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예술캠프 ‘우락부락(友樂部落)’은 ‘아티스트와 놀다’를 콘셉트로 한 어린이 대상 캠프로 지난 2010년부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진행해왔다. 올해는 처음으로 지역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공모를 통해 강원, 인천, 전북, 광주 4개 지역에서 열렸다. 지역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와 지역 기획자, 예술가들이 함께 지역의 문화와 공간을 활용하여 어린이를 위한 아지트를 만들어보는 기회가 된 이번 ‘우락부락’은 지역 중심의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모색이 이루어지고 있는 요즘 더욱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우락부락’이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캠프가 진행되는 2박 3일 동안 아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즐기며 새로운 아지트를 만들어간다. 강원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는 8월 10일부터 14일까지 강원도 정선에 위치한 강원삼탄아트마인에서 ‘이상한 나라’라는 제목으로 두 번의 캠프를 진행했다. 캠프가 진행된 강원삼탄아트마인은 38년간 운영해오다 2001년 10월 폐광된 삼척탄좌 시설을 문화예술공간으로 복원한 곳이다. 레지던시 작가들을 위한 오픈스튜디오와 현대미술관, 그리고 탄광시절 공간을 그대로 살리고 광원들이 사용하던 물건(광부복, 안전모 등)을 재료로 한 설치작품들로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탄광의 지난 역사와 그곳에서 일했을 광부들의 땀이 느껴지는 듯 했다.
시간토끼를 따라 이상한 나라로
강원도 산골짜기 ‘하얀 꽃길을 따라 의문의 굴’로 들어간 아이들은 ‘이상한 나라’에 빠졌다. ‘이상의 나라의 앨리스’처럼 말이다. 캠프에 도착해 처음 만난 것은 시계를 들고 “시간이 없어”를 외치며 이리저리 바쁘게 걸어 다니는 ‘시간토끼’였다. 그런 시간토끼 주변으로 아이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뜨거운 태양빛과 고온으로 지친 아이들을 위해 계획에 없던 물풍선 놀이가 준비되어 있었다. 등에 붙인 신문지가 젖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붉은여왕의 지령과 함께 시작된 물풍선 놀이는 뜨겁게 달궈진 광장과 아이들의 열기를 식혀주기 충분했다.
붉은여왕? 시간토끼? 그렇다. 여기는 앨리스가 토끼를 따라 들어갔다가 만난 이상한 나라다. 아이들은 일곱 명의 족장이 이끄는 일곱 부락 중 각자 원하는 부락을 선택했다. ‘붉은여왕이 이끄는 절대최강 놀자! 놀자! 부대’, ‘찰칵 탐험대’, ‘음악 다락(多樂)방’, ‘쑥덕쑥덕 들풀통신’, ‘이상한 나무’, ‘내 몸의 플레이 버튼을 눌러줘!’, ‘앨리스Re.쌀롱’. 이름만으로도 뭔가 이상하고 신기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이 부락들의 족장은 움직임을 기반으로 커뮤니티작업을 하고 있는 노영아, 사진작가 강두환, 어쿠스틱듀오 모던다락방, 식물을 그리는 목선혜 작가, 조각가 빅터조(조경훈), 연극배우 리지(이지현), 공연 오브제와 의상 등을 만드는 아트디렉터 장이(양아실)까지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맡았다. 아이들이 조금 더 많이 움직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존에 주를 이루었던 미술분야와 함께 공연분야 예술가들의 프로그램이 더해지면서 우락부락 캠프는 2박 3일간 마치 ‘이상한 나라’라는 한편의 공연을 하듯 곳곳에서 크고 작은 이야기와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놀이에 깊이 빠지다
물풍선 놀이가 끝나고 아이들은 자연스레 각자의 부락으로 돌아갔다. 부족들은 각기 필요한 것을 주문서에 작성해 다른 부족에게 주문하기도 하고, 함께하고 싶은 놀이가 있으면 각 부족에게 전보를 보내거나 포스터를 붙여 홍보하기도 했다. 마침 ‘놀자놀자 부대’가 ‘앨리스Re.쌀롱’에 주문한 갑옷이 완성되어 교환식을 하고 있었다. ‘앨리스Re.쌀롱’은 ‘놀자놀자 부대’의 부대원들의 몸에 맞춰 박스를 이용해 다양한 디자인의 갑옷을 만들었고 ‘놀자놀자 부대’는 그에 대한 보답으로 전지로 접은 커다란 종이비행기와 배를 선물했다. 두 부족은 갑옷과 선물을 교환하고 동맹관계를 맺는 의식을 치렀다. 동맹을 축하 하듯 이내 종이비행기들이 하늘을 날기 시작했다.
왁자지껄 할 거라 예상했던 우락부락 캠프는 마치 90여 명의 예술가들이 살고 있는 예술촌과 같았다. 각기 다른 7개의 예술 프로그램을 돌아가며 모두 체험해 볼 수 있었음에도 한 개의 프로그램을 선택하게 한 이유도 여기 있다. 2박 3일 짧다면 짧은 시간동안 하나라도 깊이 있게 빠져 해 볼 수 있도록 하고 싶었던 것이다. 작전은 성공한 듯 했다. 90여 명의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이상한 나라의 7개의 부족에서 각자의 역할에 푹 빠져 있었다.
삼탄아트마인은 레지던시 작가들을 위한 소규모 숙박시설만 있어 잔디밭 위에 텐트를 설치했다. 텐트 속에서 잠을 자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이곳 삼탄아트마인을 선택한 이유를 캠프 기획자인 김지영 씨(지역문화기획자, 프로젝트 시공간)에게 물었다.
“전시실, 미술관들을 보면서 처음 딱 떠오른 것이 앨리스가 토끼를 따라 들어간 굴이었어요. 각기 다른 굴로 들어갈 때 마다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는 것 같은 익숙한 듯 낯선 느낌이었죠. 또 하나는 요즘 아이들은 연탄을 잘 모르잖아요. 삼탄아트마인이 가지고 있는 탄광이라는 특색과 함께 자연과 어우러진 이곳의 느낌을 아이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었어요.
요즘은 학교에서도 리조트나 콘도 같은 시설로 여행을 가요. 처음 준비할 때 아이들이 텐트에 잘 적응할까 걱정했는데 아이들끼리 소곤소곤 이야기도 나누며 또 다른 추억을 만드는 것 같아요. 이곳은 850고지에 위치해 있어 밤이면 육안으로도 은하수가 보여요. 첫날 밤 광장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별을 보며 이야기 나누는 시간도 가졌어요. 높은 고지에 위치해 특별한 자연환경을 경험할 수 있는 이곳에서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요즘은 학교에서도 리조트나 콘도 같은 시설로 여행을 가요. 처음 준비할 때 아이들이 텐트에 잘 적응할까 걱정했는데 아이들끼리 소곤소곤 이야기도 나누며 또 다른 추억을 만드는 것 같아요. 이곳은 850고지에 위치해 있어 밤이면 육안으로도 은하수가 보여요. 첫날 밤 광장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별을 보며 이야기 나누는 시간도 가졌어요. 높은 고지에 위치해 특별한 자연환경을 경험할 수 있는 이곳에서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많은 여행객들이 방문하고 수많은 캠프가 진행되는 강원도이지만 강원문화재단 강원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아이들을 위해 직접 캠프를 준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김지영 기획자는 처음인 만큼 더 많은 것을 아이들에게 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다며 못내 아쉬워했다. 어른들의 아쉬움과는 달리 아이들은 이 모든 것들을 마음껏 즐기고 있음을 ‘찰칵 탐험대 기자’ 민기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축구선수가 꿈인 4학년 민기는 자랑스럽게 오늘 취재한 내용을 들려주었다.
“여기 저기 다니면서 취재 엄청 많이 했어요. 취재를 하기 위해선 취재요청서도 보내야 해요. 몰래 숨어서 붉은여왕을 취재하다가 붉은여왕에게 들켜서 벌로 청소를 했어요. 하지만 청소해주었다고 붉은여왕이 종이비행기를 선물로 줬어요. 붉은여왕을 취재할 땐 정말 스릴 있었어요. 오늘은 특종도 잡았어요. 아까 물풍선 놀이 시작 전에 시간토끼의 생얼(맨얼굴)을 제가 사진으로 찍었거든요. 완전 특종이에요.”
놀이 유전자를 깨우다
마치 진짜 기자가 된 듯 민기의 목소리는 잔뜩 들떠 있었다. 그것은 신나게 놀고 있음에 나올 수 있는 목소리였다. 아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예술을 장난감 삼아 놀고 있었다. 친구의 갑옷을 만들며, 그에 보답하는 선물로 줄 커다란 종이비행기를 접으며, 캠프장 곳곳에 있는 친구들의 이야기 수집하고 사진을 찍으며 그야말로 즐기고 있는 것이다.
지금 어른들의 어린 시절은 지금 세대와 비교해 풍요롭지는 않았지만 연탄재 하나로도 신나게, 부족한 부분을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채우며 놀았다. 지금의 아이들은 모든 것이 풍요롭다. 모든 것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그들이 가져야할 ‘놀이’는 게임기, 장난감, 캐릭터 등에 빼앗겼다. 그런 아이들의 놀잇감은 아이들이 놀이로부터 얻는 중요한 요소들을 기계적 작동이나 시스템으로 빼앗아 버린다. 2박 3일 동안 아이들이 경험한 ‘이상한 나라’에는 어떠한 기계적 작동이나 만들어진 시스템이 아닌 스스로 장난감을 만들고 지켜야 할 것들을 정하는 놀이로 세워진 나라였다. 잠시 잊고 있었던 호모 루덴스의 유전자를 깨우 듯 말이다.
음악 다락방 아이들이 만든 중독성 강한 ‘우락부락’ 주제가로 놀이를 잊은 모두를 이상한 나라로 초대해 본다.
하얀 꽃길을 따라 의문의 굴로
여기는 어디일까, 이상한 나라
그곳엔 아홉 족장이 있었다네
아홉 족장 모두 개성만점
야야 야야야 내 나이가 어때서
야야 야야야 모두 함께 놀아보자
우락부락 우락부락 우락부락 우락부락 ~
우락부락 주제가
- 창의예술캠프 우락부락(友樂部落)
- ‘아티스트와 놀다’를 핵심 콘셉트로 하는 어린이 대상 캠프이다. 아티스트-친구들과 함께 즐기며 새로운 커뮤니티(아지트)를 만들어 가는 캠프 우락부락은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공간에서 ‘예술가와 함께 놀며, 작업하는’경험을 통해 예술을 즐기고, 삶의 의미와 새로운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강원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전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주관하는 열 번째 우락부락캠프는 강원 정선 삼탄아트마인(강원센터), 광주비엔날레 전시관(광주센터), 인천아트플랫폼(인천센터), 전북 완주 창포마을(전북센터)에서 펼쳐졌다.
- ‘이상한 나라’는
- 음악, 미술, 사진, 움직임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과 함께 어린이들의 상상이 모두 이뤄지는 나라, 꿈과 상상을 마음껏 표현하고 느낄 수 있는 시간여행이라는 콘셉트로 강원도 정선 삼탄아트마인에서 2015년 8월 10일부터 14일까지 1,2차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사진제공 _ 강원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우락부락 주제곡 _ 음악다락방 1차 참여 어린이 작사, 모던다락방 작곡
우락부락 주제곡 _ 음악다락방 1차 참여 어린이 작사, 모던다락방 작곡
- 주소진 _ 상상놀이터
- funkyij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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