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자랑스러운 육군 혜성밴드입니다, 충성!”
시각장애인밴드가 부대에서 군인들에게 음악을 가르친다? 다소 생소하고 낯설게 들릴 수 있는 이 특별한 만남을 통해 새로운 군인밴드의 탄생을 예고했다. 육군 제1군단 11화학대대의 밴드 동아리 ‘혜성밴드’가 지난 12월18일 화려한 데뷔 무대를 가진다고 해서 그 현장을 찾아가 보았다.
혜성밴드, 고대하던 무대에 오르다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에 위치한 육군 제1군단 11화학대대는 올해 국방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시범적으로 음악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전국 83개 군부대 중 하나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지원하는 ‘군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은 군인들에게 문화예술 체험 기회를 제공하여 병영생활에 활력소를 주고, 장병 간의 화합을 도모하여 문화군대로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이날 행사는 11화학대대 소속의 밴드 동아리 ‘혜성밴드’가 동료 전우들에게 선보이는 첫 무대로 그동안 시각장애인으로 구성된 ‘실로암 7.1 밴드’로부터 음악 강습을 받아온 연주 실력을 선보이는 자리인 만큼, 그 의미가 남다르다.
“지난 5개월 동안 이 공연을 위해 준비해 온 밴드 동아리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시간입니다. 공연 들어가기 전에 잠깐 밴드 대원들에게 소감을 물어보니, ‘마치 바지에 오줌을 쌀 것 같은 좋은 기분’이라고 하네요. 아마 오늘 공연은 무척 순조롭게 진행될 것 같습니다.”
일일 MC 최해원 소위의 재치 있는 멘트에 공연을 보러 온 150명 장병들의 얼굴마다 웃음꽃이 피어난다.
우리 전우들이 그간 얼마나 실력을 연마했을지 ‘기대 반 걱정 반’ 심정으로 지켜보는 젊은 장병들의 우렁찬 박수소리와 함께 공연이 시작됐다. 이정민 상병이 보컬을 맡은 첫 곡은 델리스파이스의 ‘고백.’ 뜨거운 함성과 함께 연주가 시작되자 여기저기에서 간간이 따라 부르는 장병들의 모습이 보인다. 연주가 끝날 무렵 객석에서 ‘우와~~’하는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예상보다 수준 높은 연주 실력이 뜻밖이라는 표정들. 특히 정병현 상병이 ‘핫이슈’, ‘I don’t care’를 연달아 부르자 열렬한 환호로 호응하며 분위기는 금세 ‘뮤직뱅크’ 못지않게 후끈 달아올랐다. 긴 랩 가사를 따라 부르는 장병들의 모습에서 이들 또한 사회에서는 어머니 아버지의 귀한 아들이자, 예쁜 여자친구를 둔 평범한 대한민국의 젊은이임을 실감케 한다.
음악을 통해 소통을 배우다
“음악에 대한 관심은 있었는데 시작할 기회가 만들어지지 않아 생각만 하고 있었습니다. 이번이 제게는 소중한 기회가 됐어요. 이런 행사가 없었다면 부대에서 맞는 첫 겨울이 쓸쓸했을 텐데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아 기쁩니다.”
음악 강습을 통해 부정확했던 발음교정을 하게 되어 여러모로 고마운 시간이었다 말하는 정창원 일병. 밖에서 제대로 음악교육을 받아본 적 없이 친구들과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는 정도였다가 이번에 음악 공부를 제대로 배울 수 있어서 특히 좋았다고. 조승주 상병은 무엇보다 실로암 7.1밴드로부터 교육을 받으면서 시각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배려를 배우게 되는 소중한 계기가 됐다고 전한다. 이들에게 ‘실로암 7.1밴드’는 가족 같은 훈훈한 분위기에서 교육적으로 엄하게 재대로 음악공부를 하게 해 준 스승들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실 걱정을 하기도 했는데 훌륭한 공연을 보여주어 오히려 저희가 놀랐습니다. 청출어람이라는 말은 바로 이런 경우에 쓰는 말인가 봅니다.”
지난 7월부터 5개월 동안 매주 부대를 찾아와 병사들의 음악 강습을 담당해 온 실로암 7.1밴드의 허경민 단장은 그간의 노력들이 제 결실을 본 것 같아 기쁘다는 말과 함께 흐뭇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제자와 스승이 주거니 받거니 ‘공연배틀’을 펼치고 나서 마무리 피날레로 준비한 합동공연은 뜨겁게 달아올랐던 분위기에 화룡점정을 찍는 순간이었다. 두 팀 모두 최선을 다해 공연 그 이상의 감동을 느끼기에 충분한 무대를 연출해내 장병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보답을 해주었다. 자기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법, 세상을 낮은 자세로 겸손하게 사는 법을 병사들이 배웠으면 하는 마음에 시각장애인 밴드에 교육을 의뢰하게 되었다는 김현식 중령의 바람대로 이날 공연을 통해 병사들이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았을 것이라는 굳은 믿음을 갖게 한다. 공연을 마치고 돌아가는 병사들의 눈빛에서는 추운 날씨 속에서 다함께 단합되고 마음이 훈훈해지는 뜻 깊은 자리였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기사가 좋았다면 눌러주세요!
비밀번호 확인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