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일본 세타가야공립극장 ‘데이 인 더 씨어터’ 워크숍 참관기

[일본] 일본 세타가야공립극장 ‘데이 인 더 씨어터’ 워크숍 참관기

   
 
일본은 지금 진흙투성이가 되도록 밖에서 노는 것을 잊어버린 채 텔레비젼과 게임에 빠져 있는 ‘미래’를 맡을 어린아이들과,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던 것을 잊은 채 바쁜 일상 속에 지쳐 버린 ‘현재’를 주도하는 어른들로 가득 차 있다. 그들에게 정신적인 여유와 즐거움을 알려주고자, 세타가야공립극장은 연령, 성별, 국적에 관계없이 누구든지 참가하여 극장의 이러저러한 모습을 즐길 수 있는 여러 가지 워크숍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 중에서도 기자는 이제는 많이 보편화 된 어린이예술교육 프로그램 보다는 현재와 가까운 미래를 주도하는 것은 성인이란 접근 하에 11년간 지속되고 있는 성인예술교육 프로그램 ‘데이 인 더 씨어터’ 워크숍에 주목하게 되었다. 본 워크숍은 무대에 설 수 있는 프로배우가 되기 전까지 받는 몸 풀기 운동과 훈련의 일부를 도입한 워크숍으로, 필자가 참가한 이날은 4명의 강사와 8명의 참가자들과 함께 2시간 동안 즐겁게 이루어졌다.

가벼운 준비운동을 마친 후, 참가자들 간의 마음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악수도 하고, 하이터치도 하면서 인사의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으로 유일한 외국인인 기자를 배려하여 “안녕하세요”라고 한국어 인사를 하기도 하였다. 다음으로 조금 더 활동의 강도를 높여 자연스럽게 팀을 만들 수 있도록 동요에 맞춰 일본 전통놀이를 하기도 하고, 이름순, 생일 순으로 정렬하기, 물건 잇기 등의 게임을 통해 팀워크를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 어느새 성별, 연령, 국적을 생각하지 않고 2시간을 같이 할 친구로서 느껴지게 되었다.

 
   
 
드디어 본격적인 워크숍으로 돌입하였다. 오늘의 워크숍 테마는 ‘몸으로 표현하기’였다. 배우란 종이 위의 글자를 얼마나 자신의 몸으로 잘 표현하여 전달하느냐가 중요하므로 참가자들 역시 그러한 훈련을 맛보기 위해, 우선 제시된 간단한 단어를 자신들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몸으로 표현하는 연습을 하였다.
2~3명끼리 짝을 바꿔가며 모여 비닐 랩, 셀로판 테이프, 안경을 만들어보면서, 다른 팀의 작품과 비교해 보았다. 5명씩 팀을 이뤄 지시 받은 사물을 표현하면, 상대팀이 맞춰보는 게임도 하였다. 처음 봤을 때는 전혀 상상이 가지 않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역할에 대한 힌트를 들으며 다시 보았을 때는 그 모습과 나의 상상력이 어우러져 마치 정말 그 사물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몸에서 땀이 나기 시작하면서, 사람 사람마다의 기발한 표현력에 점점 재미를 느껴가기 시작하였다. 다음으로는 단순한 단어를 표현하는 수준에서 난이도를 높여, 상황을 표현하는 단계로 넘어갔다. 이를 위해, 우선 각자 자신이 기억하는 제일 오래된 기억을 소개하기로 하였다. 각자에게 흰 종이와 매직과 크레파스 등이 주어졌다. 너무 오랜만에 쥐어 본 크레파스가 쉽게 어릴 적 기억을 되살려 주었다. 그림이 완성되자 모두들 동그랗게 모여, 사람들에게 언제, 어떤 상황이었는지를 설명하기도 하고 서로 질문하고 답하기도 하였다.

그림 속에서 나라와 나이에 따른 문화의 차이를 느낄 수 있어서 외국인 기자로서는 이 시간 역시 상당히 흥미로웠다. 이제 다시 움직일 시간이 왔다. 5명씩 팀을 이루어 팀원들의 그림을 모두 몸으로 표현하기로 하였다. 난이도가 급상승한 느낌이었다. 그림 전부를 표현할 수도 없으며, 시간과 인원도 제한되어 있으므로 그림 속에 담긴 이야기 중 어떤 순간을 뽑아 내어 표현할 것인지를 결정하고, 5명이서 어떤 부분을 맡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를 결정하여야 했다.

 
     
   
 
처음에는 소파가 되기도 하고, 다음으로는 빵이 되기도 하였으며, 문이 되기도 하였다. 완성된 작품을 상대팀에게 서로 발표하였다. 작업의 첫 단계에서 그림 속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대략적으로는 무엇을 표현했는지 머릿속으로 알 수 있었지만, 그래도 역시 몸으로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유추가 어려운 것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발표 후 어떤 점이 좋았고, 어떤 것들이 이해하기 어려웠었는지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직접 다시 만들어 보여주면서 형태의 설명을 들으니 ‘아하~ 그거였구나!’라고 알 수 있게 되었다.
 
     
   
 
여기까지만 해도 평상시 펼쳐보지 않았던 상상력의 나라를 충분히 퍼덕여 보았기에 끝맺어도 될 것 같았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한 가지 단계가 더 남아있었다. 마치 애니메이션 그림에 소리를 입히듯, 우리의 ‘몸’ 그림에도 소리를 넣기로 하였다.
또한 다섯 장면을 조금 더 부드럽게 연결하기 위해 보는 이가 마치 책장을 넘기는 듯한 이미지를 받을 수 있도록 구성해 보기로 하였다. 노크 소리를 임팩트 강하게 표현하기 위해 발을 쿵쿵 구르기도 하고, 빨래 대에 널린 옷들이 미풍에 흔들리는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입으로 바람 소리를 내기도 하였다.
완성된 상대팀의 작품을 보았을 때, ‘앗! 다르다!’라는 것이 확실하게 느껴졌다. 선명하게 머릿속에서 그림이 그려졌다. 마치 내 기억처럼 느껴지기까지 하였다. 소리 뿐만 아니라 냄새와 색깔까지 전달되는 기분이 들었다. 다들 신기해 하였고 기뻐하였다.
 
   
 
비록 땀은 나고, 살짝 피곤한 기운마저 들었지만, 모두들 처음보다 훨씬 밝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전체적인 감상의 시간을 가졌다. 사람들의 다양한 상상력과 창조력에 놀라웠고, 소리가 덧입혀지면서 전혀 생각지도 못한 생생한 전달력의 힘을 느끼게 되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언제나 긴장하고 살아가는 데, 이 시간 동안 만큼은 스트레스를 발산하면서, 풀어진 자신으로 있을 수 있어 좋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덧붙여, 외국인이었던 기자는 특히 말보다 몸짓이 빠른 소통력을 가졌다는 것을 새삼 느끼기도 하였다.

상상력이 풍부할 수록 예술을 접할 때의 감동의 깊이가 달라질 수 있다는 면에서 본 워크숍은 마치 씨를 뿌리기 전에 밭을 가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들이 많아지면, 예술의 즐거움을 알게 되는 사람들도 많아지게 될 테니…. 그리고 극장이란 공간이 재미있고, 친근한 공간이라는 생각을 갖게 하여 발걸음을 조금 더 가볍게 옮길 수 있도록 인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게다가 돌아가는 길에는 본 세타가야공립극장에서 공연 예정인 작품들의 광고지를 받았는데, 공연의 선전효과까지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오는 길은 토요일 저녁시간. 시부야의 수많은 인파에 비까지 와서 무척 힘든 길이었지만, 워크숍에서 받은 힘으로 즐거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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