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1월, 정부의 문화예술교육 관련 첫 공식 추진계획인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종합계획」이 발표된 후, 문화예술교육 정책은 꾸준한 성장과 변화를 거치며 3,4년 단위마다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비전과 전략을 수립해왔다. 2007년 6월에는 5개년 계획으로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중장기 전략(2007~2011)」이 발표되었고, 2010년 7월에는 예술교육을 통한 창의성, 인성 함양을 목표로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가 함께 「창의성과 인성 함양을 위한 초중등 예술교육 활성화 기본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2014년 2월에는 그간의 추진성과와 정책 환경 변화를 반영하여 「문화예술교육 중장기 발전계획」이 새롭게 발표되었다. 또한 지난해 시행된 「문화예술교육지원법」(2015. 5. 8.) 개정에 따라 정부는 앞으로 5년 주기로 ‘문화예술교육 지원에 관한 종합계획’을 수립해야한다. 새로운 종합계획 수립에 앞서 문화예술교육이 본격 추진된 지 10년이 넘은 시점에서 그 동안 문화예술교육의 성과와 한계를 명확하게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향후 발전 방향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음에 따라, 이를 준비하는 기초연구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진행되었다. 연구책임을 맡은 조현성 연구위원의 글을 통해 「2016 문화예술교육 중장기 추진방향」 연구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2000년 국악 강사풀 제도가 시작했을 때, 2005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설립되고 「문화예술교육 지원법」이 제정됐을 때, 지금처럼 문화예술교육이 팽창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2005년과 2015년을 비교할 때,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은 참여 학생 수 275%, 예술강사 수 202%, 지원시수 833% 증가했다. ‘군부대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의 증가율은 더욱 폭발적이다. 참여자 수 7,891%, 참여부대 수 13,400%, 교육단체 수 6,150% 증가했다. 이를 두고 2010년대 중반부터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숙으로’란 키워드가 등장했다.
현시점에서 문화예술교육은 질적 성숙뿐 아니라 사회·정책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문화예술교육정책 중장기 추진방향」(2016,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이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답변이다. 지난 10여 년간 문화예술교육의 성과와 한계를 분석하고, 사회·정책 환경 변화를 살펴본 결과, 문화예술교육 재도약의 첫 번째 조건은 비전과 목표를 (다시) 명확히 제시하는 것이었다. 공공이나 민간이나 사업이 성장할 때는 확장에 역점을 두고, 사업이 정체됐을 때는 돌파구 찾기에 초점을 두는데, 어느 때건 중요한 건 ‘왜 사업을 시행하는지’를 따져보는 일이다.
타 영역 교육과 차별지점 – 미적 감성과 공감의 상상력
이 연구에서 문화예술교육의 비전을 <‘미적 감성’과 ‘공감의 상상력’으로 여는 문화융성>으로 설정했다. 문화예술교육은 문화융성의 두 가지, 곧 ‘문화의 융성’과 ‘문화를 통한 융성’에 기여하지만, 지금까지 문화예술교육은 문화예술교육 자체보다 교육의 ‘기대효과’, 곧 ‘문화를 통한 융성’에 역점을 둔 측면이 있다. 예를 들어 2010년 7월에 발표한 「창의성과 인성 함양을 위한 초중등 예술교육 활성화 기본방안」은 문화예술교육에서 사회적 기능(인성교육)을 강조한 경향이 있다. 새로운 문화예술교육에서는 문화예술의 본질적 가치, 곧 ‘문화의 융성’이 포함되는 게 바람직하다. 문화예술교육이 문화예술 활동 일반, 그리고 다른 영역의 교육과 차별화된 지점은 ‘미적 감성’ 개발이다. 많이들 문화예술교육을 창의성이나 공감능력 제고와 연결 짓는데, 두 가지는 다른 교육에서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공감능력 제고는 체육교육, 창의성 함양은 과학교육을 통해서 이뤄지고 있다. 반면 미적 감성은 다른 교육에서 찾아볼 수 없는 문화예술교육의 속성이다. 한편 미적 감성은 문화예술 활동 일반과 관련되므로, 문화예술‘교육’은 미적 감성 ‘개발’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결국 문화예술교육이 다른 영역과 구분되는 미적 감성 개발은 ‘공감의 상상력’(sympathetic imagination)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공감의 상상력은 무엇인가를 창조할 때 타자의 입장에 서는 것, 감정이입을 하는 것으로 창조성과 공감능력을 동시에 포괄한다. 이처럼 ‘미적 감성’과 ‘공감의 상상력’은 ‘문화의 융성’과 ‘문화를 통한 융성’을 포괄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문화예술교육은 결과뿐 아니라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목표는 ‘문화예술교육의 재도약: 문화예술교육의 지속 성장과 수준 제고’로 설정했다. ‘재도약’은 지난 10년 동안 비약적으로 성장한 문화예술교육이 사회·정책 환경 변화에 따라 한 단계 발전되어야 함을 의미하며, ‘지속 성장과 수준 제고’는 최근 많이 언급되는 ‘양적 성장에서 내적 성숙으로 전환’이란 단절적 목표와 구분된다. 질적 성숙만을 강조할 경우, 교육 참여자 수의 감소가 예상되는데 이 경우 사교육 형태의 문화예술교육을 접할 수 없는 교육대상자가 문화예술교육에 전혀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곧, 양적인 측면에서 최소한의 성장이 지속되어야 질적 성숙(수준 제고)도 가능하며, 지속 성장을 유지하되 사회·정책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조응하면서 수준 제고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수요자 중심, 지역화, 다원화, 고도화
이 같은 비전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본방향 네 가지-① 수요자 중심성, ② 지역화 및 네트워크화, ③ 내용 및 방법의 다원화, ④ 교육 기반의 고도화-를 설정했다. 첫째, 문화예술교육의 급격한 양적 성장은 공급자 중심이어서 가능했지만, 이제는 교육 참여자의 수요에 맞는 프로그램을 수행해야 한다.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기존 프로그램과 대비되는 수요자 맞춤형 신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현재 문화예술교육의 효율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둘째, 지역화는 중앙에서 지역으로 진행되는 단선적 체계를 벗어나 지역 중심의 교육 기획·수행을 보장하여 지역 내 이해관계자의 협력, 지역 간 협력을 유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선도사업, 초기사업을 제외하고는 단계적으로 중앙단위 진행사업을 지역에서 담당하는 방법이다. 네트워크화는 현재 진행 중인 교육사업 간 연계, 문화정책과 문화예술교육정책의 연계, 부처 간 협력의 고도화를 의미한다.
셋째, 교육내용의 다양성은 복수의 장르교육, 탈장르 주제별 교육, 환경변화에 대응한 인문학‧과학기술과 문화예술의 융합교육 등을 뜻한다. 교육진행의 자율성은 교육시간의 수요자 맞춤형, 지원방식의 다변화, 온라인 교육, 교육대상 단위의 조정 등 교육의 ‘탄력적’ 진행을 통한 교육 효과의 제고를 의미한다.
넷째, 교육기반의 고도화는 네 가지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교육주체의 전문화를 위한 연수(재교육) 프로그램 심화, 두 번째는 기획 및 연구역량 강화로 문화예술관련 기초연구 심화, 다른 교육사업과 효과성 비교연구, 기초통계자료 재가공 같은 사업, 세 번째는 현안인 문화예술교육 제도 개선을 통한 안정적 교육진행, 네 번째는 국제교류 및 대외홍보 강화 같은 담당기관의 역량 제고다.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목표 및 기본방향]
비전 | ‘미적 감성’과 ‘공감의 상상력’으로 여는 문화융성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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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 | 문화예술교육의 재도약: 문화예술교육의 지속성장과 수준제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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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방향 | 문화예술교육의 수요자 중심 | 새로운 형태의 교육사업 진행 현행 문화예술교육사업 개선 |
문화예술교육의 지역화 및 네트워크화 | 지역 문화예술교육 체계 확립 타 부처와 협력체계 강화 문화예술교육 사업 간 연계 문화정책 문화예술교육의 연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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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교육 내용 및 방법의 다원화 | 교육내용의 다양성 확보 교육진행의 자율성 확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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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교육 기반의 고도화 | 연수(교육) 프로그램 개선 및 확대 기획 및 연구역량 강화 문화예술교육 제도 개선 국제교류 및 홍보강화 |
위의 내용은 「문화예술교육정책 중장기 추진방향」에서 제시한 비전, 목표, 기본방향을 요약한 것이다. 보고서에 제시된 사업의 실행에 앞서, 문화예술교육과 직간접적으로 연을 맺고 있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논의를 통해서 다시 한 번 비전과 목표의 타당성, 기본방향의 적절성, 사업의 현실성 등을 논의하는 자리가 필요하다.
- 관련링크
- · 「문화예술교육정책 중장기 추진 방향」 보고서(PDF) 바로가기
- · RIKSKONSERTENE Concert Norway 홈페이지 www.rikskonsertene.no
- · The Old Police Station: DIY 아트센터 홈페이지 www.theoldpolicestation.org
- 조현성
- 연세대학교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북한대학원 대학교에서 북한문화를 연구했다. 2001년부터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일하고 있으며, 주된 연구 분야는 문화예술교육, 문화복지, 북한문화다.
jhs@kct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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