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떼365]에서는 해외 문화예술교육 동향과 사례를 꾸준히 소개해왔습니다. 각국마다 환경과 문화, 맥락은 다르지만 저마다의 고민과 성찰을 바탕으로 특색 있는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10월과 11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는 두 차례에 걸쳐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방향성을 탐색하고, 문화예술교육 인력 양성 프로그램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찾아보고자 각각 호주와 미국을 찾았습니다. 국내 문화예술교육 사업을 새로운 맥락에서 살피고, 더 나은 현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들을 [아르떼365] 독자들과 함께 두 차례에 걸쳐 나누고자 합니다.
지난 10월, 국내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현 주소를 진단하고, 운영 및 제도 참고 사례를 발굴하고자 호주를 찾았다. 호주는 주(州) 정부기관부터 극장, 비영리 민간단체까지 각 기관별 설립목적, 비전 등 특성에 따라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의 성격, 구조, 방식은 각양각색이지만, 호주의 사회·문화적 특성과 배경에 기반을 둔 공통 맥락이 전제되어 있었다. 호주의 학교문화예술교육 사례 중 하나로 아츠뉴사우스웨일스(ARTS NSW, 이하 아츠 NSW)의 ‘프레쉬 에어(Fresh AIR: Artists-in-Residence-in Schools)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알렉산드리아 파크 커뮤니티 학교 안(왼)과 학교 내 예술가 스튜디오
아츠 NSW는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ew South Wales) 주(州) 시드니에 위치한 주 정부 문화예술 정책·투자 담당 기관이다. 주 내 문화예술 사회기반시설 구축 및 펀딩 프로그램 투자 지원, 문화예술 자원 및 컨설팅 제공, 아마추어에서 전문가를 어우르는 예술 활동 참여자 및 예술단체 지원·육성 프로그램을 제공 등 호주 문화예술교육의 발전을 위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아츠 NSW의 ‘프레쉬 에어’는 학교에 3년간 전문 예술가를 파견하여 문화예술교육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학교 문화예술교육 지원 사업으로, 크게 3개의 프로젝트와 프로그램 평가 및 개선‧보완을 위한 조사‧연구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프로젝트들 중 ‘파크 로드 스튜디오: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Park Road Studio: Artist in Residence)는 알렉산드리아 파크 커뮤니티 학교(Alexandria Park Community School)와 국립원주민문화센터(National Centre for Indigenous Excellence)가 협력하여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무용, 음악, 시각예술 분야 각각 3명의 원주민(aboriginal) 예술가들은 국립원주민문화센터의 아웃리치 프로그램을 통해 유치원생부터 1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장르별로 1년 동안 예술 작업을 진행한다.
올해로 3년째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알렉산드리아 파크 커뮤니티 학교 교장 다이앤 패더스톤(Diane Fetherston)은 명성 있는 예술가와 함께하는 것은 학교의 입장에서도 영광스러운 일로 이 사업에 관한 연락을 받자마자 그 자리에서 바로 참여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이는 학교에서 예술과 예술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얼마나 높은 이해와 신뢰를 갖고 있는지 보여준다. 또한, 패더스톤 교장은 “학교는 유연하고 수용적인 태도를, 예술가는 학교와 학교의 교육체계에 대한 이해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며, 서로를 믿고 이해하는 것이 성공적인 프로그램 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강조하며, “예술가 레지던스 프로그램은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의 역량 개발에도 굉장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이 레지던스 프로그램의 상주 작가인 토니 알버트(Tony Albert)는 호주에서 매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원주민 예술가(Australian Indigenous artist)이다. 학교 내에 있는 그의 스튜디오는 1년 동안 많은 재료와 작품들로 채워져 있고, 항상 문을 열어두어 아이들이 주저 없이 들어와 이야기하거나 재료를 빌려 간다. 그는 예술가로서 활동하기에 적합한 스튜디오를 갖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라고 말하며, 그런 점에서 이 프로그램은 예술가에게도 유익한 혜택이 될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원활한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모든 관리는 캐리지워크스(Carriageworks)가 진행한다. 캐리지워크스는 현재 호주의 아트센터 중 가장 큰 복합문화공간이다. 원래 낡은 기차를 수리하던 곳이었는데, 이곳의 근로자들은 이민자와 원주민에 관계없이 동등한 급여를 받는 등 당시의 호주에서 유일하게 원주민에 대한 차별이 없었던 곳이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가진 캐리지워크스는 더 이상 활용하지 않게 된 장소에 현대 미술을 접목시켜 10년간 유지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주말마다 지역주민들이 지역 특산품을 직접 사고파는 야시장이 열리며, 문화예술 공연과 전시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캐리지워크스의 프로그램 담당자 샬롯 가예기요스(Charlotte Galleguillos)는 2월 시작하는 프로그램을 위해 전년도 10월부터 준비 중인데, 예술가의 학교 안 레지던스 프로그램에서 제일 힘든 점은 ‘예술가와 학교 간 관계’라고 한다. 예술가는 학교의 계획, 커리큘럼, 기간(학기) 등 학교 운영 체계에 대한 이해가 다소 부족하고, 이런 예술가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학교 사이에서 간혹 문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캐리지워크스는 이를 예방하고 중재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여러 관계자들과 연락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것은 한 학교의 예술교육 지원을 위해서 예술가, 학교 관계자, 학생들 그리고 운영기관의 다양한 이해 관계자가 존재하며, 이들 모두가 함께 나아가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시사한다. 우리나라의 문화예술교육 사업 운영에 있어서도 다양한 참여주체 간 소통과 합의된 목표를 갖는 것은 어려운 숙제이며, 달성의 문제가 아닌 지속적인 개선의 문제라는 점에서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또한, 난민, 원주민 등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이 모여 사는 호주의 문화적 다양성, 사회적인 이슈에 사회 참여적 예술교육이 깊이 뿌리내려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프레쉬 에어’는 ‘원주민 예술가의 참여’ 그리고 ‘3년 동안의 장기 운영’이라는 차별점을 갖고, 예술가의 작품세계를 다양한 문화 배경을 가진 아이들과 집중적으로 공유하는 특성이 있다. 문화다양성에 대한 인식이 최근에서야 높아진 우리나라와는 달리 다인종, 다문화의 긴 역사적 배경을 가진 호주는 오랜 시간 고민해왔음을 교육 체계 및 환경 등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한 호주 문화예술교육 관계자는 ‘프레쉬 에어’는 “매우 아츠뉴사우스웨일스적인 프로그램”이라고 표현했다.
알렉산드리아 파크 커뮤니티 학교의 ‘프레쉬 에어’ 프로그램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3년간의 운영이 종료된다. 알버트는 아이들과의 마지막 작업 중의 하나로 ‘책 발간 및 판매’를 진행한다. 아이들이 작업한 400여 개의 작품 중 일부를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내는 것으로, 작품 선정은 아이들과의 협의를 통해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물리적인 작업만이 배움의 과정이 아니라 서로 논의하며 책에 실을 작품을 선정하는 것에서도 (자신의 작품이 선정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고, 책 만들기를 위한 인고의 시간을 버티는 체험도 할 수 있다.
‘프레쉬 에어’는 국내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방향성에 참고할만한 사례로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다. 첫째,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는 것의 긍정적인 효과를 확인했다. 자체적인 운영 동기를 갖고 지역에서 활용 가능한 자원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운영하는 것은 특색을 살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지역주민이기도 한 관계자들의 주도적인 운영을 가능케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둘째, 프로그램 참여자, 관계자의 충실한 역할 이행은 성공적인 운영의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호주 현장에서 만난 프로그램 운영자, 학교 관계자 그리고 참여자 모두가 맡은 역할에 충실하며, 협력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 모든 요인들이 호주에서 학교 문화예술교육이 빛을 발할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 관련링크
- · 아츠뉴사우스웨일스(ARTS New South Wales) 홈페이지 www.arts.nsw.gov.au
- · 캐리지워크스(Carriageworks) 홈페이지 http://carriageworks.com.au
- 백지훈, 민빛나래 _ 교육운영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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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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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참 좋은 내용이네요. 이런 학교가 있다면 제 아들을 당장 보내고 싶을만큼… 공부 위주인 우리나라도 예술교육의 중요성을 느끼고 본받았으면 좋겠습니다. 표현력이 풍부한 어린시절부터 다 큰 성인들까지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과 다양한 문화교류를 통해 경험을 쌓고, 보고, 느낄수 있도록 해준다면 나아가서는 좀 더 따뜻한, 마음이 풍요로운 나라가 될수 있는거 같아요. 마음이 풍요로워야 다른것들도 잘 해나갈수 있을테니까요~~
많이많이 둘러보시고 우리나라에도 이런학교 만들어주세요~~
정말 예술기관이나 단체와 학교간의 다양한 협업이 이루어져서 누구나 질 높은 문화예술교육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