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의 2013년 7월 보도에 따르면, 2012년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kickstarter.com)의 예술분야 후원금액이 3억2,300만 달러(한화 약3,798억 원, 디자인/영상 분야 2억 달러)로 미국 국립예술기금(National Endowment of Art, NEA)의 후원금액 1억1,600만 달러(한화 약1,364억 원)를 초과하였다. 예술분야 공공 예산이 삭감되는 가운데, 예술분야에 대한 개인후원의 오랜 전통이 있는 미국 사회에서 킥스타터를 통한 예술후원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그러나 이 변화의 중심에는 유사한 관심을 중심으로 개개인을 강력하게 연결하는 온라인 미디어가 자리하고 있다. 이렇게 예술의 새로운 지형을 그리고 있는 뉴미디어는 사실 예술학습 환경에도 중요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기성세대에게는 새로운 매체이겠으나, 뉴미디어는 오늘날 청소년들에게는 처음부터 주어진 환경이자 당연한 생활의 도구이기 때문이다.
미국 왈라스재단(Wallace Foundation)이 2013년 발행한 연구보고서 「디지털 시대에서 관심기반 학습의 새로운 기회(New Opportunities for Interest-Driven Arts Learning in a Digital Age)」는 현대사회의 청소년을 미디어-흡수(media-absorbed) 세대로 설명하며 21세기 예술학습의 과제를 (1)뉴미디어 기반 예술학습의 개념 잡기, (2)청소년들의 관심기반 예술활동에 대한 인식 변화, (3)관심기반 예술학습 기회에 대한 공평한 접근기회 증진, (4) 관심기반 예술학습 소셜 네트워크 만들기, (5)예술활동 참여에 초대‧독려‧지원하기 등 다섯 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인터넷과 모바일 앱(App)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손쉬운 창작과 공유에 익숙한 청소년들의 관심에 기반한 예술학습을 위해서 기술 활용, 자신만의 포트폴리오 만들기, 소셜 미디어의 적극적 활용을 권장하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자연스럽고, 자발적 관심과 동기유발을 불러일으키는 예술학습을 위해서는 뉴미디어의 활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번 해외리포트에서는 뉴미디어 시대, 예술교육의 이러한 동향과 맥을 같이 하면서 청소년들이 보다 주체적으로 자신들만의 예술 활동을 펼쳐나갈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문화예술교육 플랫폼을 소개하고자 한다.
소녀들의 온라인 상상력 학교
낙서학교
낙서학교
루시는 1999년에 태어났다. 그녀는 인터넷, 이메일, PC, 핸드폰이 없는 세상을 경험한 적이 없다. 루시는 10살 때 생애 첫 핸드폰을 가졌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37%의 청소년, 그리고 핸드폰이 있는 78%의 청소년 중 한명이다. 87%의 또래들처럼 카메라가 있는 핸드폰을 갖고 있다. 루시는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촬영하고, 보고, 공유하며 음악을 듣는다. 중학교에 들어갈 때 자신의 첫 컴퓨터를 갖게 되었고, 온라인으로 숙제를 해왔다. 지금은 자신만의 노트북이 있다. 루시는 컴퓨터를 사용하는 93%의 청소년, 인터넷을 사용하는 95%의 청소년 중 한명이다. 2005년 루시가 막 유치원에 들어갔을 때 유튜브가 세상에 나왔다. 그녀는 유튜브에서 DIY 동영상이나 기타 레슨 영상을 찾아보는 것을 좋아한다. 집에 TV가 있기는 하지만 훌루(Hulu)나 넥플릭스(Netflix)같은 온라인 구독 채널에서 영화와 동영상을 보는 것을 더 선호한다. 그래서 자주 방 안에서 시간을 보내며 아이챗(i Chat)을 하고, 좋아하는 드라마를 본다.
지난해 킥스타터(kickstarter)를 통해 10만7천 달러(한화 약 1억2천6백만 원)의 투자금을 유치해 올해 9월 오픈을 앞두고 있는 예술교육 스타트-업 ‘낙서학교(School of Doodle)’가 그리는 요즘 청소년의 일상이다. 낙서학교는 미디어가 일상생활의 도구이자 환경이 되어버린 요즘 청소년들의 감각과 소통언어에 주목, 기본적으로 예술가와 청소년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영상을 제작해 공유하는 플랫폼으로 ‘십대 소녀를 위한, 소녀들에 의한’ 온라인 상상력 학교를 표방한다. 미디어 아티스트, 큐레이터, 잡지 에디터, 예술교육자 등 예술·교육·엔터테인먼트 분야 전문가 6명이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이름은 낙서학교이지만 형식으로서의 낙서를 하는 곳이라기보다는 특별한 가르침이나 평가의 방식에 구애 받지 않는 유일한 표현방법으로서 낙서(Doodle)의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소녀들 스스로 익숙한 툴(tool)과 매체를 활용해 평가에서 자유로운 상태에서 상상력을 연습할 수 있도록 학습·공유·교류의 장을 열고 있다. 소녀들만? 우선은 그렇다. 이 학교의 목표는 상상력 고취를 통해 여학생들의 자신감 격차(Confidence Gap)를 줄여나가는 것, 아니 없애는 것에 있다. 상상력과 창의성을 통해 자아에 대한 감각을 발전시키고, 사회적·문화적·정치적·신체적 장애를 극복하며, 모험과 실패를 감당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요코 오노(Yoko Ono), 킴 고든(Kim Gordon), 제니 홀저(Jenny Holzer) 등 유명인사를 포함한 225명의 예술가들이 이 학교의 교사(이곳에서는 ‘히어로(hero)’라 불린다)다. 이들이 실제로 얼마나 깊이 소녀들과 교감할지 이후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어쨌든 이 예술가들이 소녀들을 위한 수업비디오를 제작하게 된다. 기본적인 학습경험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 · 히어로(예술가)와 또래들이 제작한 수업 콘텐츠 무료 시청
- · 손대보기(Dabble) – 파고들기(Dig) – 하기(Do) 단계로 설계된 학습 시스템
- · 활발한 참여(대화, 수업 콘텐츠 제작, 공유)에 대한 ‘두들 달러(Doodle Dollar)’ 인센티브제도
- · 두들 달러로 온·오프라인 가게에서 상상력 도구 구매, 전문가 멘토와 직접 교류 기회 마련, 영화·음악·요리 등 관심분야 전문가 스튜디오 탐방 등
보다 폭넓은 경험이 가능
현재 소개된 수업의 방식은 ‘매일 낙서(Daily Doodle)’로 시작해 소녀들이 자신이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창작물을 만들고 ‘데일리 두들 챌린지(Daily Doodle Challenge)’를 발행하는 방식이다.
[데일리 두들 챌린지] 나의 파렛트를 그림으로 만들기
· 색깔은 우리 자신을 표현하는 어휘로, 색에 대한 느낌, 정의, 톤이 각자 미묘하게 다를 수 있음을 탐색
· 낙서 챌린지
1) 세 가지 감정 고르기 2) 각 감정에 대한 자신만의 색깔 만들기 3) 만든 세 가지 색만 가지고 그림 그리기 4) 공유하기
· 색깔은 우리 자신을 표현하는 어휘로, 색에 대한 느낌, 정의, 톤이 각자 미묘하게 다를 수 있음을 탐색
· 낙서 챌린지
1) 세 가지 감정 고르기 2) 각 감정에 대한 자신만의 색깔 만들기 3) 만든 세 가지 색만 가지고 그림 그리기 4) 공유하기
소녀들은 자신의 관심과 상태에 따라 커뮤니티에서 활동할 수 있으며, 낙서학교는 시작 단계에 있는 소녀들을 위해 영상제작 방법 등 짧은 도움 동영상을 제공한다. 또한 낙서학교 커뮤니티 내에 관련 수업을 연결하는 대화, Q&A, 보조 콘텐츠를 제공하여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손대보기(Dabble) | 파고들기(Dig) | 하기(D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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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수줍거나 본격적인 시작 전에 지켜보고 싶은 이들. 콘텐츠 시청으로 수업을 경험하는 단계로, 상상력을 촉발하고 ‘파고들기’ 단계로 이끄는 것이 목표 | 자신의 흥미를 어느 정도 파악한 단계. 카테고리별로 검색하여 관심 있는 콘텐츠를 시청하고, 자신의 창작물을 관심사가 비슷한 다른 소녀들과 공유 | 자기 자신만의 수업 콘텐츠를 창작하고 친구들과 공유하는 단계. 또래 멘토링, 수업 만들기 등의 활동을 통해 낙서학교 커뮤니티에 기여함 |
청소년의 목소리로 듣는 청소년의 이야기
유스라디오
유스라디오
청소년 교우관계, 교육, 입시, 건강, 문화, 진로 등에 대한 이슈들에 대해 정작 청소년들은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미국 ‘유스라디오(Youth Radio)’에서는 청소년들의 자기 고백과 경험, 공공 이슈에 대한 생각, 예술적 표현 등 다양한 형태의 자기표현을 디지털 콘텐츠로 제작해 송출한다. 이야기의 주체도, 콘텐츠 제작의 주체도 모두 청소년이다.
1992년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 기반을 두고 설립된 유스라디오는 청소년을 위한 디지털 미디어 및 테크놀로지 교육·창작·교류의 장이다. 주요 프로젝트는 크게 교실(Classroom), 뉴스룸(Newsroon), 그리고 창의 스튜디오(Creative Studio)로 구성되어있다. 교실에서 저널리즘, 음악, 멀티미디어에 대한 기본적인 학습이 이루어진다면,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에서는 자신의 관심영역에 따라 단순한 기술적 훈련을 넘어 삶의 기술과 사고력, 창의성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교실
(Classro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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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Newsro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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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 스튜디오
(Creative Studi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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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을 위한
스토리텔링 리소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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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마드리갈이 말하는 과학의 비밀
유스라디오 창의 스튜디오-혁신 랩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로 TV 벤처 퓨전(Fusion)의 실리콘 밸리 지사 대표 알렉스 마드리걸(Alexis Madrigal)과 청소년들이 함께 구글 글라스, 면봉 등 우리 생활 속 기술이 담긴 물건을 시작으로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지 토론하는 장면
유스라디오 창의 스튜디오-혁신 랩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로 TV 벤처 퓨전(Fusion)의 실리콘 밸리 지사 대표 알렉스 마드리걸(Alexis Madrigal)과 청소년들이 함께 구글 글라스, 면봉 등 우리 생활 속 기술이 담긴 물건을 시작으로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지 토론하는 장면
매년 420명의 청소년들이 유스라디오에 참여해, 학습과 훈련을 통해 자신들이 발화와 창작의 주체가 되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한다. 연간 약 3,000여개의 콘텐츠가 만들어지는데, 1차 적으로 유스라디오 교실의 블로그 플랫폼에 글과 영상, 음성 콘텐츠들이 게재된다. 나아가 이들의 이야기가 단지 커뮤니티 내에서 소비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회로 확산될 수 있도록 전문가와의 협업으로 뉴스룸을 운영한다. 이를 통해 청소년들이 제작한 콘텐츠를 미국 공영방송 NPR과 PBS, 내셔널 지오그래픽, 허핑턴포스트 등 15개 매체를 통해 미국 전역으로 송출한다.
뉴스룸에서는 성적은 우수하나 교만과 욕심으로 불행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고백하는 ‘똑똑한 여학생(The smart girl)’, 가족 간 소통에 갈증을 담은 ‘가족시간이 필요해(Hungry For Family Time)’, 학교폭력의 두려움을 전달하는 ‘안전을 느끼는 것이 올해 나의 우선순위이다(Feeling Safe Is My Top Priority This School Year)’, 사회적 문제 대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 ‘권총 모양의 아이폰 케이스,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아요(Gun-shaped iPhone Case, Not A Smart Idea)’ 등 다양한 관심과 주제에 대해 청소년들이 솔직한 이야기를 자신의 목소리로 직접 녹음한 방송을 청취할 수 있다.
유스라디오의 뉴스룸은 청소년 저널리즘을 통한 사회적 기여를 인정받아 대통령예술‧인문위원회 어워드(2012), 로버트 케네디 저널리즘 어워드(2010) 등 다수의 상을 수상한 바 있다.
- 권민영 _ 정책연구팀
- mkwon@art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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