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반복되는 일상이라고 느끼시나요? 어제와 오늘만 보면 우리의 일상이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만 조금 더 멀리서 바라본 우리의 삶은 어제의 ‘오늘’과 사뭇 다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나의 하루를 기록하고, 그 기록들이 모여 큰 그림을 만들어내면 나의 삶이 조금 더 특별해질지도 몰라요. 색다른 방식으로 하루를 기록하는 예술가들의 작업을 참고하면, 나의 하루를 되돌아보는 것이 조금 더 재밌어지지 않을까요?
손에 닿는 삶의 이야기
우리는 하루 동안 얼마나 많은 것을 만지고 있을까요? 아침에 일어나서 나갈 채비를 하고, 목적지를 향해 이동한 뒤 다양한 활동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잠에 들기까지 여러분의 손에 닿는 모든 물체들을 떠올려보세요. 파울라 주코티(Paula Zucotti) 작가의 사진 프로젝트 ‘우리가 만지는 모든 것’(everything we touch)은 한 사람이 24시간 동안 만진 모든 물건들을 나열하고 사진으로 기록합니다. 파울라는 전 세계를 여행하며 만난 수많은 사람들의 하루를 사진으로 추적합니다. ‘우리가 만지는 모든 것’의 참여자들은 거주지, 연령, 직업 등이 제각각이며, 서로 다른 물건들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카우보이 데이빗의 사진에는 안장, 말굽, 잔디가, 청소부 바냐에게는 다양한 청소도구가, 정육점에서 일하는 이사야는 각종 부위의 고기, 앞치마가 눈에 띕니다. ‘우리가 만지는 모든 것’에는 단순히 물건만 담긴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선택의 행적, 삶의 방식이 깃들어있습니다. 누군가의 하루를 엿보기에 이보다 더 좋은 프로젝트는 없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하루 동안 만진 물건들을 모아보세요. 나의 물건들이 모이면 어떤 이야기가 완성될까요?
  • 카우보이 데이빗의 사진1
  • 카우보이 데이빗의 사진2
관련링크 (이미지 출처)
http://every-thingwetouch.tumblr.com
사소한 물건의 재발견
하루에 한 번 사소한 취미생활을 하며 달력을 채워보세요. 일본의 아트 디렉터 다나카 타츠야(Tanaka Tatsuya)는 일상 속에서 쉽게 찾을 수 있지만 딱히 주목을 받지 않는 사물이나 음식을 활용하여 ‘미니어처 달력’(Miniature calendar)을 만듭니다. 그의 시각으로 보는 필통은 멋진 피겨스케이트 무대가 되고, 반원 각도기와 자는 다리가 되며, 악보 속 음표들은 허들 경기판이 됩니다. 그의 상상력으로 재탄생한 사물들은 우리의 일상을 비일상적인 방식으로 보여주고, 새로운 장면들을 만들어냅니다. 다나카는 2011년 4월 20일부터 오늘날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자신의 홈페이지와 SNS에 미니어처 달력을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1,000장이 넘는 삶의 장면들이 만들어졌습니다. 때로는 한순간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보다 꾸준한 데이터가 모여 하나의 큰 그림을 만들어주는 작업이 더 값질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 다나카 타츠야 미니어쳐 달력1
  • 다나카 타츠야 미니어쳐 달력2
  • 다나카 타츠야 미니어쳐 달력3
관련링크 (이미지 출처)
http://miniature-calendar.com/
시간과 공간을 연결하다
시간이 지나면 많은 것들이 조금씩 변하지만 우리는 이 미세한 변화의 순간들을 잘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타임랩스(time lapse)는 이러한 순간들을 포착할 수 있는 영상기법입니다. 시간의 흐름을 압축하여 정상 속도보다 빨리 돌려서 보여주는 기법으로 장소, 사물, 혹은 사람의 모습을 같은 각도에서 여러 장 찍은 후 타임랩스를 적용하면 변화의 모습을 극대화하여 볼 수 있습니다. 독일 청년 크리스토프 레하게(Christoph Rehage)는 2007년 11월부터 약 1년간 중국 베이징에서 위구르 소수민족자치구의 수부(首府) 우루무치까지 4,646km의 거리를 여행합니다. 여행 중 그는 매일 같은 각도로 셀카를 찍습니다. 1년의 여행사진을 5분 18초짜리 동영상으로 편집한 결과, 여행 전 깔끔했던 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머리카락과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란 낯선 사람의 모습만 남아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에 깜짝 놀란 그는 “이게 진정한 나의 모습인가?”라는 말을 영상에 남겼습니다. 일상 속 변화가 궁금하거나 여행의 추억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다면 타임랩스 영상을 남겨보세요.

[영상] The longest way 1.0
(출처 : https://youtu.be/5ky6vgQfU24 )
김다빈
김다빈 _ 상상놀이터
beyondlisa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