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나누는 예술

인생을 나누는 예술

미국 노인 문화예술교육 사례

지난 5월 미국 비영리기관인 국립창의노년센터(NCCA, National Center for Creative Aging)의 컨퍼런스가 개최되었다. 국립창의노년센터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고령 인구와 그에 따른 사회적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노년과 예술이라는 두 키워드를 중심으로 매년 활발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65세 이상 노년층이 현재 세계 인구의 약 8.2%를 차지하고 있고(2015.9월 기준), 2030년 대한민국은 4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 사회가 될 것이라고 예측된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을 두고 혹자는 ‘노인 붐(elder boom)’의 시대라고 말하기도 한다.
우리는 ‘노인’ 혹은 ‘나이 듦’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릴 때, ‘노쇠함’, ‘무기력하고 보호 받아야할 존재’와 같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많은 노인예술기관에 비전을 제시해오고 있는 진 D. 코헨(Gene D. Cohen) 박사의 「창의성과 노년 연구(The Creativity and Aging Study)」 논문은 노인과 예술의 개념을 결합시켜 노년층에 대한 기존의 부정적인 인식을 잠재력 있는 이미지로 변화시켰다. 이는 노년층 삶에 미치는 예술 효과가 지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해외리포트에서는 노년층 문화예술교육의 다양화 및 세분화를 지향하는 미국 기관 ‘라이프타임 아츠(Lifetime Arts)’와 ‘노인이 나누는 예술(Elder Share The Arts)’의 사례를 통해 노인 문화예술교육 다양화를 살펴보고자 한다.

창조적 삶을 위한 예술
라이프타임 아츠(Lifetime Arts)
‘라이프타임 아츠’는 뉴욕 뉴 로셸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노인 문화예술교육 전문단체이다. 노년층이 전문적이고 질 높은 예술 프로그램 및 사회활동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전략을 수립하고 관련 단체들이 적합한 노인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Creative Aging programs)을 설계 및 운영할 수 있도록 고객맞춤형 컨설팅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라이프타임 아츠’의 대표 프로그램으로는 ‘라이프타임 아츠 공립도서관 이니셔티브(Lifertime Arts’ Public Libraries Initiative)’, ‘커뮤니티 레지던시(Community Residencies)’, ‘트레이닝 인스티튜트 워크숍(Training Institute Workshop)’ 등이 있다.

‘우리는 모두 나이 든다. 이는 불변의 사실이다. 나이 먹는다는 것은 일면 슬픈 일로 인식될지 모르지만, 늙는다는 것이 삶의 즐거운 과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예술 활동을 통해서 가능할 것이다.’

– 라이프타임 아츠

‘라이프타임 아츠’는 도서관을 어르신들의 예술교육 공간으로 활용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2008년부터 ‘라이프타임 아츠 공공도서관 이니셔티브(Lifertime Arts’ Public Libraries Initiative)’를 시행해오고 있다. 도서관을 예술 활동 공간으로 이용한다는 점이 기존의 노인 문화예술교육과는 구별되는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타깃은 예술 활동의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노인센터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어르신들이다. 북 메이킹, 사진, 미디어 예술, 시각 예술, 무용, 오페라 및 뮤지컬 등의 강좌를 운영 중이며 예술강사와 사서 간 협업 시스템을 구축하여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라이프타임 아츠’는 노인이 지속적으로 지적 · 창조적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커뮤니티 레지던시(Community Residencies)’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뉴 로셸 지역의 노인들은 고등교육기관 수준의 예술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고, 무용, 음악, 미술, 문학예술, 극장예술 분야의 전문 예술강사들을 통해 실험적인 작업 방식을 경험하게 된다. 또한 새로운 재료를 접하고 기술을 습득하는 기회를 제공받으며 노인들은 서로 예술적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협동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커뮤니티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은 레지던스가 새로운 네트워크 형성의 장이 되어 노년층의 소외감과 고립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라이프타임 아츠’는 뉴욕 전 지역의 예술강사를 대상으로 워크숍을 개최하는 등 노인 문화예술교육 예술가들의 역량계발에도 주목하고 있다. 늘어나고 있는 고령사회문제와 노인 문화예술교육의 트렌드에 발맞추어 전문성을 높이고자 하는 예술강사들을 위하여 11월 30일부터 4일간 ‘트레이닝 인스티튜트 워크숍(Training Institute Workshop)’을 개최한다. ‘라이프타임 아츠’의 전문가들과 함께하는 예술강사 멘토십 프로그램, 노인 문화예술교육 기획 세션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스토리텔링으로 인생을 나누다
노인이 나누는 예술
뉴욕 브룩클린에 위치한 ‘노인이 나누는 예술(Elder Shares The Arts)’은 노인을 수동적인 보살핌의 존재가 아닌, 예술 활동을 통해 자립할 수 있는 존재로 성장하도록 장려하는 비영리단체다. ‘노인이 나누는 예술’의 주요 프로그램들은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 공통된 역할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주로 가족, 집, 삶의 교훈, 터닝 포인트, 사랑, 직업 등의 개인 인생사 관련 테마가 스토리텔링의 주제로 구성되고, 지역사회의 전통문화와 역사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한다. ‘노인이 나누는 예술’이 제시하는 스토리텔링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 · 그룹별 이야기 나눔 활동을 통한 만성적 고립감 해소
  • · 새로운 대인관계 형성 및 의사소통 능력 향상
  • · 상상력/ 자기 표현력 증진
  • · 두뇌운동 촉진 및 기억력 관련 질환 예방

어르신들은 듣는 사람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생생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서 창의적인 표현 방식을 고민하게 되고, 그 과정을 통해서 예술 효과를 경험한다. ‘노인이 나누는 예술’의 주요 프로그램들로는 ‘라이프 콜라주(Life Collage)’ ‘가치 있는 글쓰기(Get Your Word Worth)’ ‘히스토리 어라이브(History Alive)’ 등이 있다.
그룹별 대화 형식으로 진행되는 ‘라이프 콜라주(Life Collage)’는 기억력 증진을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과거의 경험을 억지로 생각해내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텔링을 위해 기억을 더듬어가는 과정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두뇌 활성이 이루어지도록 돕는다. ‘라이프 콜라주’가 벌어지는 공간에서는 각자의 인생을 성찰해보는 시간을 갖게 되고 누구든지 스토리텔러가 될 수 있다. 또한 ‘노인이 나누는 예술‘의 강사들은 어르신들이 훌륭한 스토리텔러가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활동을 펼친다. 각양각색의 추억들과 인생경험은 다시 그림 그리기, 판화 제작하기, 가면 만들기 등의 예술작품으로 변형되어 탄생한다.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의사소통 능력이 향상되고, 작품 활동을 통해서 예술적 기량을 발전시킬 수 있다.
‘노인이 나누는 예술’은 작품전시 활동도 기획하여 ‘라이프 콜라주’에 참여한 어르신들의 작품을 지역사회 시민들에게 공개하여 그들의 창의적인 목소리를 공유 한다. 특히 2008년과 2009년에는 맨해튼 소재의 20개 노인센터와 협력하여 ‘집으로 가는 먼 길(A long Way Home)’을 주제로 휘트니 미술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과 성 베드로 교회(Saint Peter’s Church)에서 특별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 사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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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 나누는 예술 ‘라이프 꼴라주’
사진출처 : https://www.facebook.com/EldersShareTheArts/photos_stream

‘라이프 콜라주’가 대화 형식을 기반으로 이루어진 반면, ‘가치 있는 글쓰기(Get Your Word Worth)’는 어르신들의 글쓰기로 스토리텔링이 이뤄진다. 이 프로그램은 노인들이 지역사회의 아마추어 작가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블로그 ‘워즈워스(Wordsworth)’를 운영하여 그들의 글을 게재하고 매년 아마추어 작가가 직접 작품을 낭독하는 이벤트를 열어 지역시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히스토리 어라이브(History Alive)’는 노인 세대의 이야기를 청소년 및 젊은 세대에게 전달한다는 측면에서 뉴욕의 모든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세대통합 예술(Intergenerational Arts) 프로그램이다. 청소년 교육기관과 노인복지기관의 파트너십을 통하여 스토리텔링과 접목된 공연예술, 시각예술, 작문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공동 작업이 진행된다. 청소년들은 노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창작활동을 함으로써 그들의 삶을 공감하고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면서 의미 있는 관계로 나아간다.
뉴욕 주 교육부는 뉴욕 주 교육 표준(New York State’s Learning Standards)이라는 가이드를 제시하여 뉴욕 공립학교의 학생들이 분야별로 적절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제공 분야는 예술, 직업개발, 영어, 제2외국어, 수학, 과학, 기술로 구성되어 있다. ‘히스토리 어라이브’는 뉴욕 주 교육 표준의 예술교육지침을 따르고 있어 학생들이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하고 있는 한편, 학생과 노인 모두가 지역사회 예술 활동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미국 노인 문화예술교육의 사례들은 빠르게 나이 들어가고 있는 사회와 이에 따른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의 결과물일 것이다. 지난 수년간 우리나라도 노인 문화예술교육의 성장을 위한 수많은 고민들을 해왔다. 이제 또 다른 도약을 위한 접근방식의 다각화가 필요한 시점에 놓여있다. 노인 문화예술교육의 다양화 노력에 따라 앞으로 맞이하게 될 노년 삶을 더욱 행복한 모습으로 가꿔갈 수 있지 않을까.
참고자료
· Gene D. Cohen , 「창의성과 노년 연구 (The Creativity and Aging Study)」, The George Washington University, 2006
· 국립창의노년센터 NCCA http://creativeaging.org/
· 라이프타임 아츠 홈페이지 http://www.lifetimearts.org/
· 라이프타임 아츠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lifetimearts
· 노인이 나누는 예술 홈페이지 http://www.estanyc.org/
· 노인이 나누는 예술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EldersShareTheArts
· 블로그 워즈워스 https://getyourwordsworth.wordpress.com/
· 뉴욕 주 교육 표준 관련 사이트 http://www.p12.nysed.gov/ciai
김문경 _ 정책연구팀
김문경 _ 정책연구팀
mkkim@arte.or.kr

3 Comments
  • author avatar
    youngsun 2015년 10월 20일 at 2:19 PM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노인들의 경험과 그들의 스토리를 통해 더욱 다채로운 예술활동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게 되네요.^^

    • author avatar
      arte365 2015년 11월 23일 at 2:50 PM

      맞습니다 ^^ 노인분들이 문화예술과 만나면 풍부한 삶의 경험을 이야기로 풀어내고 또 다른 방식으로 사회를 연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정말 멋진 사례죠?

  • author avatar
    울라프 2015년 11월 30일 at 10:02 AM

    글 잘 읽었습니다~!
    인간의 수명이 연장되면서 몇년전부터 실버층의 사회로의 재진출이 화두가 되고 있는데,
    이상과는 다르게 현실적인 부분에서 많은 벽에 부딪치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제2의 인생을 꿈꾸는 노인층이 두터워지면서 그들을 새로운 재원으로 쓸지의 여부는 이제 필수불가결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몇달전 개봉한 영화 “인턴”에서도 그러한 배경과, 갈등, 이점 등이 잘 표현되었는데,
    단순히 영화 안에서의 아름다운 결말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그들의 효용가치를 인정하고 진정으로 활용할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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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ungsun 2015년 10월 20일 at 2:19 PM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노인들의 경험과 그들의 스토리를 통해 더욱 다채로운 예술활동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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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e365 2015년 11월 23일 at 2:50 PM

      맞습니다 ^^ 노인분들이 문화예술과 만나면 풍부한 삶의 경험을 이야기로 풀어내고 또 다른 방식으로 사회를 연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정말 멋진 사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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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라프 2015년 11월 30일 at 10:02 AM

    글 잘 읽었습니다~!
    인간의 수명이 연장되면서 몇년전부터 실버층의 사회로의 재진출이 화두가 되고 있는데,
    이상과는 다르게 현실적인 부분에서 많은 벽에 부딪치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제2의 인생을 꿈꾸는 노인층이 두터워지면서 그들을 새로운 재원으로 쓸지의 여부는 이제 필수불가결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몇달전 개봉한 영화 “인턴”에서도 그러한 배경과, 갈등, 이점 등이 잘 표현되었는데,
    단순히 영화 안에서의 아름다운 결말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그들의 효용가치를 인정하고 진정으로 활용할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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