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디저트를 통한 신개념의 문화교육의 현장

 

북경대학교 셔우웬(勺园) 2호동 홀 안이 혼잡스럽다. 각종민속의상을 챙겨 입은 학생들과 부산스럽게 음료수 통을 실어 나르고 있는 학생들, 그리고 한쪽에서 최신댄스 안무 연습 중인 학생들이 각각 바삐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달콤한 냄새에 이끌려 온 세계각국 학생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입장 5분전,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길게 줄은 선 학생들 사이에서 한국말, 중국말, 영어, 태국어 등 세계 각개국어가 혼잡하게 섞여 거대한 데시벨을 울리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이 많은 학생들을 이리 목을 빼고 기다리게 하는 것일까? 꿀에 벌이 꼬이듯, 달콤한 디저트에 매료되어 모인 유학생들간의 디저트 향연의 현장 속으로 가보았다.

 

축제의 정식 명칭은 “제3회 아시아 디저트 페스티벌(AISA DESSERT FESTIVAL—Paint you a rainbow)”로, 총 아시아 7개의 국가와 지역(한국, 대만,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이 참가하는 각 유학생회에서 학생들간에 문화교류와 이해증진을 위해 3년간 자체적으로 꾸준히 유지해온 축제이다. 특히 이번 제3회 페스티벌에는 그 동안 참여를 안 해오던 태국이 참여를 하여 총 7개의 부스가 마련이 돼, 각 부스 별로 한 가지 색깔을 배정받아 “무지개”를 형상화하였다. 그래서 메인 홀 안에 들어갔을 시 ㄷ자로 배열되있는 7개의 부스가 마치 빛깔 좋은 색동다리를 보는 효과를 가져다 주었다. 참가자들의 입장이 허용되고, 한국과 대만 유학생의 유쾌하고 깔끔한 진행에 뒤이어, 중국에서 전형적으로 행사의 서막을 알리는 멘트: “시엔짜이카이싈!(现在开始!:지금 시작 하겠습니다!)”과 우렁찬 외침과 함께 축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본 축제가 단순한 친목도모가 아닌, 디저트를 통해서 각 나라와 지역에 대해서 배우고 알아나가자는 취지에서 설립된 만큼, 각 부스마다 어떤 형식으로 그 나라의 디저트에 대해 소개해 나가는지 궁금했다.

우선 눈에 확 들어오는 건, 민족의상을 입고 있는 부스 태국이었다, 화려한 금색장신구를 온몸에 휘감은 아리따운 태국 유학생들은, 태국 전통 인사 포즈를 취한 체 방문객 하나하나 맞이하는 모습이 뇌리에 깊게 남았다. “사와디카-” 필자가 부스로 가까이 가자 전통의상을 입은 여학생 한 명이 인사를 건네왔다. 태국 부스에서 준비한 음식은 총 4가지, 각 음식 앞에는 각각 중국어와 영문, 태국어로 음식의 명칭을 표시해놓았다. 그 중 공기 만한 과자가 수북이 쌓여있는 것을 발견하고, 하나 집어 먹으려 하자 아까 인사를 건낸 학생이 다가와선 그 음식에 대해 소개를 해주기 시작했다. “이건 핑핑빙깐(平平饼干)이라는 과자인데 태국에서 가장 즐겨먹는 디저트에요, 핑핑(平平)이 순조롭다, 탈없다라는 뜻이 있듯이 이 과자 먹고 순조롭게 올 한해 보내라는 뜻으로 많이 먹는 태국의 제일 대중적인 디저트입니다. 보통 온 가족이 모이는 명절이나 아니면 손님을 초대하는 자리에 종종 내놓게 되는 간식거리인데, 태국어로는 카눔핑(KA-NUM-PING)이라고 해요.” 달달한 과자를 음미하며 맛이 좋다고 칭찬을 하자 여학생도 기분이 좋은지 말을 계속 이어갔다. “사실 음식이름에 의미를 부여하는 습관이 저희 태국에는 원래 없었어요, 하지만 아시다시피 태국에는 정말 많은 화교들이 살고 있고, 필연적으로 이들의 영향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태국 원주민들도 점차 중국인들 특유의 습관을 따라 배우게 됐는데요. 바로 음식이나 사물에 좋을 뜻을 부여하여, 그 음식을 섭취하고 물건을 지님으로써, 한 해의 무탈과 평안을 기원하는 습관이 생기기 시작한 겁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이 핑핑빙깐이고요.”

 

말문이 트이자 대화는 쉽게 이어져 나갔다. 우선은 맛 칭찬으로 시작된 대화는 디저트의 유례와 본 디저트가 생기게 된 지역배경, 판매경로 등등으로 이어졌다. 그 중에 한국과의 공통점을 발견하고 또 그 공통점의 이점을 발견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태국에 대해 배워가게 되었다. 교과서적 배움에 그쳐있던 필자의 발언에 여학생은 웃음을 지으며 필자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 알려주기 시작했다. 태국의 코끼리와 국왕의 인지도, 그리고 탁신정권과 현재정권 지지자들의 대립까지, 뉴스에서 접했던 이야기부터 태국학생에게 직접적인 묘사를 듣지 않으면 도무지 알 수 없는 사실까지, 대회에 오기 전 단순히 음식만 즐기고 끝나는 일회성의 축제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저 멀리로 떠나고, 내가 여태껏 접했던 언론의 편향성과 문자의 한계를 새삼 깨달으며 즐겁게 대화를 나누었다.

빨강색으로 의상을 통일한 한국부스는 유과와 절편 등, 이국색채가 강하지 않고, 맛이 심심하여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총 5가지의 한국 전통 간식을 선보이고 있었다. 그 중에 제일 인기가 많은 것은 꿀떡! 세계인의 입맛은 모두 똑 같은 것일까? 꿀떡은 맛있게 먹는 학생들은, 부스 진행요원이 발음을 천천히 끌면서 알려주는 ‘꿀떡’을 따라 말하려고 애를 썼다. 각 간식들 앞에는 역시 3개국어로 음식의 명칭을 표기해놓았고, 곁들어 볼 수 있는 음식의 짧은 설명이 있었다. 하지만 어찌 이로써 한국의 반만년 역사와 문화가 설명이 되겠는가? 벌써 한쪽에서는 떡을 찧는 모습을 따라 하며 외국학생들에게 설명하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깔깔 거리며 대화하는 주최측과 참가한 학생모두다 즐거워하는 모습이다. 유자차를 들고 마시며 한국에는 과일차가 있어서 좋다는 학생에게는 제주도이야기를, 떡 문화에 관심이 많은 학생에게는 한국의 농경사회를 설명해주며, 음식을 통해 그 나라를 알아간다는 게 얼마나 효과적인지 몸소 체험하는 현장이었다.

 

이외에도, 홍콩부스와 마카오 부스에서 맛 볼 수 있었던 중서(中西)간의 조화와 싱가포르 부스에서 맛본 퓨전과 독창성, 그리고 대만하면 떠오르는 버블티까지 맛보며, 그 동안 단순히 즐겼던 이국음식들의 속안에 감춰 있던 하나하나의 이야기 보따리를 하나하나 펼치면서, 디저트 하나하나가 이렇게 큰 내용을 담고 있었다는 사실에 또 한번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로써도 충분할 축제였지만, 각 학생회에선 페스티벌 중간중간에 각 나라와 지역마다 그 나라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공연을 게릴라 형식으로 선을 보였다. 홍콩에서 온 어느 한 남학생은 서양의 팝 멜로디에 중국전통 시가(詩歌)를 도입하여 홍콩 특색의 연주를 선보였으며, 싱가포르에서 온 유학생 댄스단은 멋진 댄스로 싱가포르의 젊음과 패기를 선보였다. 허나 이 모든 공연을 뒤로한 체 학생들의 가장 열열한 환호를 받은 공연이 있었으니, 바로 태국 유학생회에서 준비한 태국전통 춤이었다. 머리부터 말끝까지 번쩍번쩍거리는 금색 장신구를 몸에 휘감은 태국여학생들이 전통음악을 리믹스(remix)하여 준비한 댄스타임에는 모든 학생들이 목청을 높여 환호를 지르며 그들과 융합 되어갔다.

 

오감(五感)을 자극하는 문화 퍼레이드를 감상하며, 과연 이 활동을 주최한 각 학생회는 어떤 생각으로 이런 문화교류전을 열게 된 것이지 그 이유에 대해 궁금했다.

 

이에 대해 대만학생회 회장 에페이쟤(叶沛洁,북경대학교 예술학과 07학번)는 이렇게 대답을 하였다. “사실 학교에서 무슨무슨 교류행사다 해서 가보면 앞에 한 2시간 동안 선생님 말씀 듣고, 송사 하고 답사하는 ‘보여주기 위한’ 행사는 부지기수지만, 정말 학생들끼리 교류하고 알아가라고 마련 된 자린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끼리 정말 유학생들간의 우정을 쌓고 각 나라의 문화에 대해서 알아갈 수 있는 교류의 자리를 만들어 보자 해서 이번 디저트 페스티벌을 주최하게 된 것이지요.”

 

그렇다면, 디저트를 통한 교류의 장을 고집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마카오 학생회에서는 이렇게 대답을 하였다. “중국 고서《汉书》에 民以食为天이란 말이 있습니다. 음식이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하단 의미로 해석이 되는데요. 맛있는 것 먹기 싫어하는 사람 세상 어디에도 없듯이, 음식 자체가 가지고 있는 보편성을 믿었어요. 학술 교류나 운동 교류 같은 경우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는데, 음식은 그렇지 않잖아요. 문턱 자체도 낮고…… 어찌 보면 전세계, 전인류의 공통된 관심사는 음식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이에 이어 한국 학생회 부원 박은지양이 말을 이어갔다 “물론 대학생이 학술교류를 통해 여러 분야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을 하고, 의견과 정보를 교환을 하는 자리도 충분히 필요하지만, 이는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관심사를 반영하진 않습니다. 전세계 사람들이 만약에 하나도 빠지지 않고 공통되게 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바로 의식주입니다. 그리고 이를 대표하고 반영하는 것이 바로 각국의 문화이고요. 각기 다른 문화는 각 나라의 창의성과 독창성을 내포하고 있는데, 각국의 정치 경제, 사회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좀 더 근본적이고 심도있는 연구를 하다 보면 그 뿌리에는 언제나 그 나라 고유의 문화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만약 문화요소를 배제한 채 각국의 정치, 경제 등을 연구하게 된다면 이는 마치 장님 코끼리 만지는 식으로 수박의 겉 밖엔 못 핥겠지요. 문화를 이해하고, 그 나라 사람들의 본질을 파악한다면 그들이 사고방식과 생각을 좀더 확실하고 구체적으로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문화교류가 중요하고, 저희가 음식을 매개체로한 교류를 주도한 원인도 이 부분에 있고요.”

 

그렇다면 그들이 이런 문화교류행사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대만학생회 회장 에페이쟤는 질문을 받고 잠시간 생각을 하더니 아래와 같이 대답하였다. “음, 얼마전 원더걸스가 대만에서 제일 유명한 티비쇼 캉씨라이러(康熙来了)에 출연한 적이 있어요, 이 프로는 대만 탑3위 안에 드는 엄청난 시청률을 자랑하는 프로그램인데, 한국여론에서 ‘원더걸스가 본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모욕을 당했다’라고 기사가 났다고 해서 사실 프로그램을 따로 찾아 봤었어요. 근데 대만인 입장에서 본 결과로는 정말 그건 악의로 성모욕을 준 것도 아니고, 오히려 그 프로그램에 출연한 다른 대만스타랑 비교했을 시, 수위를 정말 많이 낮춘 질문이었습니다. 다만 대만 예능프로가 한국보다 더 개방적이고 직설적이어서, 한국측에서 볼 때는 성희롱이다 뭐다 하는 발언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각국에 교과서 적인 소개보다는 학생들끼리 직접 부딪히고 경험을 해봐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그럼 서로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고 받아드릴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서로에 대해 이해를 하고 진심으로 교류를 하게 된다면, 저희의 목표 100% 그대로 구현 되는 것이니 더 이상 바랄 것 도 없겠네요.” 대답을 듣고 나니 그녀가 생각하는 유학생 교류의 발전 방향은 어떤 것일까 궁금하였다. 질문이 떨어지게 무섭게 그녀는 야무지게 말을 이어갔다. “왜 팔은 안쪽으로 굽는다는 말이 있듯이 이국타향에 와서 말이 통하고 뿌리가 같은 무리와 어울리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겁니다. 다만 이런 현상이 계속 유지가 되고, 학생들간에 일종의 법규로 자리잡게 된다면 문제가 되겠죠. 저희는 이런 무언의 규정이 자리 잡지 않게 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기민족끼리 어울리는게 법규가 되어버리고 무언의 규칙으로 자리를 잡는다면 교류의 진척이 없겠지요. 저희의 역할은 더 많은 교류의 장을 열어 외국인과의 교류할 기회를 마련해줘, 서로 만나는게 어렵지 않고 편안하게 됐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달콤한 디저트에 취해, 그리고 흥겨운 음악 사운드에 젖어, 평소엔 어색하기만 했던 학생들은 서로 함박웃음을 머금은 체 덩실덩실 어깨춤을 흥겨이 추고 있었다. 국가 간의 경계선이 허물어지고, 서로의 문화차이가 낳은 무형의 벽은 그 자태를 숨긴지 오래다. 문화교육, 그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문화란 매개체를 통해 현 상황을 개선하고 완화하며 좀 더 낫고 밝은 미래를 이끌어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학생들 사이의 교류전에 “교육”이란 단어가 어울릴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디저트 페스티벌에 참가한 7부스는 모두 그들의 의식주로 바탕이 된 문화를 디저트란 새로운 방식으로 상대방에게 ‘교육’했다. 내 나라의 음식을 소개하며, 그 안에 내포되어 있는 문화와 역사, 그리고 정서에 대해 친근하게 소개시켜주는 본 축제는, 선생과 학생의 역할이 수시로 바뀌고, 사제 간의 위엄이 존재하지는 않다만, 미래의 국제화 사회의 밝은 횃불을 밝히는 시발점이라 감히 말하고 싶다. 어설프고 체계적이지 못한 그들이지만, 이와 같은 끊임없는 새로운 시도로 그들만의 문화교육을 펼쳐나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