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벼와 곡식이 무르익으며, 가을 향기를 머금은 9월이 찾아왔습니다. 봄여름에 가꾼 곡식과 과일을 거두는 이 좋은 계절이 오면, 우리나라의 추석처럼 전 세계 많은 나라에서도 한 해 농사를 무사히 마친 것을 조상과 신께 감사 올리며 이 시간을 즐깁니다. 추수한 곡식을 나눠 먹고 함께 모여 잔치를 벌이는 것은 물론입니다. 풍요의 기쁨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수확을 기리는 각국의 다양한 문화와 공동체 놀이를 소개합니다.

알록달록 꽃잎을 모아
전 국민 중 80%가 농민인 인도에서는 1년 내내 농사와 수확에 관련된 다양한 축제의 장이 펼쳐집니다. 그중 인도 남부 케랄라 지역에서 매년 8월과 9월 사이에 약 10일간 진행되는 오남(Onam) 축제에는 알록달록 꽃잎을 모아 다양한 문양을 만드는 푸칼람(Pookalam)이라는 문화가 있습니다. 오래전 케랄라 지방의 왕이었던 마하밸리(Mahabali)가 백성들을 살피기 위해 저승으로부터 지상에 방문하는 것을 기념하고자 지역주민들은 집 앞과 길거리 곳곳에 푸칼람을 만듭니다. 인도에는 행운을 기원하는 부적으로 여러 가지 색깔의 쌀가루를 바닥에 뿌려 다양한 문양을 그리는 랑골리(Rangoli)라는 오래된 풍습이 있는데, 이것을 쌀가루 대신 꽃잎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푸칼람입니다. 과거에는 정해진 열 가지 종류의 꽃잎과 원형 문양만 사용할 수 있었지만, 요즘은 다양한 꽃잎을 써서 현대적인 문양을 만들기도 합니다. 푸칼람을 만드는 방법은 쉽습니다. 우선 분필로 땅에 원하는 문양을 그리고 모자이크하듯 꽃잎으로 색을 입혀주면 됩니다. 간절한 마음을 담아 소원을 빌고 싶은 날에는 다 함께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푸칼람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이웃과 이웃을 연결하는 집
이스라엘에는 매년 9~10월 경 수코트(Sukkoth, 초막절 또는 장막절) 축제가 열립니다.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사람들이 40년 동안 초막에서 살며 방랑했던 유목생활을 기억하고, 농사를 끝내고 수확을 감사하는 이 축제 기간에는 다함께 수카(Sukkah)라는 초막이나 임시거처를 짓고, 그 속에서 생활합니다. 나무, 천, 종이, PE 파이프, 알루미늄 판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진 벽에 풀과 나무를 덮어 지붕을 만들고 천장에 수확물을 매달면 수카가 완성됩니다. 이스라엘 3대 절기 중 가장 큰 절기인 초막절 축제가 열릴 때면, 거리에는 각양각색의 수카로 가득 차 마치 다양한 작품이 걸린 전시장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이웃끼리 서로의 수카를 구경하고, 새로 생긴 집에 놀러가 집들이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과거에는 수카가 이동을 위해 잠시 머무는 임시 거처였지만, 이제는 주변 이웃과 소통하고 관계를 이어주는 중요한 문화로 자리매김을 한 것 같습니다.

대나무의 리듬에 맞춰 폴짝폴짝

[영상] 인도의 뱀부댄스 ‘체로’ (출처: https://youtu.be/uwCH_WEYFTo )
모두가 즐기는 잔치에 단연 춤이 빠질 수가 없습니다. 필리핀,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중요한 날 대나무를 활용한 뱀부 댄스(Bamboo Dance)를 추는 전통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고무줄뛰기처럼 무용수들은 박자에 맞춰 움직이는 대나무 사이를 넘나들며 폴짝폴짝 뛰어다닙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음악과 박수소리는 빨라지고, 이에 맞춰 무용수들의 발도 바삐 움직입니다. 리듬감과 협동심, 그리고 타이밍이 중요한 춤입니다. 대나무 사이에 발목이 걸리기 않으려면 쉬지 않고 뛰어야하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가슴을 졸이며 이 광경을 바라봅니다. 잠재적 구혼자에게 구애를 하는 베트남의 ‘무아삽(Mua Sap)’, 어린 딸을 남겨두고 세상을 떠난 엄마의 영혼을 위로하는 인도의 ‘체로(Cheraw)’, 사냥꾼들의 귀환을 환영하는 말레이시아의 ‘마구나팁(Magunatip)’, 농부가 놓은 덫을 요리조리 피해 다니는 티클링 새의 모습을 따라한 필리핀의 ‘티니클링(Tinikling)’ 등 뱀부 댄스는 국가와 부족의 역사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모두의 마음을 하나로 연결하는 흥겹고 경쾌한 뱀부 댄스의 매력에 빠져보세요!

김다빈 _ 상상놀이터
김다빈 _ 상상놀이터
beyondlisa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