술교육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미술은 다른 장르와 통합하기 좋은 분야라는 말은 많이 하지만, 단지 장르를 섞기 위한 수단으로 쓰여 지는 경우들이 많다. 이에 각 장르별 균형성을 갖추고, 총체적 예술장르라 불리는 ‘마리오네뜨극(인형극)’을 주제로 이에 대한 이해와 통합예술교육에 대한 커리큘럼 연구를 위해 프랑스국립인형극학교(École Nationale Supérieure des Arts de la Marionnette, ESNAM)를 탐방하게 되었다. 이와 함께 세계꼭두인형극축제(Festival Mondial des Théâtres de Marionnettes)에도 참관하여 다수의 공연관람과 함께 관계자인터뷰를 진행했다. 프랑스의 작은 도시 샤를르빌메지에르(Charleville-Mézières)에서 어떻게 세계적인 인형극축제를 만들어낼 수 있었는지 그들이 가진 저력을 알아보며 현장 자료 조사를 함께 진행 하였다.
  • 세계꼭두인형극축제 영상
통합적인 인형극 예술가 양성을 위한 예술교육
국제인형극연구소(Institut International de la Marionnette, IIM) 산하 교육기관인 프랑스국립인형극학교(이하 ESNAM)는 전통적인 인형극 기술과 더불어 현대적이고 새로운 기법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창조하는 풍부한 예술성을 가진 학생들을 키워내고 있다. ESNAM은 학생들이 인형전문기술의 기본테크닉(손가락인형, 막대인형, 줄인형, 그림자인형)과 더불어 연출, 연기와 발성, 무용, 조형예술, 조명, 무대미술, 음악적 기량을 모두 갖출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교육하여 한명 한명이 자신의 극을 기획․연출할 뿐만 아니라 음악을 연주하고 연기하며, 필요한 소품과 무대장치를 제작하는 극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1인이 해낼 수 있도록 훈련한다. 학교는 현대예술과의 교류장소로서 졸업 후에도 학생들이 자신만의 예술적 길을 갈 수 있도록 관리한다. 1987년 개교 이래 ESNAM 1기를 시작으로 현재 10기와 11기의 학생이 재학 중에 있으며, 모든 기량이 갖추어진 완전체와도 같은 한명의 예술가를 만들기 위해 많은 교수진과 관계자들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또한, 소수정예로 선발된 ESNAM 학생에게는 학비가 없으며, 졸업 후에도 모든 학생들의 사후관리가 철저하게 이루어진다. 졸업 전에는 예술가를 보호하고 예술 활동을 장려하는 예술인 복지 정책 ‘앵떼르미탕(Intermittent)’에 대한 행정적 부분과 함께 네트워크에 필요한 전문 지식을 배운다. 학교에서는 예술가가 갖추어야 할 모든 지식과 훈련을 받고, 졸업 후 국가로부터 예술가의 자격을 부여받아 개인적 활동 또는 극단에 소속되어 창작에 힘을 쏟아 국가의 문화, 예술적 위상을 높이고 있다. 이는 곧 국가와 사회에 경제적인 이득으로 환원이 되고, 예술가 자신과 관객모두를 포함한 국민들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지역과 주민, 예술가가 하나 되어 만드는 세계적인 축제
우리가 참관한 행사는 ‘제19회 세계꼭두인형극축제’ 개최를 1년을 앞두고 4일간 열리는 ‘제4회 오프닝축제’로 2017년 열리는 본 축제에 대한 정보제공과 더불어, 주목받는 공연들을 축제운영위원들과 프랑스국립인형극학교 관계자들이 관람하며 예술가들의 역량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쁘띠(petit, 작은) 페스티벌이다. 축제에서는 마리오네티스트(Marionnettiste)라 불리는 예술가가 창작한 연극과 퍼포먼스가 혼합된 인형극, 설치예술과 비디오아트, 조형예술 등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다양하고도 종합적인 형식의 작품을 볼 수 있었다. 축제 마지막 날에는 축제 총감독인 안느프랑수아즈 까바니(Anne-Françoise Cabanis)가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화훈장을 받았다.
샤를르빌메지에르에서 열리는 ‘세계꼭두인형극축제’는 1961년 시작된 이래 전 세계의 다양한 꼭두인형극 작품들을 보고 즐길 수 있는 축제로 성장하고 있다. 2013년에는 16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하여 프랑스 북동부 지방의 가장 큰 국제적인 문화행사로 자리 잡았다. 축제 운영은 샤를르빌메지에르 주민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하여 방문객들에게 무료 숙박을 제공하는 등 한마음 한 뜻으로 성공적인 축제를 위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초대된 예술가들은 축제를 만남과 소통의 장소로 생각하며, 그들의 작품을 선보이고 관객의 환호와 호응을 보상으로 받아간다. 예술가들은 대부분 ESNAM에서 교육받은 이들로 열정적인 창조정신과 양질의 작품으로 세계적인 축제를 만들어 내는 것에 큰 역할을 해 왔다.
인형극에서 발견한 통합예술교육의 가능성
마리오네트는 한국어로 ‘꼭두인형’이라고 번역이 되지만, 말 그대로 꼭두인형이 등장하는 인형극이 전부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인형극을 넘어서는 무한한 창작극의 세계가 펼쳐진다. 연극, 퍼포먼스. 조형예술, 조명, 음향, 인형제작, 시나리오(문학), 연출 등의 다양한 예술 형식의 조화로 통합 창의 프로그램 연구가 가능하다.
우리의 현실에서 모든 장르의 역량이 갖추어진 예술가를 키워낼 만한 교육적, 사회적 기반은 아직 부족하다. 그러나 ‘탐방’의 목적은 그것을 그대로 모방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에 비추어 우리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우리에 맞게 변형하고 좋은 것을 취하려는 것 아닌가. 우리는 각 분야의 역량 있는 예술가들의 발전적인 협업과 전통의 현대화가 아직 부족하며, 한국의 전통적 가치들을 효과적으로 세계에 알리지 못하고 있다. ESNAM에서도 중국과 일본의 전통극 예술은 심도 깊게 소개되어 연구되어있는 것에 비해, 한국 문화에 대한 자료는 빈약해 보였다. 그러한 점에서 안타까움을 느끼며 우리는 또 하나의 가능성 있는 길이 열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예술가와 이에 뜻이 맞는 교육자, 단체들 간의 연결로 소통의 범위를 넓혀 연구할 수 있는 기회와 지원시스템이 만들어진다면, 국내 예술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넘어 세계에 한국을 알리는 문화적 자산을 만들 수 있는 연구 활동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문화예술의 소스만으로 축제를 구성하고 성공시킬 수 있을 것 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되었다. 예술가와 이에 뜻이 맞는 교육자, 단체들 간의 연결로 소통의 범위를 넓혀 연구할 수 있는 기회와 지원시스템이 만들어진다면, 국내 예술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넘어 세계에 한국을 알리는 문화적 자산을 만들 수 있는 연구 활동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과연 문화와 예술만으로 축제를 구성하고 성공시킬 수 있을까? 탐방을 통해 우리가 찾은 답은 체계적인 예술교육, 예술가에 대한 사회적 보장, 예술에 대한 시민 의식. 이 세 가지의 필요요건이 진행되고 성숙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샤를르빌메지에르에서 만난 이들은, 진정 마리오네트 축제를 즐기고 사랑했다. 그들은 일상에서 인형극을 보기 위해 노인들이, 학생들이, 엄마와 어린 딸이 손을 잡고 극장에 간다. 관객들의 자연스러운 호응과 관심 위에서 예술가들은 자유로운 창작의 나래를 펼 수 있고, 상상을 초월하는 구성과 이야기, 영혼을 흔드는 예술작품들이 찬란하게 꽃피울 수 있었던 것이다. 사회와 시민, 예술가가 조화를 이루어야한다. 시스템이 갖추어지고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좋은 작품들을 있고, 성숙한 시민의식이 뒷받침된다면, 비로소 우리만의 독특한 문화와 예술을 즐길 수 있는 축제, 또는 다양한 형태의 성과물들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상진
이상진
2002년 ‘KBS 월드넷’ 프랑스 통신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2015년부터 ‘예술교육이 바뀐다’ 공예분야 예술강사, 자유학기제 미술분야 주강사, 2015 마을미술프로젝트 등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2016 글로벌 문화예술교육 탐방 프로젝트 를 통해 프랑스 문화예술교육을 탐방하고 돌아왔다.
vanitas1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