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스터 조각 프로젝트는 1977년 뮌스터의 베스트팔렌 미술관의 관장이며 비엔날레 독일관 커미셔를 수차례 역임했던 클라우스 부스만과 카스퍼 쾨니히(현 예술감독)에 의해 ‘공공장소에서의 미술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시작되었다. 10년의 주기로 열리는 이 전시는 올해로 4회를 맞이하며 카셀 도쿠멘타와 함께 독일의 대표적인 현대미술 행사로 자리 잡았다.
뮌스터 시는 독일의 중북부에 위치한 인구 30만의 소도시로 과거 물류의 중심지로서 보부상들의 거점이었고 상업이 발달해 부유한 상인들의 개인 교회들이 도시 안에 많이 건축되어 있으며 이로 인해 뮌스터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또한 카톨릭이 우세한 보수적 성향의 도시로 전쟁으로 도시의 90% 이상이 파괴되었으나 전후 복원작업을 통해 고도의 모습을 살려내 오늘날 아름다운 중세풍의 모습을 다시 갖추게 되었고 작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뽑히기도 했다.

뮌스터의 전시가 카셀에 비교해 특별한 점은 오늘날 현대 예술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장소 특정적’이라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장소가 가지는 특정성을 작품의 중요 주제와 내용으로 하는 작업을 말하는데, 작가들은 몇 달간 뮌스터에 초대되어 머물며 도시의 역사와 사회, 정치, 미학과 도시적인 관점에서 공공성의 현안들을 읽고 아이디어를 내고 직접 설치 장소를 찾아 전시를 준비한다. 즉 현재의 삶으로부터 예술을 창작함으로써 정치적인 문제나 환경적인 문제 사회적인 소통의 문제 등 공공성을 지닌 작업들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품의 배경이 되는 역사나 맥락을 이해하는 일이 필요하다.

 
 
뮌스터 조각프로젝트의 두 번째 특징은 전시가 미술관과 같은 전시장이 아니라 도시 공간 내에 설치-실행되어 직접 주민들을 만난다는 점이다. 매일 세 명의 배우가 시민을 만나는 퍼포먼스 작업(거지와 비슷한 차림으로 도심을 돌아다니면서 외국어로 시민들에게 예술과 작품들에 대해 이야기를 걸고 대화를 나눈다)이나 주민들의 동의가 없이는 실현 불가능했던 마크 볼렌저(Mark Wallinger)의 ‘Zone 구역'(뮌스터의 중심을 설정하고 반경 5킬로미터의 원을 4.5미터의 높이에 건물과 건물 혹은 지주를 세우고 흰색 줄로 연결 설치)과 같은 작업들은 주민들의 반발이 많았던 첫 회의 프로젝트를 생각해 보면 매우 발전적인 변화를 느끼게 한다.
또한 광주비엔날레와 카셀 도쿠멘타가 전시 이후 작품들이 철거되는 데 비해 뮌스터 조각프로젝트의 많은 작품들이 시에 의해 구입되거나 기증되어 영구 설치되어 도시를 예술적 체험의 공간으로 만들어 준다. 올해 로즈마리 트로켈의 작품은 개인이 구입해 보존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정원수로 이루어진 이 작업은 정기적으로 나무를 다듬어 주어야 하는데 시에서는 사지 않기로 한 것을 한 독지가가 손질에 드는 비용을 부담하기로 해 이 작업은 영원히 호숫가에 남아있게 되었다.
기획 운영에서 뮌스터 조각프로젝트의 특별함은 뮌스터 출신의 큐레이터 카스퍼 퀘니히가 첫 회부터 계속해서 전시를 맡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다른 대형전시가 매회 새로 예술감독을 선임하는 것과 비교되는 지점으로 30년이라는 긴 호흡의 전시를 하나의 기획으로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이 될 뿐 아니라 주민들과의 신뢰를 쌓아가는 데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한다.
 
 
카셀 도쿠멘타에서와 같이 뮌스터 조각프로젝트에서도 올해에는 이례적으로 교육(예술매개)의 파트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새롭게 기획하였는데 ‘여름아카데미’라는 이름으로 진행되었다. 전체의 책임은 베스트팔렌 주립 미술관의 교육담당 하이케 크롭(Heike Kropff)이 맡고 컨셉을 세웠으며 뮌스터 예술대학의 미술교육과 스테판 휄셔(Stefan Hoelscher)가 이론적인 작업과 매개자 양성을 위한 워크숍을 준비하였다고 한다. 미술관의 한 층 600 세제곱미터의 넓은 공간에 사무실과 휴식 공간, 두 개의 아틀리에(교육실)을 갖추었다. 예술매개의 파트는 크게 전시 가이드와 어린이 청소년, 가족들을 위한 프로그램 여름아카데미로 나눌 수 있다. 여름아카데미에서는 방학 동안 개인 신청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학기 중에는 학교단체 수업이 이루어진다. 이 외에 교사를 위한 연수프로그램이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기획책임자 하이케 크롭의 인터뷰, 세 개의 참관수업, 교사 재교육프로그램 전시가이드를 참관하면서 뮌스터 조각프로젝트에서의 예술매개를 이해하고자 노력하였다. 또 전체 전시를 관람하고, 카탈로그, 가이드 북, 어린이들을 위해 특별히 기획되어 출판된 가이드 북 ‘어린이들을 위한 다섯 개의 전시 투어’를 참고했으며 여름아카데미 안내 리플렛을 살펴보며 뮌스터 조각프로젝트의 예술매개활동 대해 조망해 보았다.
이번 취재는 미술관의 가을프로그램 기획으로 바쁜 담당자와 만나기도 무척 어려웠고 정보의 공개에 매우 까다로워 사진 촬영도 허가되지 않았다. 텍스트의 사진들은 복제가 금지됨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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