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를 대표하는 사진작가 앙리 카르띠에 브레송(Henri Cartier-Bresson, 1908~2004)의 등장으로 사진은 순간의 움직임과 생동감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는 예술의 한 장르로 재조명받게 되었습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찰나의 순간을 영원으로 남기고 싶은 인간의 욕망”이란 말을 남긴 것처럼 사람들은 기억과 시간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사진에 열광하였습니다. 과연 움직임을 포착하거나 기록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새로운 방식으로 움직임을 포착하고 기록하는 예술가들의 도전과 예술놀이를 소개합니다.
셸 위 댄스?
사람의 몸과 몸짓에는 개인의 역사와 이야기가 녹아들어 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내 몸 안에 축적된 움직임을 발산하고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모습이 남을까요? 손과 발이 뻗어지는 대로, 몸이 움직이는 대로 그 순간들을 남겨 보세요. 손발에 숯을 끼우고, 온 몸에 물감을 묻히고 종이 위에서 마음껏 춤을 추면 나의 몸이 하는 이야기가 종이 위에 고스란히 기록됩니다. 빙글빙글 돌아보기도 하고, 바닥에 누워보기도 하고, 우아한 손짓을 하며 여러 가지 방식으로 몸을 움직여서 그림을 완성시켜 보세요. ‘춤으로 그리는 그림’은 많은 예술가, 작업자들이 시도하는 실험 중 하나입니다. 춤으로 그림을 그리면 영감을 받기도 하고, 또 다른 장르와 융합한 새로운 놀이가 되기도 합니다. 가벼운 무용이나 발레에서부터 시작해서 경쾌한 탭 댄스, 재즈, 힙합까지 다양한 장르에 따라 그림의 느낌이 달라지는 ‘춤으로 그리는 그림’, 우리도 함께 춤춰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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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 dance drawing
- (출처:https://www.youtube.com/watch?v=bOiArQvlzK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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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 Out The Box – The B-Boy Paint Project (breakdancing)
- (출처:https://www.youtube.com/watch?v=NJjhH-SJzFo)
휠체어로 그리는 세상
제프 나크티갈(Jeff Nachtigall)은 지역주민, 장애인과 소통하며 예술 활동을 하는 예술가이자 사회적기업가입니다. 그는 휠체어를 거대한 붓으로 변신시킬 수 있는 기동성 페인팅 장치(Mobile Painting Device, MPD)를 발명합니다. 어떠한 휠체어에도 쉽게 탈부착이 가능하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이 장치는 의외로 복잡한 첨단 기술이 아닌 저급 기술(Low technology)로 재탄생한 장치입니다. 오래된 휠체어에서 떼어낸 부품과 깔때기, 바퀴를 고정시키고 강력 접착테이프로 보완하여 완성된 MPD. 이 장치를 휠체어에 부착시키면 깔때기에 담긴 물감이 펠트로 감싸진 바퀴 위로 떨어지면서 부드럽고 정교한 선이 그려집니다. 몸을 움직이는 게 불편한 사람들도, 한 번도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다는 사람들도 이제는 쉽고 즐겁게 그림을 그립니다. 캐나다 사스카툰(Saskatoon, Canada) 지역에는 이 혁신적인 장치로 다 함께 그린 거대한 그림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 그림의 크기는 가로 70피트(약 21.3m), 세로 20피트(약 6.1m)입니다. 그림을 그리는 미술 도구가 커진 만큼 캔버스도 커지고, 보다 많은 지역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게 된 셈입니다. 자칭 ‘맥가이버’가 되었다는 제프는 “(MPD가) 보기에는 예쁘지 않다”며 웃었지만 이는 문화예술의 영역을 넓히고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 시도임은 분명합니다. 휠체어의 움직임 자체가 예술이 되었으니까요.
여기에서 그 곳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손 그림과 글씨를 한데 모은 지도가 있다면? 여기 재미있는 실험을 한 예술가가 있습니다. 일본 작가 노부타카 아오자키(Nobutaka Aozaki)는 기념품으로 산 야구 모자를 눌러쓰고 백화점 쇼핑백을 든 관광객으로 변신하여 미국 맨하탄(Manhattan, USA) 거리 곳곳에서 처음 보는 행인들에게 길을 물어봅니다. 맨하탄에서 오랫동안 거주하며 활동한 그는 누구보다도 지리를 잘 알 텐데 왜 길을 물어보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바로 2012년부터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여기에서 그 곳까지(From Here To There)’ 프로젝트를 위해서입니다. 그는 매일매일 길가에서 만나는 행인들에게 종이와 펜을 건네며 목적지까지 가는 길을 그려달라고 요청합니다. 오늘은 일본 가이드북에서 추천하는 유명 관광지를, 그 다음 날은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을 물어보며 그들이 그려준 손 그림 지도를 수집해왔습니다. 그렇게 수집한 지도를 연결해서 제작한 맨하탄 지도에는 노부타카 작가의 움직임의 순간들과 더불어 수많은 사람들의 시각과 그림들이 담겨있습니다. 여기에서 그 곳까지, 여러분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함께 길을 따라 이동하였나요?
- 관련링크(이미지 출처)
- http://www.nobutakaaozaki.com/maps.html
- 김다빈 _ 상상놀이터
- beyondlisa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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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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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 흥미롭고 자극되는 영상과 글 잘 보았습니다.
언제 dance drawing을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좋겠네요. 아이들과 이런 수업 흥미로울 것 같아 시도해보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이런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은 따로 없나요? 정말 흥미롭게 보고 갑니다 !!!:-)
정말 좋은글이에요! 잘읽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