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교육의 철학과 비전으로 이끄는 역량개발

2016 해외 탐방 리포트② 미국 워싱턴주 예술강사 역량개발 ‘TAT Lab’

[아르떼365]에서는 해외 문화예술교육 동향과 사례를 꾸준히 소개해왔습니다. 각국마다 환경과 문화, 맥락은 다르지만 저마다의 고민과 성찰을 바탕으로 특색 있는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10월과 11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는 두 차례에 걸쳐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방향성을 탐색하고, 문화예술교육 인력 양성 프로그램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찾아보고자 각각 호주와 미국을 찾았습니다. 국내 문화예술교육 사업을 새로운 맥락에서 살피고, 더 나은 현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들을 [아르떼365] 독자들과 함께 두 차례에 걸쳐 나누고자 합니다.
지난 11월, 문화예술교육 매개자 교육 프로그램 참관을 통해 국내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자가진단하고, 방향성에 대해 고찰해보고자 미국 시애틀을 방문하였다. 시애틀이 속한 워싱턴주(州)는 공교육 내에서 이루어지는 예술교육의 중요성에 깊이 공감하고 정부 차원에서 예술교육을 지원하고자 하는 시도가 많은 편이다. 그중 워싱턴주 예술강사의 역량개발을 위한 프로그램인‘티칭 아티스트 트레이닝 랩(Teaching Artist Training Lab, 이하 TAT Lab)’을 소개한다.

  • 학습계획 디자인(Learning Plan Design) 수업

  • 사회정의(Social Justice) 관점의 예술강사의 역할 수업
공유하고 공감하는 공동체 학습
TAT Lab은 워싱턴주 예술위원회(Washington State Arts Commission)와 유치원부터 12학년(우리의 경우 고3)까지 공교육을 관리 감독하는 워싱턴주 공립 교육감실(Washington State Office of Superintendent of Public Instruction, OSPI), 시애틀 어린이극장(Seattle Children’s Theatre)이 협력하여 워싱턴주 예술강사의 역량개발을 위해 진행하는 매개자 교육 프로그램이다. 전체 프로그램은 8개월간 진행되는데, 29명의 예술강사를 대상으로 6명의 교육강사가 9월, 11월, 4월 총 3회의 집체식 워크숍을 진행한다. 워크숍 기간 외에는 전화 상담, 개별 학습계획 수립(과제 수행), 현장실습 등의 다양한 활동이 진행된다. 이때, 교육강사 6명은 29명의 참여자를 4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씩 담당하게 된다. 3회의 워크숍은 시간적 간격을 두고 진행되는데, 이는 예술강사들이 스스로 성찰할 시간을 충분히 갖게 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철저하게 고민한 내용들을 본인의 교육 프로그램에 반영하고, 지속적으로 끌고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다.
TAT Lab은 다양한 경력과 경험을 지닌 예술강사들이 학습 공동체를 이룰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또한, 참가자들이 자신이 지닌 경험 및 극복할 과제를 서로 공유하게 하고, 다양한 예술 장르를 접할 기회를 제공하는 공동체 학습을 지향한다. 참여하는 예술강사는 경력에 관계없이 예술교육에 대한 이해력과 기술을 향상시키고, 궁극적으로 TAT Lab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다음과 같은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TAT Lab 학습목표
– 예술교육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 예술강사 본인의 학습 역량 및 관점 파악하기
– 학교, 교사 및 학생과의 관계 형성하기
– 안전하고 효과적인 학습 환경 조성하기
– 학습 기획, 분석 및 평가의 중요성과 가치 인식하기
우리가 참관한 11월 2차 워크숍은 이틀 동안 약 15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다. 9월 1차 워크숍에서는 하나의 교육 프로그램 사례를 직접 체험해봄으로써 타 분야에 대한 벽을 깰 뿐 아니라 수업 계획 등 전반적인 부분에 대하여 인지할 수 있는 시간으로 진행되었다. 2차 워크숍에서는‘사회적 정의(Social Justice)’를 주제로 예술이 사회적 영향력에서 분리될 수 없다는 예술가의 기본적인 태도를 다시 상기하며, 교육 현장에서 일어나는 ‘차별, 편견’의 구체적인 상황을 함께 공유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워싱턴주 공교육과 관련된 기본적인 강의, 본격적인 학습계획 수립에 있어서 필요한 학습계획 디자인(Learning Plan Design), 형성 평가의 기준(Formative Assessment Checkpoint) 등을 다루는 수업이 진행되었다.

  • 관찰의 힘(Power of Observation) 수업

  • 평가 시뮬레이션(Assesement Simulation) 연출 수업
스스로 설계하고 평가하는 전문가
TAT Lab 담당자인 리사 자렛(Lisa Jaret)은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학교와 협력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다. 예술교육의 가치를 학교 관계자와 학부모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예술강사들이 예술교육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그들이 지닌 예술적인 영감과 재능은 뛰어나나, 이를 교육 프로그램으로 설계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고 말했다. 따라서 TAT Lab은 예술교육 전문가로서 그들의 예술적인 재능을 교육으로 설계하는 역량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이며, 이를 위해 ‘빅 아이디어(Big Idea)’와 ‘형성 평가의 기준(Formative Assessment Checkpoint)’을 설정하는 것을 워크숍의 핵심 내용으로 삼는다. ‘빅 아이디어’란 이 수업이 왜 중요한지 일깨워주는 ‘목적’과 같은 개념으로서, 이를 자신의 수업에서 명료화할 수 있어야 함을 강조한다. 또한 ‘형성 평가의 기준(Formative Assessment Checkpoint)’(교육이 진행되는 동안 학습법과 교수법을 향상하기 위한 목적으로 수행되는 평가. 성적 평가가 아닌 개선을 위한 평가)을 예술교육의 중요한 요소로 여기고, 실제로 프로그램에서 평가의 기준을 설정하며, 직접 학생들을 평가해보는 시뮬레이션을 경험한다.
평가의 중요성에 대해서 교육강사인 티나 라파듈라(Tina Lapadula)는 “예술가에게 평가는 숙명과 같은 것이다. 예술가는 자신의 작품 혹은 영감을 나누기 위해서 스스로를 지속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예술교육자로서 학생들이 얼마만큼 성장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교육자의 역할이다.” 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등급을 매기는 평가가 아니라 학생들의 성장 정도를 보여준다는 의미의 평가는 예술교육에서 매우 중요하며, 객관적이며 타당한 기준을 설정한 점검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또한, ‘자신을 성찰하고, 들여다보는 활동 모두가 프로그램 내에서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프로그램 진행의 충분한 기간이 주어져야 한다는 점’을 가장 강조했다.

  • 평가 시뮬레이션(Assesement Simulation) 체험 수업

  • TAT Lab 교육강사, 워크숍 참여자 단체 사진 촬영
방법론을 넘어 철학적 사유와 공감대 중요
프로그램을 참관하면서 인상적이었던 점은 교육강사의 역할이었다. 6명의 교육강사는 8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3회의 워크숍을 구성하고 운영한다. 교과목마다 교육강사 각자의 분야와 강점을 살린 강의들이 진행되며,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수업을 이끌어간다. 교육강사 간 끊임없는 의견 교류와 노력을 통해 더욱 매끄러운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또한 예술강사로서 어떤 전문적인 역량을 갖추어야 할지에 대한 실질적인 내용에 앞서서, ‘왜 예술이 교육과 만나야 하는지’에 대하여 예술가들을 이해시키는 것, ‘예술교육을 통해 이루고 싶은 궁극적인 목적’에 대하여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공감대와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 등 방법을 습득하기 이전에 철학을 심도 있게 공유하는 장이 워크숍 내에 이루어졌다. 그리고 당장에 방법적인 습득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교육강사와 참여자 모두 철학과 비전을 논하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았다. 진정한 역량개발이란 공고히 내면화된 철학에서 시작한다는 것, 그 중요성과 가치를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이처럼 매개자 교육에 있어서 예술적 역량 강화도 중요하지만, 방법 이전에 철학이 선행된 매개자 교육을 보면서‘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프로그램 내에서 함께 고민하며 확고한 철학이 정립되고 공유되는 일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지금 우리나라는 문화예술교육이란 무엇이며 문화예술교육자들은 어떤 철학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궁금증을 갖고 있는 도전의 시기에 있다.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은 성장할 수 있다는 기회를 뜻하기에, 두려워하지 않고 더 나은 문화예술교육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는 고민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그러한 기회를 제공하는 매개자 교육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문화예술교육자들이 자아성찰을 통해 예술교육을 바라보는 시각을 지닐 수 있도록 매개자 교육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 우리에게는 그러한 도전의 자세가 필요한 순간이다
백지훈, 민빛나래 _ 교육운영1팀
이현정_ 교육개발팀
hellohj27@arte.or.kr
신예린_ 교육개발팀
yerinchannel@arte.or.kr
이초록_ 교육개발팀
crlee@arte.or.kr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비밀번호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