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세계적인 문화예술공연 센터, 링컨센터(Lincoln Center)를 걷다 보니 줄리어드 음악 스쿨 앞에 옹기 종기 모여 있는 아이들이 보인다. 중,고등학생 쯤 되어 보이는 아이들은 뭐가 그리도 신이 나는지 까르르 웃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이다. 뭐지? 뭐가 저리도 재미있지? 하는 호기심에 아이들의 시선을 따라가니 눈에 들어온 것은 오래 전 시골 초등학교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아주 오래된 피아노다. 피아노는 누구든 건반을 두드리거나 연주를 할 수 있도록 오픈 되어 있었다.

음악이 가득한 뉴욕의 여름은 즐겁다
“뚱땅 뚱땅” 피아노를 연주하는 아이들을 바라 보다 아래쪽 계단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계단을 내려오다 보니 SING FOR HOPE라는 문구와 함께 각 나라의 언어로 프로그램을 설명하는 설명서가 피아노 위에 놓여있다.
아, 그러고 보니 기억난다. 얼마 전 인터넷 뉴스에서 읽은 ‘길거리 문화 예술 프로젝트 Pop-Up Pianos’.
이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간략히 설명하자면, 뉴욕 곳 곳의 공공 장소에 피아노를 놓고 그 길을 지나가는 어느 누구든 원하면 피아노에 앉아 연주를 즐기고 건반을 두드리며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늘 걷던 같은 길이지만 이 피아노의 등장으로 사람들의 호기심과 즐거움은 배가 된다.

그럼 이제 다음은 당신의 차례다. 거리의 음악가가 된 당신이 피아노 음악소리로 도시를 가득 채우는 음악가가 되어 보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특별한 룰이나 꼭 지켜야 할 그 무엇을 따라야 하는 순서도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여기에 재미있는 이벤트가 살짝 더해진다. 브로드웨이 뮤직스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싱어들, 발레리나, 음악가, 예술가 등이 깜짝 길거리 연주 공연을 보여주는 것! 이 작은 피아노의 등장이 불러오는 많은 즐거움과 문화적 소통, 사람들은 피아노를 통해 대화를 나누고 서로 음악이라는 또 다른 언어로 서로에게 얘기 할 수 있는 것이다. 정말 재미있는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도시 안에서 시민들이 만들어 내는 피아노 음률과 이를 함께 즐기는 사람들. 정말 멋지지 않은가!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함을 담은 뚱땅 뚱땅 사운드, 어릴 적 피아노 연주를 배운 기억을 꺼내 건반을 더듬 더듬 두드리며 다시금 음악을 만들어 내고, 친구와 나란히 앉아 함께 연주하던 젓가락 행진곡이 모두 되살아 나며 좋은 음악이 된다.
나도 살짝살짝 건반을 둥둥 두드려 봤지만 맨하탄 거리 한 복판에서 연주하는 피아노 음악은 정말 매력적이다. 내가 만들어 내는 음악이 문화예술의 도시인 뉴욕 거리를 채운다고 생각하니 정말 짜릿하다.

피아노를 통한 문화적 소통과 나눔
뉴욕은 맨해탄, 브롱스, 부르클린, 퀸즈, 스테튼 아이랜드의 5개 구로 이루어 졌다. 작년 여름 이 5개의 구에 2주 동안 무려 88개의 피아노가 설치되어 뉴요커들의 여름은 음악이 가득한 아름다운 축제로 매워졌다.
88개의 피아노는 뉴욕시의 비주얼 아티스트들에 의해 새로운 모습으로 각 각 재창조 된다. 이를 보는 것 만으로도 도시 안의 새로운 인스톨레이션 작품 같은 특별함을 느낄 수 있다. 각자 자기에게 새롭게 입혀진 유니크한 디자인으로 피아노는 뉴욕의 거리, 골목 사이사이를 색다르게 물들인다.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시민을 위해, 그들과의 소통을 위해 많은 음악가와 아티스트들은 자원해서 이 깜짝 이벤트를 진행했다. 덕분에 2백만 명의 뉴요커들이 이 거리 음악 축제에 함께 참여해 웃고 즐기며 멋진 여름날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이다.
Pop Up Pianos가 시민들의 성원 속에 축제의 막을 내린 후 함께 했던 행복한 기억을 한껏 담은 이 88개의 피아노는 지역사회에 기부 되었다. 지금은 뉴욕 시 내 공립학교, 병원, 지역 회관 등에서 이 피아노를 만나볼 수 있다.

Pop Up Pianos 홈페이지http://pianos.singforhope.org/

글_ 명희정 / 뉴욕 문화예술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