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캐나다식 다문화주의에서 배우는 글로벌 교육

 

캐나다가 다문화주의를 국가 이념으로 채택한 데에는 프랑스 문화권인 퀘벡 주를 아우르려던 것이 그 배경이었다. 2차 대전 후 1962년 이전까지 영국 이민자 위주의 사회였던 캐나다에 프랑스계 중심인 퀘벡의 분리주의 운동이 거세게 일었다. 1963년 당시 튀르도 수상은 프랑스어를 영어와 같이 연방의 공식어로 하고 프랑스계 언어문화의 존속을 법적으로 보장하였다.
2언어 2문화주의는 퀘벡의 프랑스인은 물론 서부 여러 지역에 거주하던 다양한 화이트 에스닉(영국/프랑스계 이외의 유럽계)에게 자극을 주었고, 이들이 오랜 침묵을 깨고 자신들의 존재를 주장하기 시작하면서 보다 광범위하게 다양성 수용의 돌파구를 열어 갔다.
1971년 다문화주의 선언에서 튀르도는 “캐나다의 공식 언어는 두 가지이지만, 공식 문화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에스닉(ethnic) 그룹 간의 문화적 평등을 강조했다.
다문화주의는 이후 중국을 비롯한 소수의 아시아계의 다문화주의로 확대되어 갔으며, 한국 역시 캐나다의 다문화 사회에서 비중 있는 역량을 가진 커뮤니티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

캐나다 다문화주의의 기본은 다양한 언어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다. 영어 외에 제 2 언어를 인정함으로써 각 그룹의 언어 교육을 지원한다. 프랑스어는 필수과목이므로 프랑스어에 능통하고 싶은 학생은 프랑스어 집중(French Immersion) 학교에서 영어 아닌 프랑스어로 수업을 받을 수도 있다. ‘헤리티지 랭귀지 스쿨(Heritage Language School)’이라는 언어학교는 각 언어별로 교육을 하며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
공립학교에서도 각 국의 다양한 언어를 선택과목으로 공부하고 학점을 딸 수 있다.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등은 정규 수업시간에 선택해 공부하면 학점으로 인정받는다. 한국어의 경우 아직 방과후 교육이나 주말 프로그램으로 제한되어 있다. 많은 한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정규수업에 채택되지 못한 것은 신청자 수가 적고, 한인 자녀들의 한국어 수준에 차이가 크며 영어에만 집중하려는 분위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류의 영향으로 많은 중국인들이 한국어 수업을 신청했다가도 기존 한인 자녀들과의 수준 차이로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가르치는 한국어 교사들 역시 어느 수준에 교과 과정을 맞추어야 할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문화주의를 위해 연방 정부에는 담당부서와 장관을 두고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고 있다.
각 학교에 다문화주의라는 정규 과목은 없지만 여러 가지 이벤트와 프로젝트들을 통해 각국의 특색 있는 문화를 접하고 체험하며 존중의식을 배워 나간다. 이민자 자녀들은 모국의 문화를 스스로 배우고 발표하는 기회를 통해 자긍심을 키운다. 학교들은 멀티 컬처 나이트, 멀티 런천(Luncheon) 파티, 포트락(potluck) 파티 등을 통해 다양한 국가들의 음악과 문화, 그리고 풍요로운 세계의 음식 문화를 경험한다. 이들 행사에서 중요한 소통 수단은 음악과 음식이다. 각국의 음악을 들으며 고유한 문화 색채를 느끼고, 고유의 음식을 나눠 먹으며 미각을 통한 문화적 공감대를 함께 한다. 또한 각자 출신 국가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함으로써 자신의 뿌리를 찬찬히 연구해 보게 한다. 이런 프레젠테이션은 학기 내내 과제로 해야 하는 꽤 큰 프로젝트로 진행된다. 각자 발표할 기회와 관련자료 전시회를 통해 캐나다의 다양성을 느낄 수 있는 다채로운 행사가 가능하게 된다.

 
 

캐나다 세컨더리(한국의 중고등학교)의 교육 목적은 학생들을 건전한 시민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학부모들의 교육에 대한 관심이 ‘치맛바람’이라고 부정적으로 여기지만, 캐나다에선 학부모가 학생과 학교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을 매우 긍정적으로 수용한다. 헬렌 장 위원은 1년 정도 교육위원으로 일하면서 학부모회(PAC)의 힘이 크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학부모회는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학교가 하는 여러 가지 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며, 주 정부는 학부모회에 자금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캐나다에 사는 한인 부모들이 이를 자각하고 보다 능동적으로 참여해 학부모의 힘을 긍정적으로 발휘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개인과 학교의 차원을 넘어 국가의 교육 정책과 연관되어 보다 폭넓은 활동을 기대한다. 당장의 좋은 성적과 결과를 기대하는 활동보다는 잘못된 교육을 학부모 스스로 바로 잡아가려는 보다 조직적인 활동을 해야 한다. 이런 학부모의 역량은 백년대계 교육으로써 대대손손 이어질 중요한 유산으로 만들 수 있다.

이렇듯 이중언어가 가능하며 다중문화에 익숙한 것은 캐나다인들이 가진 큰 장점이다. 그래서 캐나다인은 두 국가를 연결해주는 중요한 문화의 중개자로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면서 큰 국가 자원으로써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는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세계에서 큰 힘을 발휘하고 있는 캐나다의 잠재된 능력이라고도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어를 언어 자체로만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그보다는 그것이 가지는 문화적 의미를 더 중요시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헬렌 장 위원이 말하는 문화를 이해하는 첫 걸음이며 다문화주의의 초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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