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문화! 그리고 교육!, 이는 30년 가까이 미술을 가르치고 있는 내 머릿속에 매년 자리하고 있는 단어들이다. 더욱이 2011년 창의경영학교의 예술중점학교(미술)를 운영하면서 그 어느 해보다도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 단어들이다. 직접 경험의 기회가 적은 교사들이 간접경험을 통해 아이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사실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더 절실하게 다가온 단어들이다. 나의 이러한 아쉬움과 안타까운 마음을 누군가가 헤아려 주었는지 역사와 문화의 나라 베를린 교육기행의 기회가 주어졌고, 그 시간이 남은 10여 년간의 교육활동 시 더 많은 변화의 실마리를 가져다 줄 소중한 일주일이었기에 단 한시각도, 한 컷의 새로운 모습도, 그저 스쳐지나가는 단 한사람의 행동도 허투로 흘려보낼 수 없어 나의 무딘 오감을 총 동원하여 마음속 깊이 새겨놓았다.

독일교육의 참모습을 찾아보다

‘공부 못하는 나라’, ‘더디더라도 아이들 스스로 학습방법을 찾아가는 교육’, ‘OECD 학업성취도 평가 중위권의 나라’는 인터넷에 독일교육을 검색하면 바로 볼 수 있는 문장들이다. 국가경쟁력이 유럽국가 중 1위, 세계 5위라는 선진국 독일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검색 결과란 생각을 하면서, 이번 교육기행을 통해 이 의문점을 해결해 보겠다는 각오로 그들이 추구하는, 함께 가는 법을 가장 중요시 여기는 학교교육의 모습을 찾아보았다.

교육학적 이념에 따라 교육이 이루어지는 발도르프 학교(Waldorfschule)는 루돌프 슈타이너(Rudolf Steiner)가 발전시킨 사립학교로 초등학교과정부터 12학년까지로 이루어져 있으며, 13학년의 아비투어(Abitur) 준비반 과정을 두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모든 교육과정이 예술과 관련되어 이루어지며, 통합교과적 프로젝트 수업은 학년별로 주제를 정하고 있었다.
정규 수업시간에 교사 협의시간을 갖도록 하고 있었고, 8년 담임제를 통해 한 명의 같은 교사가 계속해서 8년을 가르침으로써 교육의 연속성과 지속적인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또 학급 구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여 면담을 통해 학급을 구성하고, 협동학습을 통한 인성교육의 중요성 강조하는 그야말로 함께 가는 법을 중시하는 독일의 대표적 교육기관이었다.
학비는 부모의 수입에 따라 정해지며 교육기부문화가 정착되어 있었고, 기부를 할 수 없는 가정의 부모님은 교육봉사활동을 하는데 우리가 방문했을 때 한국학생 어머니가 교육봉사를 오셔서 통역과 번역을 맡아 주셨다. 정말 좋은 문화의 정착을 엿볼 수 있었다.

베를린시 교육부 관계자와 함께 한 루돌프 피르호 중등학교(Rudolf-Virchow-objerschule) 탐방에서는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그들의 교육제도와 실제적인 교육프로그램을 알 수 있었다. 그 중 5단계 예술교육 과정(①경험,체험②방법론연구③테크닉연마④예술의 이해⑤종합적인 예술교과 마스터)은 자기주도학습을 강조하였다. 학생들이 스스로 사고하고, 계획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과정의 중요성을 기록(포트폴리오)하여 향후 대학진학의 중요한 자료로도 활용하고 있었다. 이를 통하여 본교 프로젝트 수업과 개인별 포트폴리오 관리 등에서 서로의 공통점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박물관, 갤러리 등 지역 유관기간과의 교육협력체제가 긴밀히 이루어지고 있어 전문가들이 학교에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거나 학생들이 직접 현장에서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았다. 이곳에서 예술은 행복을 추구하는 것으로 예술의 발전을 교육정책의 기조로 삼고 있는 독일의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일 수 있었고 우리나라 교육 현장과의 차별성과 적용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었다.

아른트 김나지움 달렘(Arndt-Gymnasium Dahlem)은 100년이 넘는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베를린에서 인기가 높은 명문학교로 예술중점학교와 비슷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학교의 음악활동은 뛰어난 연주가를 키우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학교 공부를 하면서 악기연주를 배우고, 또 전문 연주자처럼 뛰어난 연주 실력은 아니라도 즐겁게 연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여 음악의 즐거움을 가르쳐 주고자 하는 것이었다. 학교에 들어서니 로비 공간에 자유롭게 앉아 무엇인가를 토론하는 학생들의 자유스러운 모습과 곳곳에 전시된 미술작품을 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매년 여러 방식의 음악회를 열고 있는데 매 음악회 때마다 얻은 티켓판매수익금과 후원금은 더 많은 학생들이 악기를 구입하거나 수선, 유지비로 사용된다. 그리고 학교의 오케스트라나 재즈밴드는 꼭 재학생이 아니어도 참여할 수 있도록 인근의 초등학교나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참여의 문을 열어놓고 있었다. 이러한 다양한 연주기회가 학생에게 미치는 영향과 자립적 학교운영방식 등은 향후 예술중점학교에 적용 할 수 있는 모델의 모습이었다.

카를 바흐(Carl Philipp Emanuel Bach) 뮤직 김나지움은 음악적 소질이 뛰어난 학생들이 다니는 공립 중등학교로 우리나라의 예술고등학교와 같은 분위기였다. 수업은 필수과목과 선택과목으로 나누어져 있고 90분의 전공수업, 45분의 피아노 수업(7학년부터 의무), 소규모로 45분의 작곡과 듣기 훈련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뮤직 김나지움 프로그램 중, 지역연계 프로그램의 운영측면은 예술중점학교와 흡사한 부분을 찾아볼 수 있었다. 베를린에 있는 여러 음악학교뿐만 아니라 베를린 시 음악협회, 음악 아카데미, 베를린 콘서트 홀, 대학 등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학교의 정규 커리큘럼 안에서 이러한 지역 문화예술기관과의 연계 운영을 통해 새롭고 다양한 체험을 겸하고 있었다.

예술문화의 공간 만들기를 꿈꾸어 보다

베를린은 전 세계 예술가들의 엘도라도로서 영화의 도시, 패션의 도시, 디자인의 도시, 음악의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실 짧은 일주일간의 베를린 도시 기행을 통해서 그 도시의 창조적 분위기, 지적 호기심의 자극, 지칠 줄 모르는 창의적 의지를 느낄 수 있었으며, 내 속에서도 알 수 없는 교육에 대한 새로운 욕구와 희망이 샘 솟는 듯한 전율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교육기행은 역사와 문화적 바탕 속에서 예술을 추구하는 도시의 학교 방문을 통해 더디지만 자기주도적으로 진행되는 교육활동을 접할 수 있었고, 아이들의 순수성 등, 작은 것에 소중함을 느끼는 수업 현장을 직접 보면서 교육자로서 교육에 대한 새로운 다짐을 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의 장이자, 이러한 독일 교육현장에서 예술중점학교의 현재와 미래를 볼 수 있었다. 독일 학교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었던 “지역연계 프로그램”, “통합교과 활성”(모든 교과의 예술적 방식 연계) 등은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그 중요성을 알고 학교현장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사항이다.

그러나 독일은 정부나 학교에서 단순히 교재 제작에 힘쓰기보다, 교사연수를 강화하여 학생의 개개인별의 눈높이 교육으로 학생들이 스스로 사고하고, 계획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이끄는데 힘쓰고 있었다. 또한 학교생활을 잘할 수 있도록 선배 학생들이 저학년 학생들을 돕고, 지도해주면서 자연스럽게 선후배관계 또한 졸업 후에도 좋은 관계로 이어지는 등, 예술로 통해 협동심과 책임감 등의 사회성이 형성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운영측면에서도 자립적 학교운영 방식은 향후 예술중점학교가 벤치마킹하고 고민해야 될 부분이기도 하다.
바로 이 부분이 독일의 학업성취도와 국가 경쟁력이 반비례 하는 이유라고 생각이 들었다. 조금 늦게 가더라도 지역 연계 프로그램이나, 통합교과를 활성화해서 학생들의 창의성을 신장시키는 것, 지금 당장의 성과보다는 미래를 내다보는 교육, 이것이 교육이 가야 할 방향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내가 사는 이 도시와 나의 어린 제자들이 생활하는 교육의 장소가 예술문화가 가득한 공간으로 꾸며지기를 꿈꾸면서, 그래서 우리의 국가 경쟁력이 교육을 통해 높아지는 그날을 기대하며 교육기행의 체험을 바탕으로 다가오는 2012년에는 아이들에게 보다 더 내실 있는 예술교육활동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하리라 다짐해 본다.


글_ 권은자 대구 성당중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