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 달리, 미로, 후안 그리스 등 스페인 출신 세계적인 현대 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레이나 소피아 현대 미술관은 꼭 들려야 하는 마드리드의 관광 명소이다. 일 년 내내 국제적 수준의 전시회 개최와 다양한 문화 예술 프로그램으로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프로그램은 연령대별로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는데,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청소년 프로그램을 만나보자.

예술과 가까워지는 에퀴포 프로그램
에퀴포 Equipo (팀 team) 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올해로 7년째 진행되고 있다. 현대 문화 미술에 관심이 있는 16- 20세의 청소년들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매년 9월 정기 모집을 통해서 인원이 구성된다.  미술 작품을 분석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력, 감상 이해력, 창의적 사고력 증진을 통해 적극적 자세의 미술 애호가, 관람객, 더 나아가서는 교육자 양성까지 목표하고 있다. 현재 회원은 17명으로, 한 명의 도슨트와 함께 다양한 프로젝트를 가지고 토요일 오후마다 정기 모임을 갖고 있다.

대부분의 회원은 미술관 내의 18세 미만 청소년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경험이 있으며, 에퀴포 프로그램에도 4-5년 동안 연속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이전 청소년 프로그램이 수동적 참여였다면, 에퀴포 프로그램은 청소년 스스로 프로젝트를 계획, 실행하고 미술관 청소년 프로그램의 대안 및 테마 제시도 겸하는 교육 모니터 양성의 성격을 띠며 능동적 참여가 필수라고 할 수 있다. 미술관 전시에 참여한 아티스트 초대 작품 설명 토론회, 현대 미술의 기류 파악 및 분석, 다양한 테크닉을 통한 실험적인 미술 실습, 국내외 문화 행사 참여 등을 통해 현대 문화 미술을 이해하고 감상하는 방법을 터득해 간다.

9월-12월은 에퀴포 엔 아비에르토 Equipo en abierto를 목표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이는 일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공개 워크숍으로, 에퀴포 구성 청소년들이 테마 선정부터 진행, 평가까지 맡아 같은 또래의 청소년들을 지도하는 도슨트로서 한몫을 하게 된다.
미술관 청소년 프로그램 코디네이터인 Natalia del Río, 에퀴포 도슨트인 Kae Newcomb의 도움으로 지난 12월 19일에 있었던 에퀴포 엔 아비에르토에 참관할 수 있었다.

13세-20세까지의 연령층인 18명이 참가했는데, 인기도가 높은 편이라 신청한 모든 이가 참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날의 주제는 ‘나의 이상적인 문화 도시 건설’로 진행이 되었다. 몇몇 진행을 맡은 에퀴포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그날의 주제에 대한 설명을 하는 동안, 다른 에퀴포 회원들은 행사 준비물 등을 부지런히 챙기고 참가 청소년들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했다.
‘나에게 문화와 예술은 무엇인가’, ‘내가 즐기는 문화생활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간단한 게임이 이어졌다. 토론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같은 나이대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자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에퀴포 멤버와 참여 청소년들이 골고루 섞인 상태에서 나이 대 별로 6그룹으로 나뉘는데, 각 그룹마다 토론한 결과를 벽에 붙여진 종이 위에 적어 나가며 자신들의 생각을 정리해 나갔다.  이어서, 바로 옆에 마련된 교실로 옮겨가 준비된 재활용품 (판지, 상자, 테이프, 풍선, 리본 등)을 가지고 자신들만의 이상적인 도시를 직접 건설했다. 기대 이상의 미술 작품이 탄생했고 그룹별의 작품 설명과 다른 참가자들의 의견 교환도 흥미로웠다. 간단한 스낵과  함께 에퀴포의 프로젝트에 관한 설명과, 평가회를 끝으로 약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워크숍은 마무리되었다.

청소년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나탈리아는 에퀴포의 주 역할을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첫째는, 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 그 최종적 결과만을 평가하기 이전에 미술 작품이 만들어지게 된 의도와 제작 과정을 직접 경험해 봄으로써 과정의 중요성을 파악하는 데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미술 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폭을 넓혀 주게 된다. 둘째는, 미술이라는 같은 관심사를 가진 청소년들의 만남의 장소를 마련해주고 그룹별 작업을 통한 협동 정신을 키워주는 것이다.

글•사진_스페인 통신원 홍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