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에 눈으로 뒤덮인 세상은 새하얀 겨울 왕국과 같아 많은 사람들의 동심을 자극합니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첫 눈이 내리고 한 겨울의 추위를 피부로 실감하는 시기가 찾아왔습니다. 펑펑 내리는 눈이 누군가에게는 성가시고 짜증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 시기에만 맞이할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기도 합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눈이 오는 겨울을 마음껏 즐겨보세요. 새하얀 도화지, 지도 혹은 메모장으로 변신한 눈 위에 다양한 이야기를 남기며 그 매력에 빠져보세요. 눈이 내리면 할 수 있는 신나는 예술놀이를 소개합니다.

마음 속 메시지는 벽에 남기자!
[영상] NosE La Nariz의 ‘눈 그래피티(Snow Graffitis)’
(출처: https://vimeo.com/9332979)
올해 3월 말, 미국 일리노이주(州) 북동부에 있는 시카고(Chicago)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 벌어졌습니다. 추위가 조금씩 풀려야 할 시기에 도시 전체에 눈보라가 들이닥쳤기 때문입니다. 많은 시민들은 예상치 못한 눈보라에 불평불만을 호소하였습니다. 스페인 출신 거리 예술가 노제 라나리즈(NosE La Nariz)만 제외하고는 말이죠. 그는 오히려 이 기회를 활용하여 재미있는 작업을 실행에 옮깁니다. 바로 눈 그래피티(Snow Graffiti)입니다. 오래 전부터 눈으로 글씨를 쓰는 작업을 해 온 노제는 겨울이 오면 미국 시카고 도심 곳곳을 돌아다니며 건물 외벽에 눈으로 메시지를 쓰곤 했습니다. 길을 가던 시카고 시민들은 ‘바꿀 수 없는 것에 대해서 불평하지 마세요(Don’t Complain About What Can’t Be Changed)’ ‘해는 없지만 즐기세요(No Sun but Fun)’ ‘시간이 모두 해결해줄 거예요(It’s A Matter of Time)’와 같은 노제의 메시지를 보며 미소를 되찾습니다. 여러분도 눈으로 쓰고 싶은 메시지를 남겨보세요. 눈으로 하는 그래피티는 기온이 따뜻해지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 때문에 벽에 쓴 낙서를 단속하는 경찰이 달려올 일도 없으니까요.

눈으로 뒤덮인 나만의 스케치북
소복이 쌓인 눈으로 뒤덮인 땅은 마치 넓은 도화지와 같습니다. 광활하게 펼쳐진 도화지를 다양한 그림으로 채워보면 어떨까요? 오늘 하루는 예술가가 된 기분으로 밖으로 나가보세요.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필요한 준비물은 물감, 붓, 그리고 작은 병입니다. 그림을 그리기 전 팔레트에 물감을 짜듯 병에 원하는 물감을 적당히 덜어주세요. 팔레트나 평평한 판을 사용해도 괜찮지만 병처럼 오목한 것이 가장 적합한 이유는 그림을 그리면서 들고 있기도 편하고 눈에 꽂아서 고정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준비가 끝났으면 나만의 거대 아틀리에에서 그림을 그려보세요. 도화지가 너무 커서 뭐부터 그릴지 모르겠다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나뭇가지로 네모 틀을 만들면 나만의 작은 캔버스가 생깁니다. 캔버스 안부터 조금씩 그림을 채워보세요. 위대한 예술가도 때로는 창작의 고통을 느끼며 낙서하는 시간을 가졌을지도 몰라요. 노트 위에 낙서 하듯 눈 위에도 마음껏 끄적이며 게임도 즐겨보세요. 나뭇가지, 돌멩이, 나뭇잎 등을 활용하면 빙고나 틱택토(Tic Tac Toe, 9개의 칸 속에 두 사람이 번갈아 가며 O나 X를 그리고 먼저 한 줄을 만드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 같은 게임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길을 찾아 떠나는 위대한 모험
이번에는 예술가가 아닌 모험가의 마음으로 예술놀이에 임해보세요. 삽과 양동이, 빗자루, 쓰레받기와 같이 눈을 파낼 수 있는 도구를 모두 꺼내서 밖으로 나와 보세요. 모험을 떠나기 전에는 꼭 무릎까지 올라오는 부츠를 신어서 바지가 젖는 걸 방지하세요! 이제 흰 눈을 지도라고 생각하고 그 위에 길을 만들어보세요. 출발지와 도착지점을 정하고 목적지로 가기까지 원하는 방향으로 마음껏 발자국을 남깁니다. 어느 정도 길이 정해지면 준비한 도구로 눈을 파서 더욱 선명한 길을 만들어주세요. 쉽게 지워지지 않도록 깊숙이, 아주 깊숙이 길을 냅니다. 중간 중간에 막힌 길을 만들거나 장애물과 보상을 넣어두면 더욱 그럴싸한 미로가 완성될 거예요. 자,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위대한 탐험을 시작해볼까요? 서로가 만든 출발지점에서 새로운 길들을 탐험해보며 요리조리 길을 찾아 탈출해보세요! 누가누가 먼저 미로를 탈출할 수 있을까요?

김다빈 _ 상상놀이터
김다빈 _ 상상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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