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병, 마음의 병, 예술로 치료한다? 현대인들은 몸이 아프면 병원을 찾아가는데 인색하지 않다. 하지만 마음속 상처가 심각한 병으로도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애써 무시한 채 그저 시간에 맡기는 등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는데 그치고 있다. 이처럼 마음의 상처는 홀대받는 실정이다. 어쩌면 지극히 우리들의 일반적인 모습이기도 한데, 보이는 병만큼 보이지 않는 마음의 병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사회적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은 씁쓸하면서도 흥미로운 사회적 현상 중의 하나이다.

 

예술치료, 의학적 치료를 돕는 훌륭한 조력자

 

쿤스트테라피, 즉 예, 효과적으로 다스리는 법을 배우는 데 목적을 두고 있는 치료활동으로 의학적 치료와 더불어 진행되는 부가적 치료방식이다. 예술치료는 예전과 비교하면 의학계 내에서 필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의학적 치료에 대한 효과를 더욱 극대화할 수 있는 훌륭한 부가 치료방식으로도 인정을 받아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쿤스트테라피가 적용될 수 있는 마음의 병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다. 정신적 및 육체적 장애를 가진 사람에서부터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에 마음이 베여 생긴 상처, 유달리 사회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운 소극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들, 개인적인 어려움에 빠진 사람들 등 일반적으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보통사람들의 마음병에 대해서도 모두 아우르고 있다. 최근 주목할 만한 사실은 자각 가능한 심각한 정신적 및 육체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보다는 지극히 평범한 사회구성원들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더욱 다양해졌다는 점이다.술치료는 이러한 사회적 관심 속에서 이미 한국에서도 잘 알려졌듯이 음악, 회화, 연극 등의 예술활동으로 사람의 마음을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읽어내고

 

뉴팅엔 아틀리에(Atelier für Kunst & Therapie Nürtingen)

 

쿤스트테라피 활동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여러모로 진행 중인뉴팅엔 아틀리에(Atelier für Kunst & Therapie Nürtingen)는 80년대 말에 설립되어 지금까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예술치료 기관 중의 하나이다. 총 5명의 예술치료사와 3명의 외부 초청강사로 구성된 이 기관은 어린이와 성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으며, 주중에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힘든 참여자들을 위해 주말 세미나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음악치료사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전문적인 직업교육 프로그램(1일 또는 2일 강좌)도 함께 준비되어 있다.

프로그램 속을 들여다보면 치료라기보다는 놀이에 가깝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이러한 성격이 더욱 강해진다. 대표적인 어린이 프로그램인 “패밀리 아틀리에(Familieatelier)”는 가족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다양한 색깔과 소리를 체험해 보는 프로그램으로 매달 1회에서 2회 가량 열리는 정기 프로그램이다. 또 다른 어린이 프로그램인 “쿤터분트(Kinderkurs Kunterbunt)”는 5세 이상 아이들을 대상으로 색, 소리, 찰흙 그리고 기계를 이용한 일종의 감각 깨우기 창작교실 프로그램이다. 기계 틀로 만든 모형에 색깔을 입히고 갖가지 도구들을 이용해 틀 속에서 돌아가고 있는 찰흙 모형에 여러 가지 소리도 만들어 보는 등 개인적인 창조적 능력에 따라 다양한 작품들이 나올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흥미와 재미를 최우선 목표로 정해두고 있는 것에는 어른들을 위한 프로그램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프라이데이 아틀리에(Freitagatelier)”의 경우 예술적인 사전 지식이 전혀 없는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다양한 재료들을 체험해 보고 본인이 가장 잘 맞는 그림방식을 찾아가는 프로그램이다. 상상력을 십분 발휘해야 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우리에게 이미 정형화되어 버린 사물의 형태를 개인적인 상상력을 동원해 새롭게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으로 “부처의 머리를 새롭게 변형시켜보는 것”이 2011년 이 프로그램의 주제였다. 달팽이 집을 새롭게 바꾸어 보거나, 정원의 조형물들을 각자만의 개성을 살려 창조해 보는 프로그램으로 참가자들의 개성이 뚜렷이 드러나는 것이 중요한 특징이다.

그뿐만 아니라 여성들을 위한 회화반도 개설되어 있다. “Mal-Werkstatt für Frauen”이라고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자신이 인지한 개인적인 경험이나 사실을 그림으로 옮겨 보면서 현재 자신이 인생의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등을 재점검하는 자리를 가진다. 주말에만 열리는 율동프로그램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긴장완화, 스트레스 해소 등의 이유로 요가나 그 밖의 운동프로그램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 프로그램은 여성들의 창의성 개발에 주목적을 두고 있는 만큼 몸을 이용한 다양한 표현을 가능하게 하는데 주 목적이 있다. 특정 동작의 상징성과 의미 그리고 몸을 움직임으로서 부가적으로 얻게 되는 경험들을 체험을 통해 배우게 된다.

 

 

목적이 없는 예술치료

 

뉴팅엔 아틀리에(Atelier für Kunst & Therapie Nürtingen)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은 치료의 성격보다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에 가깝다. 홈페이지에서 소개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은 사실 신청제약이 전혀 없어 누구나 신청 가능한 프로그램들로, 짧게는 1일에서 2일, 길게는 6주에 걸쳐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치료를 목적으로 한 개인 상담은 개별적으로만 받고 있고 치료 방식과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은 아쉽다.

뉴팅엔 아틀리에(Atelier für Kunst & Therapie Nürtingen) 홈페이지에는 “예술치료는 의료행위나 정신과 치료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다(Kunsttherapie ersetzt keine ärztliche Behandlung oder Psychotherapie.)”라는 점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즉 예술치료는 어디까지나 치료를 위한 다양한 방법의 하나며, 주요 의료행위를 보조하는 역할을 띄고 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문제가 생기기 전에는 문화예술교육으로 예방하고, 문제점이 생긴 후에도 문화예술교육을 활용해 적극 대처하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치료라는 구체적인 목적이 없이도 또는 치료목적을 위해서 적극 도입되는 독일의 일괄적인 문화예술 정책을 다시 한번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글_독일통신원 성경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