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어린이들을 위한 훈터트봐서(Hundertwasser) 작품세계 체험행사

[독일] 어린이들을 위한 훈터트봐서(Hundertwasser) 작품세계 체험행사

 

 
 
5월 16일부터 시작된 훈터트봐서 작품전은 주립 박물관과 크리스투스 교회에서 7월 27일까지 전시되고 있는데, 이와 함께 여러 가지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들도 같이 진행되고 있다. 50여 개가 넘는 기타 프로그램 중에서 어린이들을 상대로 훈터트봐서의 작품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행사에 다녀왔다. 지난 14일 날 열렸던 어린이 행사 ‘Hundertwasser fur Kinder’는 6세에서 10세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총 4시간 30분에 걸쳐 진행되었다.토요일 오전 11시, 시립 기독교 단체 건물인 볼프강 – 카피톨 하우스 (Wolfgang-Capito-Haus, Gartenfeldstraße 13-15)가 입구부터 시끌시끌했다. “애초에 60명 정도의 어린이들이 참여하리라 기대했던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며 이 행사의 총책임을 맡고 있는 울리 잔더 씨(Uli Sander)는 행사를 개최하는 소감을 밝혔다. 두어 달 전부터 참가신청을 받아서 준비한 이번 행사는 총 100여 명의 아이들이 신청해 높은 호응도를 보였다. 총 25명의 자원 봉사자들과 함께 한 이번 어린이 체험행사는 크게 인물 탐방기와 예술 체험기로 두 부분으로 나누어서 진행되었다. 소위 종합 예술가로서 다양한 삶을 살다 간 훈터트봐서의 생애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진 후에는 그의 예술세계를 4개의 예술 방에서 직접 체험해보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진행자의 지시대로 준비되어 있던 이름표에 각양각색의 색깔 펜으로 이름을 써서 가슴에 붙이고 자리에 앉은 아이들의 눈이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아이들은1인당 2유로(한화로 3200원 가량)의 참가비를 내고 사전 신청을 했지만 오늘 준비물인 헌 신발 한 켤레만 가지고 왔을 뿐 실제적으로 어떤 프로그램들이 준비되어 있는지는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진행자와 함께 간단한 게임으로 행사가 시작되었는데, 다들 처음 만나는 아이들은 서로간의 이름을 부르면서 얼굴을 익히기 시작했다. 프로그램 진행순서에 대한 설명이 끝난 후, 본격적으로 오늘의 첫 공식 프로그램인 인물 탐방기가 시작되었다.
 
   
 
진행자의 소개와 함께 광대처럼 옷을 입은 다소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훈터트봐서가 무대 위로 올라가자 아이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다른 색깔의 양말을 신고, 모자를 눌러쓴 훈터트봐서는 자신의 작품과 본인의 삶에 대해 스크린으로 보면서 설명을 하기도 하고 아이들의 질문에도 답을 해주는 등 아이들과의 대화를 시작했다.

실제 활동 중인 연극배우가 훈터트봐서로 분장(?)을 하고 무대에 올라가 실제 인물인 양 이것 저것 설명을 해주는 모습은 아이들에게는 이해도와 집중도를 높이는 좋은 방법인 듯했다. 아이들 중에는 실제 인물로 생각했다는 아이들이 있을 정도로 어린 관중들의 눈높이에 맞춘 좋은 정보전달 방법이 아니었나 여겨졌다. 무대 위의 훈터트봐서는 몇 가지 스크린 화면을 보면서 본인의 출생과 성장과정 및 작품세계를 설명하였는데, 가짜 훈터트봐서는 약 15분 동안 아이들이 훈터트봐서에 대해 알아야 할 중요한 정보들을 재미있고 효과적으로 전달하였다.

훈터트봐서는 자신의 작품에서 특별히 다양한 색깔을 사용해 화려한 화색을 자랑했던 작가로 유명한데, 회화부분에 뿐만 아니라 그 밖에도 건축물을 비롯하여 옷과 우표제작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예술영역을 보여주었다. 비를 좋아하는 이유도 비가 자연의 색깔을 더 두드러지게 해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모형들, 즉 나무의 나이테와 같이 둥근 모양에 유달리 관심을 가지고 작품활동을 한 작가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첫 번째 인물 탐방기 프로그램에서는 훈터트봐서가 본인의 이름을 바꾸게 된 이유에 대해 설명한 부분은 재미있게도 아시아 문화와도 아주 가까이 연결되어 있었다.

훈터트봐서는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본인의 작품세계를 넓혀갔는데 그 중 일본에서 아시아 문화를 접하고 이름을 바꾸게 되었다. 훈터트봐서의 본명은 프리드리히 스토봐서(Friedrich Stowasser)였는데, 일본어를 배우면서 본인의 이름이 ‘평화’를 의미한다는 점을 알게 되면서 본인이 좋아하는 단어들을 조합하여 프리든스라이히 훈터트봐서 레겐탁 둥켈분트(Friedensreich Hundertwasser Regentag Dunkelbunt:평화로운, 백수, 비오는 날, 어두우면서 화려한) 개명을 하는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아시아 문화에 대한 관심은 그의 작품에 서명으로도 남길 만큼 다양한 문화를 포용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인물 탐방기가 끝나자 아이들은 준비된 설문지에 자율적으로 조를 짜서 답안을 작성하는 과정을 통해 좀 전에 훈터트봐서에 대해서 알게 된 점들을 다시 정리해 보는 기회를 가졌다. 하지만 글로 쓰고 기록하는 것은 여기까지 뿐, 아이들은 곧 각각의 체험 방들을 돌아다니며 점점 훈터트봐서처럼 변해갔다.

 
   
     
   
 
예술 체험기 부분은 총 4개의 방에서 자율적으로 진행되었다. 아이들은 본인들이 관심이 있는 부분들을 우선순위로 체험해 볼 수가 있었는데, 이미 이론수업을 통해 배운 훈터트봐서의 다양한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테마 방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준비된 재료들은 빈 상자, 스티로폼 공, 골판지와 다양한 물감들.. 아이들은 이 재료들을 이용하여 다양한 건물들을 만들고 있었다.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모두 건축가의 모습으로 자신들의 ‘작품’에 집중하고 있었다. 일단 건물의 형태를 갖춘 아이들은 훈터트봐서가 그랬듯이 화려한 색상을 입히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훈터트봐서가 그랬듯이 지붕에는 둥근 공을 올리는 것을 잊지 않았다.
 
   
     
   
 
찰흙을 가지고 정해진 주제 없이 만들고 싶어하는 물건들을 만드는 방. 다소 단조로울 수 있는 작품에 아이들은 색색의 구슬을 박고 있었다.
 
     
   
 
훈터트봐서의 작품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모티브인 나이테 모양을 다양한 재료들을 가지고 실제로 그려보는 테마 방이다. 훈터트봐서는 소위 ‘나이테 이론’을 만들었는데, 모든 사람들은 소위 5개의 피부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내용이다. 그는 “첫 번째 피부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피부이고, 두 번째 피부는 옷, 세 번째 피부는 집, 네 번째 피부는 자신이 속해 있는 국가와 가족 그리고 친구들이며, 마지막으로 다섯번째 피부는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사람들이다”라고 주장했다.

세상의 모든 색깔들을 모아 놓은 나이테 방에서는 아이들이 나무를 단면으로 자른 부분에 나이테를 따라, 혹은 아주 자유롭게 상상력을 동원하여 물감을 이용하여 그리는 중이었다. 다른 쪽에서는, 다양한 굵기의 색실들을 이용하여 종이 위에 나이테 모양으로 붙여 넣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뿐만 아니라 색연필과 파스텔 등을 이용하여 종이 위에 그리고 있는 아이들도 눈에 띄었다. 이 활동들은 아이들에게 훈터트봐서가 가장 기본으로 생각했던 모티브들을 실제 그려보게 함으로써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색깔과 재료들이 얼마나 다양한지를 몸소 체험하게끔 하는데 효과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 방에서는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모양에 구애 없이 자신들이 가지고 온 신발에 색을 칠하고 깃털이나 끈을 달거나 종이와 소품 등을 이용하여 모자를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일명 리폼 작업에 한창인 아이들은 이 작업을 통해 평소에 알고 있었던 물건들이 색깔과 소품 등에 따라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에 대해 느끼게 해주는데 그 목적이 있었다. 한 쪽에서는 다양한 옷들을 입고 거울에 비춰보면서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다르게 보이는지 경험하고 있는 아이들도 있었다. 리폼 방에서 지도를 하고 있는 모니카 씨는 “아이들이 평소에 입지 않는 옷을 입어보고 많이 어색해 한다”라고 하면서 “그런 만큼 어린 아이들에게는 생소하지만 재미있는 경험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훈터트봐서는 직접 옷을 다 만들어 입었다”면서 “모든 소재들을 자연에서 가져와 실제 제작에 이용한 친 자연주의적 작가였다”라고 설명했다.
 
     
   
 
모든 행사가 마치고 아이들은 자신들이 만든 작품들을 가지고 처음 만났던 장소에 다시 모였다. 전체 행사에 대한 간단한 요약과 함께 아이들은 자신들이 만든 ‘최고의 작품’들을 서로 보여주면서 4시간 여 동안 제작해 낸 예술품들에 대한 평가들이 한창이었다. 행사에 참여했던 아이들은 양손 가득 자신들의 작품을 들고 집으로 돌아갔고 이로서 무엇보다도 신났던 이 날의 행사는 성공적으로 마쳤다. 프리든스라이히 훈터트봐서 레겐탁 둥켈분트(Friedensreich Hundertwasser Regentag Dunkelbunt)라는 만화 주인공처럼 긴 이름을 가진 예술가가 되어 본 4시간은 아이들에게는 물론 어른들에게까지 그의 생에서 항상 강조했던 자연 속에서의 삶에 대한 중요성을 한번 더 느끼게 해 준 “색깔있는” 경험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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