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국 North Branch Area 학교의 자연과 함께하는 지역 문화체험

 

 

지난 5월말 필자가 한국문화 교사로 일하는 North Branch Area 학교에서는 현장학습을 떠났다. 학교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사립학교에서 주최하는 이 프로그램은 ‘자연으로 돌아가자’라는 슬로건을 내 걸고 형광등 대신 자연채광을, 가스나 오븐 대신 화덕을, 인스턴트 음식 대신 천연 음식 재료를 가지고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문화체험이었다.

환경 디렉터인 Peter McCreedy는 이 학교의 모든 시설들이 미시건 주에서만 생산되는 천연재료로 계획되고 디자인 된 것으로 이 모든 것들이 아이들의 문화예술교육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프로그램은 이틀에 걸쳐 첫날은 실내에서, 이튿날은 실외에서 진행되었다. 첫날 실내에서의 체험은 다음날의 프로그램의 바탕이 된다.

 
     
   
     
  GPS라는 길안내 서비스와 인터넷의 다양한 서비스가 없기까지, 사람들은 길을 어떻게 찾아 갔을까? “그냥, 안내표지판만 따라 가면 되죠”라고 말하는 아이들. “그런 표지판조차도 없고 어느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없는 깊은 산에 있다면?” 선생님의 날카로운 질문에 아이들의 표정이 꽤나 난감해진다.

첫날 방향과 나침반에 대해 배우고 교실 안에서 나침반으로 방향 찾기 시간을 가졌다. 이튿날에는 각자가 1피트당 발걸음 수를 구해서 거리와 방향(Degree)을 지정해주면 아이들은 나침반을 이용해서 목적지까지 무사히 찾아가는 방법이었다.

조금은 복잡한 수학적 연산이 요구되었지만 아이들은 조심스럽게 답을 찾아냈다. 아이들은 세션이 끝나면서 “내가 세상에서 젤 싫어하는 게 수학인데 속았어요! 이거 수학 문제였죠?” 하며 분해한다. 아이들은 이렇게 교실 안에서 배울 수 있는 수학적 개념을 자연을 벗 삼아 뒹굴고 숨바꼭질하며 ‘자연스럽게’ 배워나가는 것이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엔 담뱃불을 어떻게 붙였을까? 지금은 우리가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것들을 그 오랜 옛날에는 어떻게 만들어 쓴 걸까? 역시나 이 모든 물음표들은 아이들의 몫이다. 이튿날 ‘불fire’ 세션은 “옛날 옛날에는 어떻게 불을 만들었을까?” 하는 테마로 진행되었다. 원시시대가 언제인지조차 감이 잡히지 않는 아이들은 “가스불이요!” “성냥이요!” “라이터!” “모닥불!” 하며 마구 답을 던져댄다. 불을 만들 수 있는 각진 돌들과 린넨천, 그리고 짚을 가지고 직접 원시인이 되어 불을 지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과거에는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지 알겠죠?” 세션 담당 선생님이 묻는다. 지금처럼 우리가 손가락 한번 까딱하면 만들어 낼 수 있는 불과는 달리 제대로 된 방법과 적절한 재료가 따라줘야 만들 수 있는 불은 좀처럼 쉽게 생기지 않았다. 맘대로 되지 않자 심지어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들도 있다. 어쨌든 불도 만들어 보고, 창도 던져보고, 짚과 나무껍질로 노끈도 만들어 보면서 아이들은 이제 진짜 타잔이 될 준비를 마친 것이다.

 
   
 

미국 미시건 주의 근처엔 호수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오대호가 마치 바다처럼 펼쳐져 있다. 오대호의 동쪽 끝자락에는 세계적인 관광명소 나이아가라 폭포가 관광객들에게 절경을 선물한다. 물이 어떻게 흐르게 되었는지, 나이아가라 폭포가 어떻게 생기게 되었는지를 배우면서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쓰고 있는 물이 얼마나 신비로운 자연의 산물인지, 또 얼마나 중요한 자원인지 배울 수 있었다. ‘우리는 왜 물이 필요할까요?’라는 질문은 고대문명의 탄생에서 시작하여 현대의 공업 입지론까지 이어진다. 아이들은 새삼 놀라웠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도 보잘 것 없어 보이던 물이 세상에서 가장 값진 보석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근처 시냇가에서 물소리를 들어보는 시간도 가졌다. 자동차소리, 새가 지저귀는 소리, 사람들이 걷는 소리, 그리고 물소리까지 많은 것들이 노래를 만들어 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Paradox(역설)이란 시를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읽으면서 물이 주는 청명한 느낌, 그리고 물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이튿날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았던 세션은 유기농 농산물을 이용해 피자와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시간이었다. 피자를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재료는 바로 아이들이 속한 지역사회인 미시건에서 재배되는 밀, 고기, 치즈 그리고 토마토 등이다. 아이스크림에 넣는 바닐라의 재료도 미시건에 재배한 것으로 이곳에서 재배되지 않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피자도우를 만드는 것부터 토핑을 올리고 얼음을 이용해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것까지 모두 아이들의 고사리 같은 손으로 완성되었다. 모든 과정이 다 끝난 뒤에는 불을 이용해(이전 세션에서 배웠던!) 화덕에 피자를 구워 모두들 멋진 피자를 맛 볼 수 있었다. 오븐이 없어도, 그럴싸한 주방이 없어도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아이들은 완전 신이 났다. 종일 신나느라 피곤했던 걸까.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는 쌔근쌔근 잠든 아이들의 숨소리로 가득했다.

 
이 학교는 7년간의 치밀한 준비와 전략적인 계획으로 세워진 학교였다. 맥컬리(McCaouley) 교장 선생님은 이 학교가 목표하고 실행하고자 하는 프로그램들이 일반적인 학교들과 너무 많이 달랐기 때문에 초기에 승인을 받는 과정이 꽤나 힘들었노라 전한다.

미국의 환경교육은 세계 제1선진국이라는 칭호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낮은 수준이다. 맥컬리 교장은 대다수 미국인이 환경에 대해 무지한 현실을 개선하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한 첫 걸음을 학교에서, 바로 교육현장에서 시작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지금 이 학교의 좋은 프로그램들이 더 많이 알려지고 전파되어 가족과 학교 그리고 지역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되기를 소망하였다.

앞의 내용처럼 지역문화와 특산물을 이용해서 이렇게 환경 교육을 받게 된다면 그 실용성은 앞으로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몇 년 전부터 환경과 웰빙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해결책을 찾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앞서 소개한 프로그램처럼 어린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환경 교육을 우리도 한국의 문화와 접목시켜 연구를 하게 된다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나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