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캐나다와 한국의 미술교육 이야기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의 경우 ‘IRP(Integrated resource package)’라는 교육기준이 학년별 과목마다 있을 뿐, 교과서라는 개념이 없다. IRP에는 유치원부터 한국의 고등학교 3학년에 해당되는 12학년까지 각 과목별로 어느 정도와 수준, 어떤 부분을 가르쳐야 되는지 설명되어 있다. 이것은 어떤 구체적인 교육내용이기 보다는 학년별, 과목별 교육의 방향과 목표라고 볼 수 있다.
교사들은 IRP에서의 교육 방향과 목표에 맞게 자신만의 교육 교재를 만든다. 여기엔 다른 교사들로부터 참고한 교육자료들, 스스로 찾아 만든 자료들, 가르치면서 축적된 노하우 등이 담겨 있다. 보통 2~3년 차 교사가 되면 자기만의 교육 교재가 생기고, 이 교재는 보통 다른 교사들의 자료 중 자신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 50%에다 자신의 스타일과 학생들에게 맞게 변화된 부분 50%를 더해 만들어지게 된다.
또한 교사들은 한 달에 한 번씩 ‘프로-디데이’라는 날로 정해 하루 종일 교육의 성과와 앞으로 방향, 그리고 서로간의 정보 교환 등을 한다. 이 시간을 통해 교사들은 자신의 교육방식과 내용을 개선하고 발전시켜 나간다.
 
‘캐나다의 교육 방침은 사회를 반영하며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교육을 지향하기에, 지역 사회의 자료들이 교과서가 된다.
학생들은 미술 시간에 지역 사회의 한 인간으로써 자신이 느끼는 것을 표현하도록 지도 받는다. 때로는 정치적이거나 글로벌한 이슈도 미술의 주제로 등장한다. 미술에 있어서 교과서란 사회의 모든 것이며 사회에서의 삶 자체가 배우는 터전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미술의 표현이라는 것이 무척 광범위하다.
캐나다와 한국 학생을 두루 경험한 미술 교사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 학생들은 기술은 좋지만 창조력은 뒤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캐나다 학생들이 자기표현의 제한 없이 자유자재로 표현하는데 비해 한국 학생들은 기술적으로는 잘 그리고 있지만 그림이 지나치게 조심스럽다고 이야기한다.
 
캐나다에서의 미술교육은 비판적인 생각에서부터 시작한다. 미술하면서 비판적인 생각을 가지지 못한다면, 보기에 멋있는 그림을 그릴 수 있을지 몰라도 내용이 빈약한 그림을 그리게 되고 만다. 정말 좋은 그림을 그리려면 기술과 표현력, 그리고 사물을 보는 비판적인 자기만의 시각을 함께 갖추어야 한다.
한국 학생들을 개인 지도하는 캐나다 현지의 미술 교사들은 한국의 학원 등에서 그림을 배웠던 학생을 가르치는 일보다 따로 미술 공부를 하지 않은 학생을 가르치는 것이 수월하다고 말한다. 그림을 그리는 기술을 주로 배우는 한국 학생들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자신만의 시각을 가지는 것이다.
 
입시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잘 준비해 미술대학에 입학했다 하더라도 한국식으로 공부해서는 북미의 미술대학에 적응하기 힘들다. 북미의 미술대학은 이론을 중요시하고 미술의 역사와 비평이 큰 비중을 차지하므로 실기만 잘 해서는 곤란하다. 한국에서처럼 공부가 잘 안 되는 경우 미술 실기만을 통해 대학에 진학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미술 대학의 교수진도 화가지만 미술 역사가이자 지식인으로서 소양을 갖추고 있다. 그림만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미술 이론과 미술을 보는 눈을 가지는 것을 중요시한다. 또한 수업 시간에는 토의와 대화 위주로 진행되어 이론적인 토대가 없는 학생은 북미 미술대학에서 적응하기가 어렵다.
이런 재학 교육은 중고시절부터 길들여져 온 방식이다. 일례로 12학년 미술 과목의 보편적인 과제 중의 하나가 자기가 알고 싶은 화가를 스스로 선택해 이에 관한 리서치를 한 후 에세이를 제출하는 것이다. 미술 교사들은 화가의 그림도 중요하지만 화가들이 가진 정신을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사실 서양의 화가들 중에는 철학가, 정치가였던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미술을 통해 표현했고 학생들은 그들에 대해 공부하며 그들의 훌륭한 정신을 깨닫는다. 과제를 하며 그 결과물보다는 그것을 왜 하는가에 대한 이유를 깨달아가는 과정을 중요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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