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은 인생의 거울이다. 그렇다면 어린이 연극은 특정 시기에 해당 사회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그 가치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어린이 연극의 내용과 형태는 예술가가 지향하는 바를 보여준다. 필자는 1984년부터 2011년까지 싱가포르 어린이 연극계 주역들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알아보려고 한다. 싱가포르의 중국어와 말레이어 극단은 어린이 연극 제작 편수가 적으므로 영어 극단들만 다루기로 한다.

우리 세대의 이야기를 다루는 극단
싱가포르 최초의 전문 어린이 극단 ‘액트 3 시어트릭스(Act 3 Theatrics Pte Ltd.)’는 1984년 R. 찬드란과 루비 림 양, 자스민 사맛이 함께 설립했다. 이들은 ‘라디오 텔레비전 싱가포르’ 워크숍을 통해 만났으며 연극을 매우 사랑했기에 각자의 직업을 포기하고 오롯이 어린이 연극 제작에 몰두하게 되었다. 이들의 작품은 전세계의 동화를 사람들의 안방에 제공한다는 ‘안방 극장’ 개념과 통한다.

1990년대 말 ‘액트 3’의 감독들은 단체를 두 개로 분리했다. ‘액트 3 시어트릭스’는 학교, 연극제, 워크숍에만 집중한다. 시어트릭스를 맡은 찬드란은 계속하여 창작 작업과 싱가폴 문학 작품을 각색하며 잘 알려진 이야기들을 싱가포르 스타일로 공연하고 있다. 또 다른 회사인 ‘액트 3 인터내셔널(Act 3 International)’은 주로 국제 순회 작품을 상연한다. ‘액트 3’의 조직은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방과 후 드라마 교육 센터인 ‘액트 3 드라마 아카데미(Act 3 Drama Academy)’, 고품질의 어린이 연극, 음악, 춤, 영화를 국제적으로 선보였던 ‘푸르덴셜 어린이 중심 축제(Prudential Children’s First Festival)’, 연례 노동조합총회 ‘연 축제(Kite Festival)’, 케언힐 로드에 위치한 액트 3 시어터의 상시 공연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말레이시아 수방 자야 셀란고르 지역에 지사를 개설하기도 했다.

두 번째 어린이 극단 ‘아이 시어터(I Theater)’는 연간 3~4개의 연극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의 비전은 접근 가능하며 영감을 주는 도전적인 원작을 제공하는 것이다. 세계적 수준을 갖춘 연극 가족이 이 극단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아이 시어터는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2개 이상의 작품을 출품하기도 했다.

세 번째 어린이 극단 ‘더 플레이어스 시어터(The Players Theatre)’는 어린이 연극만을 제작하고 있다. 2003년 한 여배우와 그의 어머니 카리나 헤일즈가 설립한 비영리 어린이 극단인 이곳은 ‘가슴을 울리고 삶을 확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은 전문적인 연극 제작 및 상연을 통해 해당 지역사회 청소년과 가족에게 다가가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더 플레이어스 시어터’는 잘 알려진 어린이 책을 각색하여 무대에 올렸으나, 점차 원작을 창작해 상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세 개의 전문 어린이 극단 외에도 어린이로 이루어진 팀을 가진 극단이 있다. 이 중 하나인 ‘싱가포르 레퍼토리 시어터(Singapore Repertory Theatre)’의 목표는 아시아 예술가들이 무대 위와 밖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싱가포르 사람들과 관광객을 위해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처럼 싱가포르 문화의 풍부함을 경험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고 있다. 또한, 극단 외에도 몇 개의 기관과 미술관, 단체들이 어린이와 가족 중심의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연례 싱가포르 아츠 페스티벌에도 어린이 분야가 있는데 이는 2009년 열린 ‘패밀리 펀 페스트’에서 시작해 2011년 ‘키즈 아츠 빌리지’로 확장되었다. 이러한 무대는 완성된 작품을 수동적 관객에게 선보이기보다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 자체에 역점을 두고 있다.

싱가포르 어린이 연극의 발전과 미래
지난 27년 간 싱가포르에서는 높은 품질의 어린이 연극이 자라났고, 이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 이런 상황 속 어린이 연극 단체는 후원자 모집과 함께 의미 있는 창작품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 성공적인 과거 작품의 재공연에 나서는 것, 어린이 연극 관련 교재를 연구하고 출판하는 것, 전통 예술가와의 연구와 협력, 소중한 창작 경험을 문서화하는 것, 더 많은 매스미디어가 어린이 연극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인정하는 것, 국제 순회 공연 등을 화두로 하여 고민과 모색을 계속하고 있다.

‘디즈니, 세서미 스트리트, 바니, 토마스 기차’ 등 어린이를 위한 대형 상업 엔터테인먼트 작품이 수시로 상연되는 싱가포르 현실에서 보다 더 싱가포르적인 어떤 것을 창작해야 한다는 절박함은 커지고 있다. 싱가포르 어린이가 아시아 및 싱가포르 고유의 이야기를 알지 못한다면 미래 세대는 현재 고유의 문화라고 주장하는 가치나 이야기를 소유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어린이 연극이 성공적이며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성장 및 발전하는 것을 고민한다면, 이를 진지한 사업이나 진지한 연극으로 관리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글_제프리 탄 싱가포르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