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제 6차 홍콩 IDEA 참관기


 
이번 IDEA는 90 여 개국이 넘는 나라에서 1000여 명 이상의 회원이 참여하여 커다란 성황을 이루었다. 지역 및 문화를 초월한 다양한 사례들이 소개되었으며 참가자들 모두 세계화의 틀 속에서 드라마 및 연극교육의 미래적 대안을 적극 모색하였다. 그러나 이번 대회의 의의라면 무엇보다 대만과 필리핀, 싱가포르와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의 회원들이 대거 참여하여 아시아 지역 내에서의 드라마 및 연극교육의 사례를 적극 교환하고 지역간 네트워크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던 점일 것이다.
이번 IDEA의 화두는 크게 창의성(Creativity)과 글로벌 시티즌쉽(Global Citizenship)으로 요약될 수 있다. 실로 이 두 개념 속에는 앞으로 드라마 및 연극교육이 적극적으로 만나 소통해야 하는 대상 및 방법들이 모두 함축되어 있다 하겠다. 아이다 왕(Ada Wong)을 비롯하여 첫날 기조 연설자로 나선 세 명의 홍콩 패널은 홍콩 내 교육제도의 문제점 및 새로운 대안을 바로 이 창의성을 중심으로 풀어나갔다.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현 교육시스템의 문제점을 홍콩이라는 지역을 넘어서서 전 지구적 교육시스템의 문제로 새롭게 제기하면서, 드라마 및 연극교육이 창의성을 담보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보다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를 위해서는 현 IDEA 회장인 댄 배런(Dan Baron Cohen)이 그의 기조연설을 통해 밝혔듯 드라마/연극 교육이 보다 그 지평을 넓혀 문화교육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이번 대회를 통해 ISME(International Society for Music Education) 및 InSEA(International Society Education through Art)와의 적극적인 연대의 계기를 마련한 것도, 드라마/연극 교육이 다양한 예술장르와의 적극적 소통을 통해 창의성 교육의 중요 토대로 자리잡고자 함이다.
드라마/연극 교육은 학교 내에서 수업의 창의적 도구로 학생과 소통할 수 있지만, 더 나아가 다양한 지역사회의 문제들을 포용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인권 및 평화교육으로도 이바지해야 한다. 오늘날 세계화 및 포스트콜로니얼니즘이 낳은 전 지구적 문제들 역시 이번 IDEA가 드라마/연극 교육이 도외시해서는 안되는 중요한 부분으로 주목한 점이다. 다양한 언어와 종족간의 갈등, 인권의 유린 및 빈부의 격차, 심각한 환경오염 등은 경제적, 정치적 코드가 아닌 문화적 코드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며, 여기에서 드라마/연극 교육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밖에 없음이 거듭 강조되었다.
 
 
 
이번 IDEA는 행사기간 내 기조발표, 논문 발표, 워크숍, Keyhole, SIG(Special Interest Groups Meeting), Yong IDEA 프로그램, 퍼포먼스 페스티벌 및 필름 페스티벌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되어 진행되었다.
앞에서 잠시 언급되었지만 기조발표의 경우 IDEA의 비전 및 방향, 더 나아가 동시대 예술교육의 현주소를 정립하고자 하는 고민이 주를 이루었다.
총 14개로 나뉘어 진행된 SIG는 창의성 및 인간교육이라는 이번 IDEA의 슬로건을 실천적 차원에서 적극 모색하기 위한 일종의 워크숍이었다. 초등학교 및 중ㆍ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서로의 문화적 다양성을 이해하고 평화적 공존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서부터 교사교육 프로그램, 젠더, 특수대상 및 미디어와의 통합 가능성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진행되었다. 각 분과의 참가자들은 5일 동안 1시간 30분 씩 연속적으로 동일 분과에 참여함으로써 서로 실천적 방법론 및 이론적 토대를 공동 모색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무엇보다 5일간의 중요한 경험들이 일회적인 이벤트로 끝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장차 해당 프로그램을 보다 심화, 연구할 수 있는 지속적 네트워킹 및 공동연구의 방안을 함께 모색, 계획하였다.
SIG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는 2시간 30분에 걸쳐 다양한 논문발표 및 워크숍이 동시에 이루어졌다. 수십 개의 논문 및 워크숍이 매일 한꺼번에 진행됨으로써, 참여자들로서는 선택에 있어 매우 난감할 수 밖에 없었다. 논문의 경우에는 발표자들이 그 동안 진행해 왔던 다양한 사례 연구들이 그 중심을 이루었다. 주로 리터리시 교육에 드라마를 활용한 예가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각각의 교육시스템 속에서 드라마 커리큘럼이 어떤 식으로 구성되어 실시되는가에 대한 소개, 그리고 학교 밖 공간에서 활동하는 드라마 교육관련 단체들의 활동현황에 대한 소개도 적지 않았다. 아쉬웠던 것은 각 논문의 발표가 30분으로 제약되어 있어 발표의 내용을 심도 있게 이끌어가거나 이를 보다 다양한 토론의 차원으로 확대시키기는 곤란했다는 점이다.
워크숍은 보다 실천적 적용가능성을 모색하는 시간이었다. 하루에 20개 이상 실시되었던 워크숍의 주제는 매우 다양했으며, 워크숍에 참여한 사람들의 견해에 미루어볼 때 그 수준에 있어서도 매우 편차가 심했던 것으로 평가되었다.
 
 
 
 
7일 동안 홍콩에서 개최된 IDEA는 IDEA 자체의 또 다른 발전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였지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을 확인한 자리였다.
무엇보다 학교 및 공동체에서 드라마/연극 교육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고 그 교육적 효과를 창출해내기 위해서는 실천적 네트워크의 구축 및 정부 및 사회적 공감대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내는 것이 매우 시급한 과제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대회에서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그에 대한 필요성이 절실하게 언급되었지만, 구체적인 해결책은 여전히 숙제로 안고 돌아온 느낌이다.
다만 지역적, 언어적 경계를 넘어서서 드라마/연극 교육의 의미에 적극 공감하고 이를 실천적으로 풀어내고자 하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다시금 서로의 생각을 교환하고 이를 통해 시각을 넓힐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 그리고 아시아 지역에서의 드라마/연극 교육의 현황 및 비전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은 이번 대회의 큰 의미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