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계층을 아우르는 슈투트가르트 문화축제

 

세계적인 독일자동차 제조사인 메르세데스 벤츠의 도시 슈투트가르트(Stuttgart)에서는 지역민들이 참여하는 2009 문화축제(Kulturfestival 2009)가 올해도 어김없이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올해 이 문화축제에서 내건 슬로건은 ‘문화 속에서 하나되기’로 이 지역 학생들이 적극 나서 준비한 각종 문화예술 프로젝트들이 소개되었다. 미래 청년 예술가들의 재능을 숨김없이 확인해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이번 행사에서는 무엇보다도 올해 새롭게 지금까지 독일사회 내에서도 다소 소외되었던 동성애자와 노년층도 문화행사에 참여하여 그 의미를 더 했다. 다양한 사람들이 거리낌 없이 즐길 수 있는 문화로 하나 되는 2009 문화축제 현장, 그 시끌시끌한 현장으로 함께 가보자.

 

 

다양한 연령층과 지역민이 즐기는 풍부한 문화행사

 

유럽 국가들이 그렇듯 여름이 짧은 독일에서는 대부분의 야외행사가 두어 달 내에 전 연방주에서 집중적으로 개최된다. 슈투트가르트에서 실시되는 문화축제는 매년 그 규모를 확대해 가고 있는 몇 안 되는 행사로 독일에서 잘 알려져 있다. 실제로 한 해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지난 1년간 학교와 지역 공동체가 협력하여 준비하는 이 곳 문화축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다양한 연령층의 참여로 질적으로 더욱 풍부해 지고 있다.

 

필자가 찾아간 시간에는 이미 아침부터 모여서 공연을 준비하는 학생들과 지도교사들로 분주했다. 막 공연을 끝낸 댄스 팀은 관객들의 앵콜 요청에 다시 무대 위로 올라왔다. 수개월간 준비한 공연에 스스로도 만족한 모습도 잠시 예상치 않은 관객들의 반응에 얼떨떨한 듯 전혀 준비되지 않은 이들의 즉흥 공연이 웃음을 자아냈다. 곧 뒤를 이은 40대 가장들의 힙합공연 또한 이날 축제현장을 찾은 5000여명의 관람객들의 함성을 자아내게 했다. 나이가 무색할 정도의 열정적인 공연은 이날 MVP에 선정되었다.

 

공모전 ‘ImPuls’-학생들과 외국 문화 파트너와의 공동 프로젝트

 

바덴-뷔템베르크 주에서는 올해 문화행사를 위해 1년 전부터 공모전을 기획했다.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이번 공모전에는 모든 문화예술 분야에 걸쳐 총 130여 개의 팀이 참여했고, 22명의 심사위원으로 구성된 심사단의 평가를 거쳐 최종적으로 32개의 프로젝트가 선발되었다. 선발된 프로젝트에는 해당 분야 예술강사들이 직접 참여하여 2009년 문화축제에 소개될 날만을 기다렸다. 선발된 32개의 팀 중에 10개는 미술 분야로 축제 행사장에 전시장이 특별히 마련되었다.

 

음악 분야는 총 8개의 팀이 통과했다. 그 중 약 100여명의 학생들이 준비한 대형 오케스트라 무대가 눈길을 끌었다. 음악 분야에서 눈에 띄는 점은 음악 장르 중 2~3개 장르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종합 무대가 작년에 비해 많아졌다는 점이다. 가장 어린 연령층의 참가자들은 초등학교 1학년들로, 뮤지컬 ‘마녀의 춤(HEXETANZ)’을 선보였다. 퍼포먼스 및 무용 분야에서도 총 3 프로젝트가 선출되었는데, 아프리카 음악에 춤을 겸비한 다문화 공연에서부터 청각과 시각적 요소를 겸비한 퍼포먼스에, 전통 발레 공연에서 힙합댄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선보였다.

 

진정한 ‘문화 속에서 하나되기’

 

한편, ‘지구’를 주제로 한 전시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1986년 이래로 꾸준히 이어져오는 프로젝트로 매해 새로운 주제를 선정해 학생들의 예술적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전시회에는 무엇보다도 한 가지 주제로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차별화된 창작물들을 내놓았다는데 관심이 집중되었다. 이날 전시회 행사는 오늘을 위해 지난 수개월을 기다렸다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이 문화축제의 백미였다. 하루 종일 진행되는 이 행사는 단순히 작품을 눈으로 감상하는데 그치지 않고 삽시간에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체험행사장으로 변했다.

 

눈길을 끄는 작품 중에는 10세의 어린이가 기획 및 준비했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뛰어난 ‘소리 영화’가 있었다.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생활소음으로 ‘지구’라는 주제에 맞는 멋진 단편영화를 발표한 것이다. 더욱이 이 아이가 시각 장애인이라는 것을 알고 난 후에 그 놀라움은 배가 되었다. 이 작품의 제작자이자 연출자인 마틴 슈타인(Martin Stein)은 시각을 잃은 채 태어났지만 대신 보통 사람들보다 뛰어난 청각을 가지고 있는 소년이다. 마틴은 인터뷰를 통해 “저는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그걸로 인해 그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세계를 알게 되었어요. 그냥 보통 장애가 있는 사람들처럼 좌절하고 내 세상에 갇혀서 지냈다면 물론 제가 알지 못했던 능력을 발견할 수 없었겠죠. 예술(Kunst)의 범위 내에서는 제가 가진 장애가 다른 사람에게 전혀 보이지 않아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옆 부스에서는 약 10미터 이상의 벽면을 화려한 타일 모자이크로 디자인한 실버 문화 봉사단의 작품이 보였다. 65세 은퇴 고령자들이 활동하는 실버 문화 봉사단은 지역민들에게 찾아가는 봉사 단체로 지난 3년 동안 주거단지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조형물 작품을 선보였다고 한다. 이들이 주로 활동한 지역은 주거단지들 중에서도 이주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교육열이 낮고 시민간의 분쟁도 잦았던 곳이라고 한다. 이렇게 소위 문제 지역에서 시작된 오래된 건물과 도심 거리를 리모델링하는 ‘다채로운 도시(BUNTE STADT)’ 프로젝트는 예상 밖의 성과를 거뒀다. 초기에 시큰둥했던 반응들은 시간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직접 건물 외벽에 경쟁적으로 옮기려고 하는 바람에 매번 큰 소동을 겪는 지경이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혜택을 받는 사람들은 지역민만은 아니다. 실제 이 프로젝트의 주최 측인 실버 문화 봉사단들도 도움을 주는 사람이 동시에 도움을 받는다. 한국에서도 은퇴자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축제를 준비 및 개최하는데 가장 주축이 되는 계층은 당연 다양한 학교에서 참가한 학생들이다. 이들이 준비하여 무대에 올리는 공연들은 같은 학년의 학생들에게 뿐 아니라 이 날 공연을 보기 위해 모인 성인들에게까지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아이들의 피부색과 학년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서로의 공연에 박수와 격려를 보내는 아이들은 이미 이 문화축제의 기본 취지를 120% 달성한 것으로 보였다. 물론 학생들만의 축제로 끝난 것은 아니다. 작년에 비해 더 다양한 연령층에서 참여 호응을 이끌어 낸 올해 행사는 이들의 참여로 더 많은 관심을 이끌어 낸 동시에 이 행사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를 남긴 셈이다. 소외시키지 않는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소외된 사람들, 아직 독일 사회가 보듬어야 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사회로 나아갈 기회만을 엿보고 있다.

 

독일의 문화예술교육은 전 세대를 아우르며 건강한 청소년,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받을 수 있는 지역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역 연방주와 중앙정부가 노력하고 있다. 지역 행사마다 그 지역만의 지방색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과 지역주민의 참여기회를 유도하는 것이 그 지역이 성장하는데 발판이 된다는 발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러한 발상을 가능하게 한 것은 물론 기업들의 사회공헌 사업과도 맞물려있다. 그 결과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기관들이 생겨났고 자연스럽게 지역의 문화예술교육의 질을 향상시켜 모두가 ‘문화 속에서 하나 되는’ 행복한 사회로 향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