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공유, 참여로 이어지는 공론의 장

아르떼 365,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까?① 전문가 좌담

2004년 [웹진 땡땡]이란 이름으로 지역 통신원들의 제보를 통해 지역별 문화예술교육 사례와 소식을 전하기 위해 시작된 [아르떼365]. 그동안 문화예술교육 정책사업이 본격적으로 확대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담고 더 넓은 층의 독자를 확보하고자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주5일 뉴스레터 발행을 시도하기도 했고, 블로그와 페이스북 등 SNS 홍보를 활성화하며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와 의미, 사례를 알리는데 초점을 두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주요 독자층인 문화예술교육 관계자들을 위한 심도 깊은 내용을 담아야한다는 고민도 지속해왔다. 문화예술교육의 새로운 10년을 맞아 [아르떼365] 역시 문화예술교육의 이슈와 방향을 보여주고, 더 나아가 ‘공론장’으로 기능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문화예술교육 정보와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연결시키기 위해 [아르떼365]는 무엇을 담고,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까?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전문가들을 만나 [아르떼365]를 향한 기대와 해법에 대해 의견을 나눠보았다.
[특집] 아르떼 365,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까?
① 전문가 좌담②독자 좌담
일시 | 2016. 3. 23(수) 오후 3시
장소 | 북카페 ‘달빛에 홀린 두더지’
참석자 | 김소연 (연극평론가, 전 [weekly@예술경영] 편집장), 김인설 (전남대학교 문화전문대학원 교수), 민병은 (문화집합36.5 대표, (사)한국문화의집협회 이사), 박형주 (하자센터 기획부장)
사회 | 김자현 (대외협력팀 팀장)
지난 10년간 문화예술교육 정책과 사업 환경이 달라지면서 [아르떼365] 역시 많은 발전과 진화를 겪어왔다. 이제 새로운 출발선에서 [아르떼365]가 담당해야할 본연의 역할을 고민해보고자 문화예술교육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신 선생님들을 초대했다. 먼저 문화예술교육 전문 웹진으로서 관련 분야 종사자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문화예술교육의 이슈와 방향을 담는 공론장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으면 좋겠다.
김소연 [아르떼365]는 기관지다. 이건 아주 중요한 점인데, 바로 여기에서 이 잡지의 특징과 강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기관지라고 하면 일방적으로 기관의 사업을 홍보하는 홍보지를 떠올리는데, 기관 홍보를 하기 위해서라도 1차적으로 저널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저널이 뭔가. 정보를 나누고 소통하는 플랫폼이다. 그리고 소통이 이루어지려면 독자들의 수요를 잘 파악해야 한다. 기관지의 독자는 1차적으로 기관과 함께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다. 정치평론을 읽으려고 [아르떼365]에서 들어오지는 않을 것이다. 독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잘 파악하고, 말하고 싶은 것을 잘 듣고, 또 말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면 독자들은 당연히 모이고 이야기한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슈도 형성된다. 결과적으로 어떻게 ‘공론장’의 토대를 만드느냐의 문제이다.
민병은 대다수 독자들이 문화예술교육분야 종사자이고 독자설문조사에서 이슈나 방향에 대해서 관심이 있다고 응답했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결국 정책의 흐름과 방향에 따라서 독자층이 가져야할 태도나 위상이 달라지기 때문은 아닐까. 정책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르떼365]는 이런 이슈와 방향을 제시하기보다는 독자들이 있는 현장에서 찾으려고 한다. 서로에 대한 요구가 계속 맴돌고 있는 건 아닐까.
김인설 실제 예술강사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답답함을 들어보면, 정책사업의 단기적 속성에 대한 비난도 있지만, 오히려 무언가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되기도 한다. 수도권에는 이러한 기회가 굉장히 다양한 반면 지역은 공모사업에 올인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정책방향에 대하여 궁금해 하고, 고민하는 것 같다. 그리고 새내기 예술강사나 예술교육에 관심을 가지는 대학생 등은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정보가 차분하게 모아진 매체를 접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요구를 읽어내면서 한 편으로는 지역에서 발현되는 이슈를 발굴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민병은 정책은 연역적이라서 강제로 끌고 가는 구조로 되어 있지만 지역이나 동네에서 ‘사건’이 되는 것은 귀납적이다. 하다 보니 이루어져서 꽃이 피는 것이다. 두 가지 방향이 엄연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같이 이슈화되고 같이 논의되어야 하는 상황들이 답답하다.
김인설 하버마스(Jurgen Habermas)에 따르면 공론장은 ‘사회 구성원간의 합리적 토론을 통해서 사회구성원들 간에 보편적 이익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구축하는 담론적 공간’이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아르떼365]는 좋은 내용을 많이 담고 있지만 아직까지 ‘쌍방향’ 소통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미국 예술교육 잡지 [스쿨아츠 매거진(SchoolArts Magazine)]은 예술을 교육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예술교육자들이 직접 나서서 글을 쓰는 공론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 문화예술교육 커리큘럼이나 다양한 사례 등을 원고로 받을 수 있는 하나의 열린 장으로 기능한다. ‘칼럼’ 같은 코너를 이렇게 운영해본다면 그 안에서 씨앗이 발견되지 않을까.
  • 좌담회3
그동안 정보와 사례의 ‘전달’이라는 측면에서 고민을 해왔다. 앞으로는 ‘소통’과 ‘공유’의 통로를 마련해보려고 한다.
민병은 과연 기관지가 공론장으로서 어떻게 기능할 수 있을까. 지역의 바닥에 있는 수요를 끄집어내려고 한다는 점이 반갑고, 그렇게 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고민이 된다. ‘소통’과 ‘공유’도 좋지만 ‘참여’를 이끌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적극적인 개입이라고 한다면 ‘내 일’이라고 생각하는 지점까지 와야 한다. 내가 직접적으로 개입되고, 몸을 담고, 실천의 장으로서 문화예술교육 흐름 속에 있어야 한다. 과연 [아르떼365]에서 이 ‘참여’를 어떤 방향으로 풀어낼 수 있을까?
김소연 소통이 안 된다는 건 웹진보다는 정책의 문제가 크다. 그 다음은 툴(tool)에 관한 것인데 1990년대 말 인터넷이 확산되고 촛불집회 등을 경험하면서 새로운 민주주의가 시작될 것이라는 엄청난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어떤가. 인터넷이라는 툴만으로 공론장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최근 SNS의 양상을 보면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휘발되어버린다. 그런 점에서 툴이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다. 결국 관계를 만드는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그저 이야기를 쏟아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이야기를 통해 관계가 형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전달되고, 그래서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고 그러면서 나의 생각이나 집단의 의견이 변화하고 발전되는 과정을 만드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문화예술교육만으로 한정해 보더라도 이슈가 없는 것도 아니고 모르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그걸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해야 할지 잘 모른다. [아르떼365]가 궁금해 하고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을 말하는 물꼬를 터줄 수 있다면 어떨까. 물론 문화예술교육을 관장하는 공공기관으로서 백화제방 같은 논의들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웹진은 민원게시판이 아니다. 당장 정책을 만들고 사업을 만들지 않아도 된다. 먼저 독자들이 최소한 여기에서는 이야기할 수 있다는 신뢰를 얻는 것이 필요하다.
민병은 공론의 장으로서 성립된다는 것은 누구든지, 어떤 주제로든, 어떤 말이라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과연 가능할까 싶다.
김소연 부족한 점만이 아니라 긍정적인 역할이나 장점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술강사를 소개하는 ‘만나다’ 코너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 그 코너가 의미 있는 것은 예술강사들의 구체적인 현장을 누군가가 읽어준다는 사실 자체가 주는 격려와 감동이다. 문화예술교육 정책사업에 대한 여러 가지 비판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현장 속에서 열심히 일하는 어떤 사람이 있다는 것, 그 사람을 만나고 지켜봐주는 시선이 있다는 것, 그런 감동은 항상 남았던 것 같다.
김인설 그러한 것들이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서 나오면 좋겠다. 사실은 통로가 없어서 소개되지 못한, 각광받지 못한 예술강사들도 많고, 5년, 10년 이상 된 예술강사들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도 많을 것이다. 아까 언급한 [스쿨아츠 매거진]처럼 열려있는 플랫폼의 경우 다양한 노하우들이 공유된다. 최근호에서는 “초보 선생님을 위한 교실에서의 10가지 팁”을 소개했다.
‘현장’코너를 통해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다양한 사례를 담는 것 역시 중요한 부분이다. 다양한 현장 속에서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와 의미를 발견하고 공유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단순히 사례를 소개하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민병은 문화예술교육 관련 발표회에서 어느 마을 젊은 이장이 자신의 경험을 말하며, ‘예술강사’라는 사람들이 와서 뭘 할지는 모르겠으나 ‘우리 엄마가 색종이 접기를 한 번이라도 해봤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서 한번 해보기로 했다고 하더라. 누구와 이야기를 나누느냐에 따라서 또 다른 접점이 생기기 마련이다. 현장에 있는 예술강사, 기획자 외에도 예술강사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이 있을 수 있고, 프로그램에 참여한 다양한 사람들의 시선이 있을 수 있다. 학교 예술교육 같은 경우는 아이들이 예술교육을 바라보는 관점이 있을 것이다. 사람 중심의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프로젝트 중심으로 스토리를 풀어나가면 그 안에 녹아들어있는 사연이 사라져버린다.
김소연 더 이상 현장사례나 모델식의 접근은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다. 해외사례들도 흥미로운 사업 아이디어나 굉장한 결과를 보고 있자면 사례 그 자체보다 어떻게 이러한 발상이 가능할까, 이러한 사업이 가능하고 성공하게 되는 사회적 토대는 뭘까 하는 질문들이 남는다. 대체 저 사회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기에 이게 가능하지 하는 질문들이다.
민병은 [아르떼365]에서 보여주는 해외 사례들의 경우, 비주얼은 끝내주는데 거기에 대한 설명은 너무 함축적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줬으면 좋겠다.
  • 김인설
  • 민병은
  • 박형주
  • 김소연
왼쪽부터 김인설, 민병은, 박형주, 김소연
정책사업 현장을 넘어 보다 다양한 사례와 이슈를 발굴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도 시작하려고 한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에 밀접하게 닿을 수 있는 이슈에 좀 더 다가갈 필요를 느낀다.
김소연 사실 기관에는 굉장히 많은 정보가 모여 있다. 그걸 잘 정돈하고 가공해서 독자들, 그러니까 현장에 잘 전달하는 것이야말로 기관지의 기본적 역할이다. 기관지는 많이 발행되는데 그러한 기본적 역할에 대한 고민이 진전되고 있지 못한 것 같다. 그런데 이게 잡지만의 문제가 아니라, 기관 내에 많은 사업들이 있으면서도 서로 간의 정보 소통도 잘 안 되는 경우들도 많다. 독자와의 소통만이 아니라 기관 내의 협업 또 지역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이하 지역센터)와의 소통을 위해서도 잡지가 할 일이 많다. 기관지들이 기관을 일방적인 홍보하는 게 아니라 이걸 잘 활용해서 자기 사업의 툴로 써야 한다. 예를 들면 ‘만나다’에 소개할 예술강사를 추천받기 위해 지역센터별로 돌아가면서 한 번씩 연락하며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다. 의외로 지역센터마다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고민과 현황이 조금씩 다르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소통하고 쌓으면 새로운 이슈가 발굴될 수 있다. 기관지라고 해서 기관 사업만 홍보할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교육이라는 큰 틀 안에서 지역센터의 활동을 널리 알려줄 필요와 역할이 있다.
박형주 지역에서는 옆에서 지켜봐주고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대해 안심을 얻지만 한편으로는 정책을 따라가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계속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으려고 한다. 지역이 아닌 아이디어에 맞춰가려다가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단순히 지역을 소개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삶이 어떤 구조 속에 놓여있는지를 읽어주는 게 중요하다. 사건이 되려면 하나하나의 사례를 소개해주는 것이 아니라 이 사례와 다른 사례, 그 삶의 구조 안에서의 관계를 연결시켜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어쩌면 비평 그룹이 양성되거나 ‘지역 통신원제’가 다시 생겨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어느 시점부터 지역의 사람과 사건의 관계 구조를 읽어주는 사람이 없다. 그저 외부에서 디자인되는 방식이다. 옆에서 계속 자세히 읽어주는 사람들이 부재하다. 지역 통신원 글이 전문가에 비해 조금 떨어지더라도 꾸준히 자기 지역을 살피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생기면 중요한 문화 인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내 삶과 지역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새로운 기획이 나올 수도 있다.
현장의 모습을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담을 것인가에 대한 부분까지 넓혀진 것 같다. 잘 읽어준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봤으면 한다.
김소연 단순한 리포팅을 넘어서 구체적인 성장을 읽어주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경기도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모니터링을 여러 번 했는데, 기획서상으로는 별로 흥미롭지 않았지만 현장 모니터링을 해보면 반짝반짝 빛나는 프로그램이 많았다. 굉장히 좋은 것을 가지고 있는데 기획서 안에서 그걸 설명하지 못하고 똑같이 틀에 박힌 기획의도와 프로그램 소개를 한다. 읽어줄 사람이 없다보니까 내가 지금 무엇을 잘 하고 있는지 모르는 것이다. 비평이든 리포팅이든 조금 더 나아가서 가치를 발견해내는 그런 작업도 많이 필요하다.
박형주 작년 연말에 진행한 독자설문조사를 보면 [아르떼365]가 흥미롭고 유용하고 신뢰할 수 있지만 이해도는 좀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온다. 어렵고 개념적인 이야기들이 확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해가 안 된다’는 부분의 문제는 무엇이며, 이것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보다’라는 것을 한 번 새롭게 생각해보자. 전문가만 보는 게 아니라, 예술강사와 전문가가 ‘서로 보는’ 작업을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렇게 가능성을 조금씩 타진해보면 좋겠다. [아르떼365]는 지금 최선은 아니지만 나름 잘 하고 있다. 오히려 다른 식의 담론을 만들어내고 주도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르떼365]가 담론의 생산자라는 것에 대한 가능성, 희망을 보여줘야 한다.
민병은 우리나라에서 ‘보다’라는 말의 폭이 넓다. 만져보다, 먹어보다, 마주보다… 그걸 활용해서 여러 가지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김인설 읽어주는 사람이 과연 따로 필요한지 의문이 든다. 과정 안에 깊은 고민이 들어있는데 그걸 2~3시간 관찰한다고 해서 다양한 반짝거림을 내가 다 잡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읽어줄 사람이 없다기보다는 표현할 기회가 없는 것일 수도 있다. 자신이 가진 것을 풀어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굳이 다른 누군가가 읽어주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어떠한 방식으로든 보여줄 예술강사들도 있다. 자발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냈을 때 퍼지는 파장의 효과는 훨씬 더 깊이 있게 울리지 않을까.
민병은 작년 한 단체를 소개받아 꽤 오랜 시간 현장을 방문하고 인터뷰해서 현장 스케치 글을 썼는데, 그 단체는 “우리가 이렇게 멋진 것을 했어?”라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문화예술교육 판에 있는 교육자들은 본인이 얼마나 빛나는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늘 바닥에서부터 일했기 때문에 남들도 똑같이 다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자발적으로 “나는 빛나요.”라며 나서면 좋겠지만 그걸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옆에서 보면 너무 중요하고 괜찮은 일을 하고 있다. 이들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어도 제3의 시각으로 여러 무대를 볼 때 이들이 상당히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해서 분석해서 쓰는 것이 아니라 정말 좋은 일이라고 짚어주고 얘기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박형주 모니터링을 다니다보면 어떤 사람은 이 포인트를, 다른 사람은 다른 포인트를 토대로 현장을 본다. 비평, 모니터링에는 특정 사람의 관점이 들어가 있다. 그러면 이 포인트를 한 방향으로 맞추지 말고 지역 맵핑(mapping)을 해보면 어떨까. 각 지역마다 모니터링 하는 포인트, 그 관점이 무엇인지를 맵핑하면 그 지역이 어떤 다른 점이 나타나는지를 알 수 있다. 한 축에서는 이슈를 발굴해내는 것도 있지만 다른 축에서는 이런 부분들을 계속 읽어주고 맵핑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김소연 소통의 자리를 만드는 것까지는 각 지역센터가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구슬을 꿰는 방법을 잘 모른다. 이 부분에서 잡지의 역할, 바로 기획력이 필요하다. 그런 부분에서 지역을 넘나들며 문화예술교육을 꿰고 있는 [아르떼365]가 있지 않나.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형식들을 개발해내야 한다. ‘이슈’도 물론 중요하다. 예술강사와 같은 이슈,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하지 못하고 있는 것들을 다뤄야 한다. 물론 부담스럽다. 그래서 [weekly@예술경영] 만들 때 생각했던 것이 ‘정보는 이슈처럼, 이슈는 정보처럼’이다. 이슈라고 해서 잡지가 그냥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으로 역할을 다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터져 나오는 목소리들에서 비어있는 것들, 아직 드러나지 않은 말들이 드러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기관지라는 역할이 할 수 있는 것이 그것 아니겠나. 이슈를 진전시키는 것은 결국 현장이다. 현장에서 만나는 좋은 문화예술교육자는 여러 가지 정책들을 자기 안에서 통합하면서 자신만의 교육방식과 지향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현장을 읽어줌으로써 정책이 채워지는 것이다. [아르떼365]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역할은 무책임한 자아반성이나 비판이 아니라 현장이 이슈를 생산할 수 있도록 정책을 손봐주는 것도 아니고, 의외로 멀리 떨어진 얘기도 아니다.
김인설 읽어주는 관점도 분명 중요하지만 현장에서의 날것의 목소리를 잘 담아낼 수 있는 게 중요하다.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 통로가 보장된다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인터뷰 중심의 질적 연구를 많이 하면서 여러 예술강사를 만나고, 수혜 청소년, 소년원 아이들을 인터뷰하였는데 그들은 굉장히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화술을 가졌다. 이런 사람들이 자신의 영역을 이야기 할 때 얼마나 빛날 수 있을까. 단순히 하나의 딱딱한 연구보고서 포맷으로만 이들의 이야기가 남아버리는 게 아쉽다. 이런 밸런스가 잘 맞으면 좋겠다.
박형주 여러 지역을 다니다 보면, 서울이나 경기도는 기회도 많고 자원이 있지만 다른 지역들은 자원이 없거나 결핍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곳이 많다. 하지만 사실은 아무런 자원이 없어도 그 안에서 재미있게 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17개 시·도를 동시에 풀기 어렵다면 한 지역을 1년 동안 꾸준히 취재를 해보는 것도 방법일 것 같다. 동시에 여러 지역을 읽다보면 고만고만한 차원에서 정리될 수 있어서 오히려 웹진에서 의도적인 모델을 만드는 작업을 하면 어떨까. [아르떼365]가 다르게 읽는 시선을 보여주기도 하면서 함께 훈련하는 창구가 되겠다는 생각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 좌담회1
  • 좌담회2
이제 거의 이야기가 정리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아르떼365]를 위해 한 말씀 더 부탁드린다.
김소연 모든 걸 다 잘하려고 하지 말고 그 중에 하나라도 잘 기획해서 성공시키면 좋겠다. 모든 정책사업의 문제는 지속성이다. 아무리 기획이 부족한 사업이라고 해도 5~10년만 하면 현장이 또 제도나 정책의 부족한 부분들을 채우면서 움직인다. 문제는 정책이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에 매달려 있다는 것이다. 정책이 지속성이 없고 정책의 영향을 받는 현장은 거기에 적응해야 하고 그러다보니 자생력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아주 작은 사업이더라도 연속성만 있어도 의외로 구체적인 실마리들이 나올 것이다.
민병은 하나를 갖고 느리게 천천히 다루어 볼 수 있다면 좋겠다. 일주일에 한 번씩 발행을 하면 정보가 유통이 되면서 그 안에 중요한 것들이 사라지기도 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감동이 텍스트로 옮겨지면서 휘발되는 것이 많다. 그런 것을 천천히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바라보고 가게 되면 휘발되는 정보, 일주일마다 사라지는 이야기를 넘어서 무언가가 생기지 않을까.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와 역할을 이야기할 때도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키워드, 또는 놓치지 말아야 할 몇 가지 언어, 표현들을 잡고 깊숙이 들어가면 좋겠다. 여러 사람들이 한 가지 같은 관점으로 가치 있게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면 그것은 짚어볼만한 거다. 정책에서 제안하는 것보다 바닥에서 필요한 것들을 잡아낸다면 많은 것이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지 않을까.
김인설 [아르떼365]와 몇몇 다른 기관 웹진을 비교해보면 제목이 약간씩 다를 뿐 구성은 비슷하다는 느낌이다. [아르떼365]가 열린 창구로서 현장의 기고문을 받기 시작하면 그건 새로운 시도일 것 같다. 물론 에디터가 글을 매만져야 하는 작업이 있을 수도 있고, 기고문이 너무 많이 들어오거나 안 들어와서 곤란할 수도 있지만, 그 창구를 한 번 열어본다는 건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이 창구를 안다면 주변에 잘하는 사람을 누군가가 소개할 수도 있을 것 같고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길 것 같다. 공론장의 역할을 지향하고 있는 해외 웹진들은 열자마자 누구나 관심 있는 사람은 원고를 보낼 수 있고, 소정의 원고료도 제시해놨더라. 너무 이상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 오랫동안 현장에서 활동한 교사, 예술강사, 문화예술교육자, 기획자는 각자의 관점에서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을 것 같다. 칼럼은 창구를 통해서 제보를 할 수 있게끔 만들어 놓으면 들어오는 글의 동향을 볼 수도 있고 자료로도 쌓일 수 있을 것이다.
김소연 독자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문화예술교육 분야 종사자 외에도 교직원, 심리상담사, 도슨트 등 ‘교육’과 관련된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이런 독자들이 필요하다. 기관과의 연계가 아니라 문화예술교육과의 연결들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서 협력기관과의 네트워크나 협업이 빛을 발하는 순간, 그런 사례들을 발굴하고 네트워크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구체적인 현장에서 좋은 사례들을 발굴하고 그 의미를 짚어주는 게 중요하다.
김인설 참여자의 관점에서 어떠한 영향을 받았는지에 대한 인터뷰를 쌓는 것도 좋은 자료가 될 것 같다. 문화예술교육 30회차에 다 참여한 경찰관에게는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광주에서는 남성분들의 문화예술교육 욕구가 높다. 어머니 세대를 위한 ‘경자씨의 재봉틀’이 끝나고 나서 50~60대 남성을 대상으로 ‘병태씨와 고래사냥’을 진행했는데, 평생 물감칠 해보지도 못하고 일만 했던 분들이 많이 참여한다. 그런 참여자들이 무엇을 느꼈는지에 대한 칼럼이 나와도 좋을 것 같다.
박형주 정책 대상이 넓어진 만큼 그들에게는 어떤 문화예술교육이 필요한지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청년이나 어르신, 혹은 베이비붐 세대의 삶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연구자료를 토대로 프로그램을 기획하면 안 된다. 사람을 읽는 작업들이 필요하다. 2016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우리는 그들의 문화 속에서 어떻게 만나야 하는가? 웹진이 이런 사람을 읽는 작업을 할 수 있을까? 바로 지금의 이슈, 트렌드만 쫓다 보면 삶의 모습들이 안 보이는 것 같다. 이에 대해 계속해서 질문하는 코너가 있어도 좋을 것 같다. 내용과 콘텐츠 중심의 시선이 아니라 사람을 봐야 팍팍한 세상에서 삶을 어떻게 전환해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생길 것이고, 그럴 때 문화예술교육이 수단과 가치로서만 조명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언어, 삶을 함께 나누려고 하는 문화예술교육의 언어로 보이는 것이다.
김소연 우리가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아르떼365]가 너무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아르떼365]는 이미 문화예술교육계 정보 유통에서 일정한 독자 지분을 가지고 있다. 너무 앞서가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천천히 꾸준히 해 나가야 한다. 5년 쯤 되었을 때 진가가 나오는 기사를 기획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공공기관 매체가 해야 할 일이다.
[아르떼365]가 시도해볼만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조언을 아낌없이 해주셔서 감사하다. 전문가 좌담에 이어 3월에 진행한 정보수요조사에 응한 독자들과의 좌담회도 진행하게 된다. 앞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독자들과 소통을 해보고자 한다.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문화예술교육 전문 웹진으로서 [아르떼365]가 해야 하는, 할 수 있는 역할을 꾸준히 해나가고자 한다. 잘 지켜봐주시길 부탁드린다.
김소연
김소연

연극평론가. [컬처뉴스] [weekly@예술경영] 편집장을 지냈다. 경기문화재단 <커뮤니티와 아트> 콜로키움을 기획하고 편집했다. 무대가 어떻게 세상과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으로 글을 쓰고 잡지를 만든다.
kdoonga@naver.com

김인설
김인설

전남대학교 문화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청소년문화포럼 편집위원, 한국문화경제학회 학술이사, 한국문화예술경영학회 국제교류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커뮤니티 아트, 문화예술교육, 예술치유, 문화거버넌스 및 네트워크로 예술을 통해 창출할 수 있는 사회자본 및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가치가 주요 관심분야다.
insul.kim@gmail.com


민병은
민병은

동네에서 문화예술이 사람들에게 숨 쉴 통로가 된다는 것을 지켜보았다. 생활문화와 관련된 일들을 기획하고 실행하고 있으며 문화예술을 통해 자유로운 개인에 대한 모색과 이들의 연대가 가능한 구체적 실천방안을 찾고 있다.
be-min@hanmail.net

박형주
박형주

하자센터 기획부장으로서 지속가능한 사회와 삶을 위한 학습생태계를 실험하며, 10대들이 삶의 상상력을 잃지 않고 협력적 자아를 가진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해 갈 수 있도록 판을 벌이는 일을 하고 있다. 경기문화재단 문화예술교육 웹진 편집위원,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자문위원, 광주문화예술교육센터 팀장 등을 역임했다.
ollze21@gmail.com

사진 _ 마루스튜디오

정리 _ 상상놀이터
정리 _ 상상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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