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아르떼365]는 보다 다채로운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발굴하고 소통하기 위해 2016년 5월부터 독자게시판을 열고 다양한 제안과 참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중 ‘예술교육 탐구생활’은 자신만의 예술교육 노하우와 경험 등을 소개하고 제안하며 직접 만들어가는 ‘아이디어’ 속 작은 코너입니다. ‘예술교육 탐구생활’을 통해 만나게 될 독자들의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학교에서 진행되는 여러 분야의 예술교육 중에 만화애니메이션 수업은 타이틀만으로 80%는 먹고(?)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이름만 봐도, 그림을 그리고 캐릭터를 만드는 재밌는 시간이 될 것만 같다. 그렇지만 “오늘은 무엇을 해야 하나요?”라고 묻는 아이들에게서 자발적, 적극적 참여를 이끌기는 쉽지 않다. 나는 아이들이 스스로 하는 수업, 직접 쓰고, 그리고, 만들고, 발표하는 수업, 어쩌면 이상적인 수업을 꿈꾸기 시작했다. 어떤 수업을 해야 100% 참여할까? 어떻게 진행해야 자기 생각을 밖으로 표출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고민하며 시작하게 된 것이 <낙서 수업>이다.
‘콕 집어 너!’ 만화 맛볼래?
즐거운 것은 쉽다
그동안 내가 진행했던 ‘특정한 주제로 그림 그리기’나 같은 형태를 다르게 표현하는 식의 수업이 식상하게 느껴졌다. 학생들이 처음 수업을 시작할 때 가졌던 기대와도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들이 흥미와 호기심을 갖게 하려면 어떠한 수업을 해야 할까 고민하게 되었고, 편하고 즐거운 수업은 ‘쉬운 것부터’라는 것을 잊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어느 학교, 어느 학년에서나 첫 수업은 어김없이 맛을 발표하는 ‘콕 집어 너!’ 시간으로 시작한다. 동그란 통 안에 들어있는 사탕이나 젤리를 먹어보고 자신의 이름과 함께 어떤 맛인지 발표하는 것이다. 발표가 끝나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그림을 그리는 시간을 갖는다. 펑하고 터질 것 같은 놀라운 맛을 그리는 아이, 파란색으로 새콤한 구슬을 표현한 아이, 사르르 녹아서 날아갈 것 같은 구름을 그리는 아이… 누구에게나 즐겁고 쉬운 것부터 시작하는 나만의 노하우이다.
재미를 알게 된 후에는 아이들의 태도가 달라진다. 능동적으로 변하여 아이들이 가진 창의력이 발산되는 것 같다. 그렇지만 ‘만화로 하는 쉬운 수업은 어떤 것일까’에 대한 고민이 머릿속을 마구 어지럽혔다. 복잡한 심경에 나도 모르게 낙서를 하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때, 나의 낙서를 본 아이가 말했다.
“와 멋져요! 고래를 그린 거죠?”
이 낙서에서 ‘고래’가 보인다고?
“꼭 고래 캐릭터가 춤을 추는 것 같아요!”
나는 아이에게 낙서할 줄 아느냐고 물었고, 아이는 낙서쯤은 자신 있다는 눈빛으로 순식간에 흰 종이를 낙서로 채워 보여주었다.
“선생님! 저는 만화가가 아니라서 그런지 캐릭터가 만들어지지 않네요!”
그런데 내 눈에는 눈사람도, 머리카락이 없는 대머리 거북이도 보였다.
이 낙서에서 ‘고래’가 보인다고?
“꼭 고래 캐릭터가 춤을 추는 것 같아요!”
나는 아이에게 낙서할 줄 아느냐고 물었고, 아이는 낙서쯤은 자신 있다는 눈빛으로 순식간에 흰 종이를 낙서로 채워 보여주었다.
“선생님! 저는 만화가가 아니라서 그런지 캐릭터가 만들어지지 않네요!”
그런데 내 눈에는 눈사람도, 머리카락이 없는 대머리 거북이도 보였다.
낙서 속에서 캐릭터 찾기
낙서 속 숨은그림찾기
낙서는 정말 자신 있다는 아이들에게 ‘캐릭터’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사람 같은 거요!” “팔, 다리, 눈, 코, 입이 있고, 우리처럼 성격 있는 거요!” 아이들의 대답에 모든 것을 사람같이 그려서 캐릭터를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동물도, 식물도, 돌멩이도! 눈높이에 맞춘 정의를 내리고 난 후 <낙서 속에서 캐릭터 찾기>라는 수업을 진행했다.
먼저 15초 동안 곡선을 사용해 낙서한다. 낙서가 끝나면 종이의 방향을 바꾸어 보며 새로운 캐릭터를 찾아본다. 발견한 캐릭터에 색칠을 하고, 이름을 붙여주었다. 캐릭터를 입체화하고 이야기를 만들어 스톱모션으로 촬영했다. 촬영한 장면들을 이어서 상영까지 하니, 만화에서 애니메이션 수업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이렇게 낙서로 시작된 캐릭터 찾기 수업은 아이들이 직접 준비하고 만들고 토론하는, 스스로 하는 수업이 되었다. 첫 만남에 의아하게 시작된 낙서 수업은 만화 수업에 대한 아이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주기에 충분했다.
아이들이 진정으로 원하고 함께 소통할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을 위해서는 연구하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여럿이 함께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며 더욱 열린 수업이 될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기회를 가져보면 어떨까.
- 변미섭
- 한양대학교에서 미술교육을 전공하고 2007년부터 학교 예술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2014년 ‘예술강사의 발(發)’과 강원 예술교육강사 미니컨퍼런스를 기획했고, 올해는 강원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와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사업도 참여하고 있다. 강원자율연구모임(CoP) 활동과 미디어교육교재 개발 및 강의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79bm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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