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은 전세계 노인 인구의 16%에 달하는 7,500만여 명의 노인이 살고 있는 세계 4위의 노령국가다. 이에 스페인 어르신들의 문화 행사 참여도는 여타 프로그램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 문화 행사가 열리는 어느 곳이든 노인 관람객들로 넘쳐나며, 노인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눈에 띄는데 이는 문화예술의 생활화가 확실히 이루어진 나라이기에 가능한 모습일 것이다.

 

어르신을 위한 문화예술의 장

 

스페인의 이러한 특성상, 노인 관람객의 흡수를 위해서 문화기관마다 노인 대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중 ‘마드리드 카이샤 포럼Caixaforum Madrid‘ 에서 운영하고 있는 ‘커피와 함께 미술 이야기’ 프로그램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1899년에 건설된 전력소 건물을 개조하여 2008년 미술관으로 재탄생한 문화공간 마드리드 카이샤 포럼은 미술, 음악, 문학, 무용, 영화 등 문화 전반에 걸친 알찬 프로그램을 열어 시민들에게 문화예술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이곳의 프로그램은 노인, 어린이, 학생, 가족단위 등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한다. 카이샤 포럼의 노인대상 문화프로그램 ‘커피와 함께하는 미술 이야기’는 매주 수요일 오후 7시에 열리며, 만 60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예약 하에 진행된다. 이 프로그램은 노인들에게 인기가 높아 매번 조기마감이 되곤 한다. 또한 프로그램 내용은 시기별로 달리 열리는 미술전시회에 따라 바뀐다. 필자가 찾았을 때는 프랑스 사진작가 자크 앙리 라르티게의 흑백사진전과 연계한 내용으로 펼쳐졌다.

문화예술 향유로 풍성한 노년을

 

스이날 프로그램은 미리 준비된 전시 관련 슬라이드를 함께 보며 아티스트 연혁과 작품 세계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됐다. 설명이 끝나고 참여 노인들은 도슨트와 함께 전시장을 둘러보며 주요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작가가 보여주는 시대를 앞서가는 현대적 감각과 아름다운 구성미에 놀랍다는 찬사가 여기 저기서 끊이지 않는다. 프로그램 마지막은 커피나 차를 함께 들면서 서로 전시 관람소감을 나누고 도슨트와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날 도슨트 역할을 한 테레사 씨는 “프로그램 대상이 어르신들이기 때문에 말을 할 때 단어를 조심스럽게 선택한다. 이외에는 다른 그룹의 전시관람 프로그램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이 프로그램 두 번째 참여라는 한 할머니는 “지금 나는 인생의 마지막 단계에 와 있는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 시기를 계속 공부하며 보내고 싶다. 지식을 꾸준히 습득하는 것은 내게 힘을 주고 자유를 준다.”며 “특히 카이샤 포럼의 프로그램은 내용이 알차고 진행이 매끄러워 유익하다.”고 참가 소감을 밝혔다.

 

 

기업의 문화예술 사회공헌 현장

 

스페인 내 6개의 문화공간 카이샤 포럼과 2개의 과학박물관 코스모 카이샤를 운영하는 카이샤 그룹은 스페인 최대 금융그룹 중 하나다. 카이샤 그룹의 사회공헌 규모는 스페인 최대이며, 유럽 2위의 수준을 자랑한다. 또한 사회공헌 분야도 문화, 환경, 과학, 사회, 교육 등 다방면에 걸쳐져 있다.

 

특히 카이샤 그룹이 집중하는 것은 노인세대를 위한 복지활동으로, 어르신들의 사회 유대감을 높이고 자아 발전, 인생의 질적 향상, 자기애 증대를 주요 목표로 하는 프로그램 구성에 주력하고 있다. 카이샤 그룹이 펼치는 또 다른 노인대상 사회공헌 프로젝트에는 ‘사람 3.0’ 프로젝트가 있는데, 이는 노인들이 젊은 세대와의 유대를 통해 자신들의 지혜와 경험을 후세에 전해주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노인세대와 청소년 세대가 함께 배움을 경험하는 세대 공동체 프로그램, 독서 교실, 노인 자원 봉사대 활동 등 다채로운 현장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글_ 스페인 홍현숙 통신원  사진_ 카이샤 그룹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