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창조 경제 이니셔티브 프로그램 목적으로 베를린에서 추진하고 있는 디자인 분야 산업 활성화 정책은 무엇보다 ‘공모전’을 통한 참신한 아이디어 모으기로 주목받고 있다. 전문적인 디자이너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모전뿐만 아니라 신인 디자이너 발굴을 위해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공모전들도 분기마다 진행되고 있다. 또한 어린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디자인을 어려운 개념이 아닌 ‘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실용적인 아름다움’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식 나눔 행사들도 눈에 띈다. 또한 전문 디자이너들을 위해서는Co-Design-Workshop¹을 통해 정기적으로 디자인 분야가 고질적으로 안고 있었던 구조적인 약점을 보완하고 논란이 되어 왔던 문제점들을 산업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이 함께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총 12명의 대표자로 구성된 워크숍 운영단들은 건축 디자인 대학교수는 물론 실무에 강한 디자인 사무실 운영자들로 이 워크숍을 통해 베를린의 디자인 전략을 점검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평가들을 나누게 된다.

¹ ‘Co-Design-Workshop’ 더보기

전문적인 산업분야로 나아가기 위한 현실적인 지원

현재 베를린에는 총 4,000개가 넘는 디자인 업체들이 넘는 학생들이, 3,000명이 넘는 학생들이 대학에서디자인을 전공²하고 있다. 2,200개에 달하는 소규모 아뜰리에를 운영하며 작가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베를린의 디자인 산업은 크게 패션과 산업 디자인으로 나누어진다. 2006년 유네스코가 선정한 ‘디자인 도시(City of Design)’에 선정된 이후 디자인 분야에 대한 국내외적 관심이 급증했고, 베를린은 유럽 내에서도 주목받는 디자인 도시로 인정받고 있다.

² ‘디자인 전공’ 더보기

문화산업 활성화 정책에 적극 도입되면서 베를린 시 디자인 분야에서 드러났던 가장 큰 문제는 이미 고질적으로 만성화된 ‘작업공간의 부족’이었다. 대부분 1~2인이 운영하고 있는 개인작업실을 대여하는 것도 물량부족으로 힘들 뿐만 아니라 영세한 규모 때문에 자금부족에 시달리는 업체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된 예술작가들은 작품활동에 전념하기 힘들어지며 자연스럽게 작품활동이 더뎌지게 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확보된 예산을 활용해 저렴하고 공간활용도가 높은 아뜰리에를 보유해 작가들에게 무상 또는 조건부로 대여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노력결과 매년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의 디자이너들이 작업하기 좋은 도시 베를린으로 모여들고 있다. 안정적이고 현실적인 지원을 받으며 작품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작가들을 배려하고 있는 문화-창조경제 이니셔티브 프로그램이 시행 5년 만에 문화산업 분야의 문제점들을 개선함으로써 전문적인 산업분야로의 발전을 더욱 앞당기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기대되는 이니셔티브의 미래
산업디자인은 상당히 간결하고 사용이 쉬운 실용적인 디자인을 추구하는 독일에서는 가구, 자동차, 세공품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디자인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이를 다시 작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들과의 적극적인 거래의 장소로 활용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문화-창조산업분야 이니셔티브가 발족하고 난 이후 베를린에서 매년 개최되고 있는 DMY 국제 디자인 페스티벌(DMY International Design Festival)은 매년 관람객들이 증가해 2011년에는 32,500명의 방문객을 기록하며 다시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국제 디자인 센터(Das Internationale Designzentrum, 이하 IDZ) 또한 작가들의 작품을 정기적으로 전시하고 이슈가 되는 디자인 테마에 대한 워크숍을 개최하는 등 베를린에서 예술작가들을 이어주는 중요한 구심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Create Berlin 프로그램과 연계하여 진행하고 있는 „Design & Company’ 프로젝트에서는 작가의 작품활동에 필요한 제반 사항들, 예를 들면 재정, 저작권, 작가 이미지 구축, 법률 사항 등의 주제에 대해 종합적인 자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베를린에 구축된 작가 네트워크(CreateBerlin, berlindesign.net, IDZ)는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 디자인 행사에서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산업디자인 공모전(Industrial Design Competence Berlin, ID) 및 하노버 디자인 박람회 등뿐만 아니라 디자인 주간(Design Week)이라는 형태로 홍콩, 상하이, 서일, 타이완 등 전 세계에서 열리는 디자인 박람회에 참여하며 독일 디자이너들의 세계적인 위상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올해 독일은 홍콩에서 2011.11.28부터 12월 3일까지 개최된 디자인 주간 사업(Business of Design Week in Hong Kong )의 파트너 국가로서 참여했는데, 베를린도 중요한 디자인 도시로 인정받으며 참가했다.

실제 생활과 상당히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디자인 분야는 사실 지극히 상업적일 수밖에 없는 분야임은 틀림없다. 영화산업에서 영화업 종사자들의 근로조건 법제화가 시급한 과제였다면 디자인 분야는 영세한 자영업자들의 자립을 돕는 데 있었다. 결국 하나의 예술작품이 나오기 위해 그 뒤에 숨어 있는 현실적인 부분을 해결하는 것이 필수적이었고 이러한 진단에 따라 전문 팀들의 문제 해결이 큰 성과를 가져왔다. 우선 지난 5년간의 성과는 상당히 긍정적이다. 정책입안자는 물론 실질적인 혜택을 받은 예술가들, 그리고 그들이 조성한 새로운 문화단지에서 누구보다도 가까이 생활 속에서 이들의 작품을 감상하는 베를린 시민에 이르기까지, 예술을 산업으로 끌어들이면서 그 속에 문화예술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음을 잊지 않았다. 바로 여기에 문화-창조산업 이니셔티브의 앞으로의 5년이 기대되는 이유다.

글•사진_독일 통신원 성경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