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향기, 바람을 교재삼아

독자참여 ‘예술교육 탐구생활 1탄’ 선정작

웹진 [아르떼365]는 보다 다채로운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발굴하고 소통하기 위해 2016년 5월부터 독자게시판을 열고 다양한 제안과 참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중 ‘예술교육 탐구생활’은 자신만의 예술교육 노하우와 경험 등을 소개하고 제안하며 직접 만들어가는 ‘아이디어’ 속 작은 코너입니다. ‘예술교육 탐구생활’을 통해 만나게 될 독자들의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우리는 흔히 예술교육을 장르로 구분한다. 음악교육, 미술교육, 무용교육과 같이 말이다. 그런데 세상에는 정확히 하나의 장르에 넣을 수 없는 예술작품도 많고, 최근에는 장르를 넘어선 새로운 예술형태들도 다양하다. 하나의 장르로 구분되는 예술활동 안에도 여러 가지 예술형태가 복합적으로 나타난다는 사실 또한 놀라운 일은 아니다. 누군가가 매우 감동적인 미적 체험을 했을 때, 그것은 단지 소리나 그림이 멋있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미적 체험이 일어난 시간과 공간 속의 수많은 요소들이 감동을 경험하게 하는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또한 그것을 경험한 당사자는 예술작품이나 예술행위 자체에 대한 기억보다는 그것을 경험한 순간에 포착된 어떤 분위기나 느낌을 더 오래 간직하게 되는데, 이것은 미적 체험이 ‘인지적으로’ 기억되기보다는 ‘감각적으로’ 향수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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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을 깨우는 미적 체험
노래 부르는 것을 예로 들어보자. 목소리를 내는 동안의 신체적인 감각과 움직임, 그리고 노래에 담겨 있는 심상과 이미지를 활성화시킨다면 보다 즐거운 마음으로 더 좋은 노래를 할 수 있지 않을까? 미술이나 무용, 연극적인 감각을 조금 더하면 더욱 성공적인 가창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노래를 부르는 동안에 느끼는 공기의 촉감과 온도, 공간에서 느껴지는 빛과 향기, 딛고 서 있는 바닥의 느낌, 그리고 함께하고 있는 사람들의 숨소리와 체온 등 온몸의 감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수많은 것들이 노래와 어우러지면 그것은 더없이 아름답고 특별한 미적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미적 체험은 오감으로 경험된다는 당연하고도 단순한 사실을 바탕으로 설계한 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통합예술교육센터 CIEA(Center of Integral Education for Artists)에서 주최하는 ‘깨.복.나’(이하 깨복나)가 그것이다. 깨복나는 19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으로 “깨어나면 행복해지는 나”의 약자이다. 삶에 지치고 쉼이 필요한 현대인들에게 예술로 휴식과 삶의 성찰을 주고자 기획된 수업으로, 성인들의 닫혀 있는 오감을 깨우는 게 목표다. 그러자면 장소와 시간대의 선정, 그리고 함께 모인 사람들의 마음을 여는 워밍업 활동이 중요하다. 장소는 북촌한옥마을 내에 위치한 고즈넉한 한옥. 매주 금요일 오후 2시가 되면 대나무와 화초들로 파릇파릇한 마당으로 수강생들이 들어온다. 툇마루나 마당의 평상, 각자 원하는 자리에 앉거나 서서 온몸으로 햇살을 받으며 심호흡 한 번 해보는 것으로 수업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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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힘, 깨어있는 기쁨
구성원들 간의 서먹서먹함은 음악치료에서 자주 사용하는 인사노래(헬로송, 굿바이송)를 통해 한 주간 지내온 자기 이야기를 노래로 주고받으면서 풀어간다. 환영하는 내용의 단순한 가사를 반복하면서 구성원 한 명 한 명에게 인사를 건네는 것이 어찌 보면 뻔하지만, 개개인과 인사하는 것이 다수를 향한 인사보다 친밀감과 신뢰감을 준다는 면에서 다음 수업을 준비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워밍업 활동으로는 보이스와 몸동작을 활용한 자기표현하기를 주로 하는데, 어떤 날은 오늘의 기분을 목소리로 표현했다가, 어떤 날은 목소리와 동작을 함께 표현해보기도 하고, 남이 한 것을 그대로 따라 하기도 하면서 나를 털어버리고 머릿속에 복잡한 생각들도 털어버린다.
도심 속 한옥, 그 특별한 공간에 함께 있는 사람들. 함께 들이킨 마당의 흙내음과 대나무 향기, 눈을 채우는 초록과 나뭇결, 함께 나누는 소소한 대화와 웃음, 그리고 처음으로 나를 던져버리고 내지르는 날 것의 목소리와 몸짓. 이렇게 오감-호흡-목소리-몸을 깨우다보면 서서히 마음이 열리고 함께 하는 사람들만의 특별한 경험이 하나하나 쌓이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어렵게 느껴졌던 예술도 어느새 놀이가 되고 무엇을 하든 부끄럽지 않고 주눅 들지 않으면서 나답게,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준비가 된다. 예술의 가장 큰 힘, 바로 깨어있는 기쁨을 맛보는 것이다.
  • [영상] 통합예술교육센터 CIEA의 ‘시조로 깨.복.나’
전통의 정취를 맛보다
간단히 말하면, 깨복나는 시조를 배우는 전통음악 강좌이다. 그렇지만 느리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시조를 어떻게 하면 좀 더 특별하고 새롭게 다가가게 할 수 있을까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이다. 세 줄짜리 평시조를 가르치고 배우는 것은 어찌 보면 매우 단순한 일이지만, 전통음악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시조가 주는 아름다움을 맛보게 하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전통예술이 가진 시대적 맥락과 미적 감수성을 다시금 되살리는 일이고, 설명이 아닌 말없이 ‘경험하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옥이 주는 시각적 색채감과 질감, 툇마루에 앉는 느낌과 나뭇결의 감촉, 마당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온도와 공기의 촉감, 휴식시간에 맛보는 향긋한 차가 바로 이 수업의 교보재이다. 한옥의 정취를 느끼며 큰 숨 한 번 쉬고 온 몸과 마음을 비워낸 후 뽑아내는 시조 한 소절은 수강생들을 이제껏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로 데려다준다. 그 세계에서 느끼는 소리, 빛, 냄새, 촉감, 움직임, 호흡 그리고 함께하는 사람들 그 모든 것의 집합이 바로 성공적인 미적 체험을 만들어낸다. 장르를 불문하고, 이것이 바로 예술교육이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김현채
김현채
서울대에서 가야금을 전공하고 2009년부터 (사)정가악회에서 활동하였다. 현재 정가악회 산하 교육기관인 통합예술교육센터 CIEA 센터장으로 예술인을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 및 시민을 위한 전통예술 콘텐츠를 개발하는데 힘쓰고 있다.
이메일 prema24@hanmail.net홈페이지 www.jgah.co.kr/ci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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