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와 장소에 관한 유용한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모아놓은 지도, 하지만 지도에 이러한 정보만 담겨져 있을까요? 지도에 그려진 서로 다른 기호와 선을 감상하다보면 그 섬세한 표현들이 마치 잘 그려진 하나의 예술작품을 보는 것 같은 감탄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또한 문화예술교육적 가치가 더해지면 지도는 즐거운 상상을 끊임없이 할 수 있는 예술도구로 거듭나기도 합니다. 지도를 활용하여 나만의 특별한 작품을 만들고, 재미있는 놀이를 해보면 어떨까요? 지도를 활용한 다양한 예술놀이를 만나보세요.
떨어진 공간을 칠하고 연결하면
지도 인물화로 유명한 영국의 일러스트 작가 에드 페어번(Ed Fairburn)을 아시나요? 그의 지도는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담고 있어 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냅니다. 페어번의 지도 인물화 작품 ‘인문지리학(Human Geography)’은 오로지 잉크와 연필만으로 지도에 그려진 선을 따라 덧칠하고 꼼꼼하게 십자가 모양 음영을 넣는 크로스해치(Crosshatch) 기법을 활용하여 만들어집니다. 페어번은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마을 지도나 나라 지도에서부터 시작해서 철도 청사진, 별자리표, 지질도 등 다양한 형태의 지도 위에 사람의 얼굴과 모습을 그립니다. 사람의 얼굴을 그려 넣는 과정에서 지도 속 도로, 철도, 등고선, 산맥에 맞춰 음영을 주는 그의 그림 기술을 보면 그가 얼마나 지도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의 이런 노력은 지도 속 기호와 선들이 마치 핏줄과 지문처럼 입체적인 얼굴을 만들어내는 효과를 줍니다. 지구상에 널리 퍼져 살아가는 인류의 다양한 모습을 표현하는 페어번의 ‘인문지리학’, 어떠셨나요?
이동하는 경로를 그림으로 남기다
2015년을 코앞에 두고 누군가가 온라인에 메시지를 남깁니다. “행복한 2015년 되세요!(Happy 2015!)” 누구나 남길 수 있는 이 메시지가 왜 특별하냐고요? 이 메시지는 바로 자전거와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를 활용하여 독특한 방식으로 남겨진 메시지이기 때문이죠! 스티븐 룬드(Stephen Lund)의 취미는 GPS를 연동시켜 이동경로, 거리, 시간 등을 기록할 수 있는 온라인 앱 스트라바(Strava)를 통해 자신의 라이딩 정보를 기록하는 것입니다. 주로 캐나다 빅토리아 지역(Victoria, Canada)에서 라이딩을 즐기는 그는 어느 날 지도를 보며 가장 익숙한 길을 가장 낯선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냅니다. 2015년을 기리는 첫 GPS 그림(GPS Doodles)을 시작으로 그는 지도를 캔버스 삼아, 자전거를 붓 삼아 영화·만화·게임 속 캐릭터, 자전거 탄 남자, 다양한 동물과 곤충, 각종 메시지 등을 그려냅니다. GPS 낙서를 시작하기 전 그는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에서 지도 속 모든 길을 색칠합니다. 그런 다음 색칠된 길이 어떤 이미지를 연상시키는지 상하좌우로 자세히 봅니다.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으면 그 이미지대로 길을 다시 색칠해서 오늘의 라이딩 경로를 정하는 것이지요. 그의 기발한 아이디어는 삽시간 온라인으로 퍼졌고 스트라바를 통해 그의 그림을 접한 라이더들은 자신만의 GPS 그림을 그리며 캠페인을 이어나가기도 합니다. GPS 예술가로 거듭난 스티븐 룬드처럼 여러분도 새로운 경로를 개척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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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동경로2
  • 이동경로2
관련링크 (이미지 출처)
http://gpsdoodles.com/
지도 위에 늘어뜨린 줄
형형색색 선을 지도 위에 늘어뜨려서 나만의 의미 있는 장소와 공간을 표현해보세요. 노선도, 세계지도, 마을 지도 등 원하는 지도를 골라 종이 상자, 나무 판 등에 고정시켜주세요. 지도의 윤곽을 따라 압정이나 못을 박아주세요. 자, 이제부터 즐거운 놀이를 할 시간이에요. 빈 공간을 색칠하는 느낌으로 못에 실을 걸어서 공간을 채워주세요. 어떤 색상의 실을 어디에 거느냐에 따라 다양한 효과를 줄 수 있습니다. 그런 다음 배경으로 고정된 지도를 찢어서 없애면 실로 이루어진 지도만 남게 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지도는 외형적으로 예쁘기도 하지만 특별한 의미를 담아 낼 수도 있어요. 예를 들면 내가 주로 이동하는 길은 톡톡 튀는 색실로 눈에 띄게 표시해보세요. 이 지도의 제목은 ‘나의 일상 지도’가 되지 않을까요? 혹은 집이나 특별한 장소에 동그라미, 하트, 다이아몬드 등 원하는 모양으로 못을 박으면 나만의 특별한 장소를 기록한 지도가 완성되기도 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보물찾기를 해보거나, 특별한 사람만 알아챌 수 있는 비밀 지도를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김다빈
김다빈 _ 상상놀이터
beyondlisa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