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지역문화진흥법의 제정과 함께 지역의 문화예술교육 발전도 새로운 활력을 얻고 있다. 지역문화진흥법은 지역문화 정체성 강화, 생활문화 활성화, 지역 주민의 삶의 질 향상 등을 주요 원칙으로 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국가 및 지자체의 지역문화 진흥정책 수립‧추진, 지역문화재단 및 지역문화예술위원회의 설립 등 구체적인 추진방안과 지원 근거를 담고 있어 지역에서 문화예술이 꽃필 수 있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법적 기반이 되고 있다. 문화예술교육은 자생적인 문화예술 향유 역량을 키워내어 지역문화진흥법이 목표하는 위와 같은 원칙들이 깊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기능하기에 그 중요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공동체 운영의 동력을 키우다
문화예술교육이 가진 공동체적 측면에서의 효과성에 관해서는 다양한 연구가 뒷받침하고 있다. 사회학자인 케빈 맥카시(Kevin F. McCarthy)는 그의 저서 『뮤즈의 선물(Gifts of the Muse)』에서 ‘예술활동을 위해 일정한 인원의 사람들이 장기간 모이게 되는 경우 사회적 속성을 갖게 되고, 여기에서 사회적 자본 및 공동체로서의 정체성 등 다양한 효과의 창출이 이루어진다’고 언급했다. 프린스턴대학교 문화예술정책연구센터(Center for Arts and Cultural Policy Studies) 조슈아 게츠코우(Joshua Geutzkow)의 연구 「예술은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How the Arts Impact Communities)」에 따르면, 지역 기반 문화예술교육은 사회적 자본, 즉 개인의 역량과 사회 참여 동기를 신장시키고 사회 활동으로 이어지는 공동체 역량을 형성한다. 이에 대한 세부적인 효과는 다음과 같다.

  • · 건설적인 사회 활동에 참여하지 못했을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장소로서 기능한다.
  • · 참여자 간 신뢰 형성으로 참여자들의 전반적인 타인에 대한 신뢰도를 높인다.
  • · 집단효능감과 시민참여의 경험 제공으로 공동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다.
  • · 예술 활동은 참여자와 비참여자를 막론하고 공동체 구성원에게 공동체에 대한 자긍심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이는 공동체에 대한 유대감 강화로 이어진다.

또한 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문화예술본부장의 ‘2011 제6차 문화예술교육 콜로퀴엄’ 발제에 따르면 지역주민들은 활동 참여를 통해 일체감을 형성하고 공동체문화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지역의 공동체문화는 많은 전문가들에 의해 ‘지역주민이 주체가 되고 지역주민의 지역적 삶과 유기적으로 연관되며, 이를 통해 지역의 문화정체성이 형성되고 실천되는 문화’라 정의되는데, 그러한 문화는 지역사회 내 활동을 통해 일체감의 형성을 확인하였을 때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그들 자신이 활동의 주체가 되고 자신들이 가진 공동체의 상을 실현시켜 민주적인 지역공동체로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다.

지역 기반 문화예술교육은 개개인의 삶에 변화를 일으킬 뿐 아니라, 각 연구가 드러내듯 활동 과정을 통해 지역사회 차원으로 그 효과를 확장시킬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역 기반 문화예술교육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이 협력하고 또한 이를 지켜보면서 발생하는 유대감과 신뢰, 자긍심은 공동체를 구성하고 운영할 수 있는 동력이 되고, 그 활동의 내용적 기반이 삶의 터전인 지역이기에 지역의 문화정체성을 강화하여 지역사회에 다채로움과 활기가 더하게 되는 것이다.

나를 발견하고 공동체를 돌아보는
2013년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으로 진행된 ‘대천마을, 사진을 꺼내 들다’ 프로젝트는 그러한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사례이다. 부산에 소재한 대천마을은 대천천을 중심으로 3, 4백 년 전부터 생겨난 전통마을과 90년대 택지개발로 형성된 신도시 아파트가 함께 있는 마을이다. 대천마을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던 ‘맨발동무도서관’이 주축이 되어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마을과 마을에 얽힌 개개인의 추억과 경험을 아카이브로 만드는 것이었다. 지역 주민들은 한곳에 모여 ‘자기 삶’의 일상을 돌아보고 아카이빙 하는 작업을 우선적으로 거쳤고, 이후 사진기술을 배우고 마을 곳곳을 촬영하며 8개월간 마을 아카이브를 만들었다. 완성작은 책으로 출판되어 마을 도서관, 단체, 학교 등에 배포되었고, 출간에 맞추어 마을 아카이브 사진 전시회도 개최되었다.

참가한 주민들은 개인의 삶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삶의 단면을 발견하는 것과 더불어, “마을의 뿌리를 찾은 것 같다” “이 마을에 살고 있어 뿌듯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는 소감과 같이 지역사회에 대한 소속감을 느끼고 지역사회 고유문화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나아가 “마을의 자료들을 보관할 수 있는 마을 자료관, 역사관을 만들어야 한다. 이제는 마을에서 해야 할 일이다” “대천마을이 재개발 되지 않게 해 주세요” 등 자발적으로 지역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도 보였다.

지역, 삶의 기반
미국 루이지애나 주 아너드빌(Arnaudville)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케이준(Cajun, 미국으로 강제 이주된 캐나다 태생 프랑스 사람들), 프랑스, 독일, 스페인, 미국 원주민 등 다양한 국적의 지역 주민이 각기 다양한 전통 예술을 공연하며 마을을 다채로운 예술 도시로 변화시킨 것이다. 마을 출신의 젊은 예술가가 소수의 마을 주민과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주민들의 숨겨져 있던 예술적 재능을 끌어올려 지역 내에서 서로 나눌 수 있게 하였고, 침체되어 있던 지역의 분위기도 활기차게 바꾸었다. 지역 주민들은 본래 다른 국적의 주민에 대하여 이질감을 느꼈으나 프로젝트를 통해 하나의 공동체의식을 공유하게 되었다.

  • 피들
  • 크레올
아너드빌 주민들이 미국 전통 바이올린 피들(fiddle)과 크레올(Creole) 음악을 공연하는 모습

위와 같은 사례들은 문화예술교육과정에서 주민이 주체가 되어 실질적인 주민의 삶의 기반인 지역을 다루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역사회의 이슈가 문화예술로 승화되며, 지역주민들은 문화에 대한 실천적 참여자 및 프로슈머(prosumer)가 되고, 더불어 그 과정에서 공동체 역량도 갖출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지역성을 담은 문화예술교육의 묘미이며, 지역문화진흥이 이루어질 수 있는 즐거운 방법일 것이다.

지역의 이야기를 담고 지역 주민이 주체가 되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은 전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이 프로그램들의 효과를 제고하기 위한 재정지원 등을 포함하는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사업을 시행중이다. 대천마을의 사례 이외에도 서울 용산구의 지역 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재규어에잇!(Jaguar Eight!)의 영상제작 워크숍 ‘그대, 그리움을 말해요’, 제주 세이레어린이극장의 ‘우리 동네 보물찾기-우리는 문화해설사’ 등 지역민 또는 지역 자체를 주제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선정되어 지원을 받고 있다. 앞으로도 지역 기반 문화예술교육이 한층 다채롭게 살아 움직이는 지역문화 공동체를 이뤄내길 기대해 본다.

참고자료
  • · Kevin F. McCarthy et al., Gifts of the Muse – Reframing the Dabate About the Benefits of the Arts, RAND Corporation, 2004
  • · Joshua Guetzkow, How the Arts Impact Communities: An introduction to the literature on arts impact studies, Princeton University, 2002
  • · Ann Markusen et al., Creative Placemaking, National Endowment for the Arts, 2010
  • · 손경년, ‘문화예술교육에서 지역성의 가치’, 「2011 제 6차 문화예술교육 콜로퀴엄-문화예술교육에서의 공동체와 지역성」,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2011
  • · 김부련, ‘대천마을, 문화예술교육으로 촌스럽게 놀기’, 「유네스코 2014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기념 문화예술교육DAYS, 봄」,

    부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2014

  • · 오재환, ‘지역문화진흥법 제정, 시민 문화 활성화의 계기’, 「BDI 포커스」, 부산발전연구원, 2014
조혜인 _ 정책연구팀
조혜인 _ 정책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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