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를 끌어안은 미술관에서의 하루

미국의 3대 도시인 시카고의 다운타운 중심지에 위치한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Art Institute of Chicago)’. 학교와 미술관으로 나뉘어져 있는 이곳은 고등교육기관이자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이미 그 명성으로 하루에도 전 세계의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미술관이기에, 과연 지역사회와 시민들을 위하여서는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을지 혹 벽이 높은 꼿꼿한 미술관은 아닐지 내심 궁금하던 터였다. 그러나 이 거대한 미술관 속,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편안한 교육 공간과 다양한 프로그램들은 마치 지역주민들과 함께 하는 일상의 예술 잔치를 벌이려 만만의 준비를 해놓은 듯한 느낌을 받게 했다.

 

교육을 위한 전적인 공간 마련

 

2009년 5월, 미술관에서는 기존의 건물에 덧붙여진 ‘모던 윙(Modern Wing)’이라는 새로운 현대식 건물을 오픈하였는데 그 안에는 규모가 넓혀진 라이언 교육 센터(Ryan Education Center)가 자리하고 있었다. 기존의 공간보다 2배가량 넓혀진 교육 센터는 아이들을 위한 편안한 공간과 여러 프로그램들이 진행될 수 있는 스튜디오, 그리고 모든 교육자들을 위한 자료 센터인 도서관을 마련해 놓고 있었다. 이들 공간은 언제나 무료로 모두에게 개방되고 있었으며 아이들이 부모님과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다양한 그림 전시, 동화책, 그리고 미술관에서 개발한 가상 예술 체험 프로그램이 설치된 컴퓨터 등이 구비되어 있었다. 센터 내 도서관은 모든 교육자들이 자유롭게 자료를 구하고 볼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었으며, 지역 내에 미술관에 관한 정보와 프로그램을 알리고 제공하는 역할도 더불어 하고 있었다.

지역사회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미술관의 다양한 노력

 

지역주민들과의 소통을 위한 미술관의 노력은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찾아볼 수 있다. 어린이를 포함한 가족프로그램, 청소년과 대학생, 교사, 그리고 노인을 겨냥한 프로그램들이 있는데 기본적인 작품 투어 외에도 직접 참여하거나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었다. 실제 필자가 미술관을 방문했을 당시에도 다양한 그룹의 교사, 청소년들이 미술관을 투어하며 교육을 받고 토론하는 모습, 교육 센터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모습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어 매우 활기찬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시카고 내 중고등학교 교사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1년 단위로 기획되어 사전 예약 하에 진행되고 있었는데, 특별한 전시와 교육을 제외하고는 무료로 진행된다고 하였다. 필자가 참여한 프로그램은 한 달간에 걸친 ‘교사 토론 시리즈(Teacher’s Lounge Discussion Series)’로 매번 주제를 달리해 주제에 맞는 예술가들에 대한 짧은 다큐멘터리를 시청하고 토론하며, 연관된 미술 작품을 투어하고 토론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매번 30명 이상의 교사들이 모인다고 하였다. 당일의 주제는 ‘시스템’에 관한 것이었는데 현대 예술가 4명의 다큐멘터리를 시청하고 예술가가 자신의 세계를 표현하고 설치할 때의 작품 구조에 대하여 토론하였다. 실제 교육 현장에서 어떻게 현대 예술 작품을 이해시킬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프로그램 시작에 앞서 교사들에게 나누어주는 자료들 또한 흥미로웠는데, 현장 교육에 필요한 것이 실질적인 교육 자료들인만큼 수업과 관련한 자료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경로들을 알려주는 구체적인 자료들을 구비하고 있어 실제 학교와 미술관이 어떻게 소통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가족프로그램은 주말 프로그램으로 역시 무료로 진행되고 있었다. 보통 가정에서 미술관을 접근하기 어려운 곳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그 점을 고려하여 접근성을 높이는 다양한 노력들을 하고 있었다. 가족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스텝은 많은 가족들이 얼마 전에 완공된 미술관 옆 밀레니엄 파크(Millenium Park)에 왔다가, 무료 개방인 미술관의 프로그램에 쉽게 참여하게 되고 전시공간까지 둘러보게 된다고 하였다. 프로그램 참여 후, 자신이 만든 작품은 직접 집으로 가져가 보관하거나 교육 센터에 전시가 되기도 한다.

 

필자가 방문한 주말에는 ‘의상 만들기(Costume Creations)’라는 특별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고 부모님과 아이들이 자유롭게 앉아 창작 활동을 즐기는 모습을 담을 수 있었다. 지역 주민들이 미술관에 대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주중 학교 투어에 참여한 아이들에게 가족과 함께 입장하는 패스나 브로슈어를 나누어 주어 부모님이 정보를 알 수 있게 한다. 또한, 시카고 안에는 많은 공원들이 있는데 공원들을 중심으로 지역주민에게 직접 찾아가 예술 활동을 진행하여 미술관에 자주 올 수 없는 지역 주민들이라도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 지역 커뮤니티를 담당하는 스텝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교육 센터에서 안내, 업무를 보는 자원봉사자들이 있는데 보통 퇴직한 교사들이 중심을 이룬다는 점도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는 미술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점이었다. 그 외에도 비즈니스인들과 노인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었다.

 

모든 프로그램이 무료인 점과 관련해서는 미술관과 시카고 시가 협력하는 부분이 있었고, 아트 인스티튜트 뿐만 아니라 다른 시카고 내 박물관들도 지원하고 있다고 하였다.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미술관의 모습, 그리고 그와 더불어 학교와 지역사회, 정부기관이 함께 움직여 나가는 예술 교육의 모습은 관광객이 드나드는 유명한 미술관, 그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