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10주년 특집
- ① [칼럼] 제4대 주성혜 원장
- ② 숫자로 보는 10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열 살이 되었습니다. 문화예술교육지원법 제1조가 명시한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 향상과 국가의 문화역량 강화에 이바지함”이라는 국가적 사명을 수행하기 위하여, 한 해 한 해 숨 가쁘게 열심히 달려온 지난 십년이었습니다. 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궁극적인 주체는 전문 생산자도 유통자도 아닌 국민 개개인이라는 시대적 인식을 토대로 국민의 문화예술향유력 신장을 돕기 위한 수많은 교육사업과 이를 위한 업무가 쉴 새 없이 궁리되고 실천되어 온 십년이었습니다.
2005년 재단법인의 형태로 출발하여 2006년 특수법인으로 전환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원장과 두 명의 팀장, 총 열두 명의 인력이 88억4천만 원의 예산으로 시작한 대한민국의 문화예술교육사업은 정원 43명 임직원 총 101명에 연 예산 1200여억 원의 규모로 성장하였고, 산재되어 있던 몇 가지 교육사업을 총괄 관리하며 시작된 사업 내용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교육자치단체, 공공 및 민간 문화예술 기관과 단체, 각 급 학교와 대학, 지역 문화예술재단 등 다양한 주체와 문화예술인들이 참여하는 방대하고 매우 다양한 형태로 확대되었습니다. 공교육 내의 문화예술교육 지원과 함께, 문화예술교육에 대해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낮은 노인과 장애인, 사회취약계층, 그리고 군대와 교정시설, 새터민교육장 등으로 다각화되는 교육사업에는 사업 운영과 관리 외에도,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와 전문성을 계몽하고 국내외 교육관련 지식과 정보를 수집하며 수혜자의 상황에 적절히 다가서는 교육인력의 전문역량을 강화하는 임무가 뒤따라야 했습니다.
눈이 차츰 어두워졌지만 복지관의 단소강습으로 삶의 기쁨을 되찾은 할머니, 선생님처럼 아이들에게 재밌는 연극을 가르치는 예술강사가 되고 싶다는 중학생, 예술꽃 씨앗학교가 되어 폐교의 위기를 벗고 도시에서 전학 오는 아이들을 맞이하게 된 농촌의 학교, 자신에게도 박수를 쳐주는 사람이 있음에 삶의 의지를 얻게 된 교도소의 재소자 등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규모가 커지고 업무가 복잡해져 갈수록 문화예술교육의 즐거움을 맛보고 그로부터 삶의 위로와 기쁨을 얻는 국민의 수는 늘어갔습니다. 2010년 유네스코는 서울에서 제2회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를 개최하여 예술교육을 위한 서울아젠다를 발표하고 이듬해 파리 총회는 대한민국의 발의로 매년 5월 넷째 주를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으로 채택, 선포하였습니다. 국가가 나서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와 중요성을 역설하고 교육기회의 확산을 위하여 공공기관을 세우고 노력해 온 우리의 노력이 세계적 인정을 받은 순간이었습니다.
예술은 재능 있는 몇몇 사람들의 특별한 창조물이고 그들의 창조작업을 이해하는 특정 사람들을 위한 현학적 활동이라고 여기던 우리사회의 통념에 대하여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도전했습니다. 뛰어난 기술을 습득하지 않았더라도 누구나 잠시 혹은 길게 익힌 다양한 예술적 도구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할 수 있고, 그것이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신념이 그 도전을 이끌었습니다. 표현과 창조의 즐거움 뿐 아니라 창의적 사고,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고양함에서도 예술이 더없이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새삼스러운 사회적 자각이 더해지고, 나아가 문화예술교육은 사회적 재난과 상처를 어루만지는 치유의 도구로서도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중앙정부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외에도 예술단체나 지역의 문화재단, 지자체정부, 교육청이 문화예술교육의 기회를 확대하고자 스스로 나서는 일이 늘어나면서 굳이 진흥원이 문화예술교육사업을 계속해야 하느냐는 반문도 나올 만큼 이제 문화예술교육은 우리사회에서 삶의 중요한 도구를 갖추기 위한 필수적 활동으로 자리 잡은 듯합니다. 그러나 마음에 울림을 만들지 못하는 교육은 물리적 시간을 채울지라도 사람의 변화를 이끄는 일에 실패하는 교육이라는 자성적 시각에서 우리의 문화예술교육은 양적 성장에 필적할 만한 질적 제고를 위하여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급속히 증가하는 문화예술교육의 수요자와 교육인력의 만남이 더욱 건강한 교육적 결실을 얻기 위하여서는 문화예술교육의 방법에 대한 보다 심도 깊은 연구와 교육인력에 대한 전문적 교육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입니다. 방대한 문화예술교육사업의 보다 투명하고 체계적인 운영, 온 국민이 쉽게 접근하는 문화예술교육의 지식과 정보체계를 정립하는 것도 앞으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정책의 성공적 완수를 위해 현장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고 함께 걷는 이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일에도 더욱 힘쓰겠습니다. 열 살 생일을 맞이하면서, 하고 싶은 일이 여전히 너무 많지만, 지나온 걸음에 용기를 내어 자찬으로 의미를 부여하면서, 차근히 다음 걸음을 준비해 봅니다.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시는 여러분, 고맙습니다.
- 주성혜 _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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