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비롯한 대부분 유럽의 전통적 예술대학은 국내와는 달리 예술 계통의 학과만을 개설하고 몇 백 년씩 그 명성을 지켜오고 있다. 대부분의 전통적 예술대학은 몸집이 커져도 학생수를 늘리지는 않고 교육의 질을 위해 학생수는 제한하고 대신, 증가하는 새로운 예술분야에 맞춰 학과를 개설해왔다. 그러나 그것 역시 모든 것이 예술을 위한 것, 예술과 관련된 것이어야만 했다. 다른 계열의 학과가 전통 예술대학에 개설된 일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런 전통에 종지부를 찍고 예술 교육, 예술대학의 전형적 모습에 새로운 한 획을 긋는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그것은 바로 몇몇 예술대학의 교내 정식 학과 중 하나로 경영학이 개설된 것이다. 위에 언급한 독창적 경영 강의는 독일의 알라누스 대학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인지학과 관련이 깊은 이 대학에 경영학이 생긴 것은 다른 무엇보다 놀라운 일이었다. 공영방송 WDR도 조소, 회화, 댄스, 연극, 미술 치료 등으로 명성을 지켜오고 있으며 자연주의적, 인지학적 관점의 철학을 지켜온 이 대학이 경영학을 설치한 ‘실험’에 대해 자세히 보도했다. 또한 졸베라인 디자인 대학에서도 MBA과를 개설했는데, 두 대학의 경영학과는 일반 대학보다 비싼 수업료를 내야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응시자가 몰려 경쟁률 역시 높았다. 이런 시도의 첫 시작 아이디어는 무엇이었을까? 알라누스 대학 Prof. Dr. Marcelo da Veiga 학장을 만나 그 이야기를 들었다.
 

예술계에서도 이 예술대학에 정식 학과로 경영학이 개설된 것에 대해 논란이 많았다고 들었는데, 그 과정은 어떻게 진행됐습니까?

Prof. Dr. Marcelo: 자연주의, 환경주의적 철학과 이를 바탕으로 한 예술을 내세우며 전통을 지켜온 우리 학교가 경영학을 정식 학과로 설치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예술계에서 큰 논란이 됐습니다. 정식 학과로 지정을 하기 전에 여러 차례에 걸쳐 세미나와 심포지엄을 개최했고 이를 통해 경제계, 예술계의 학자와 실무자들이 만나 계속되는 난상토론을 벌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예술이 혹은 예술을 공부하면서 우리가 얻게되는 ‘창의성’, ‘새로운 생각’을 통해 경영을 교육하자는 생각은 매우 긍정적이고 시도해볼 만한 실험이라고 판명이 났고 현실화된 지금 아직 과도기 단계를 지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마는, 전체적으로 볼 때 그 시도는 성공적이라고 할 만합니다.

경영과 학생들의 수업을 보면서 스스로 무척 만족해하는 걸 봤는데, 이렇게 배우는 것이 현실적으로 기업들에게는 어떻게 비춰질까 궁금하네요. 기업의 반응은 어떤가요?

Prof. Dr. Marcelo: 될 수 있으면 돈, 가격이 그대로 비춰지고 들춰지는 걸 꺼려하는 경향이 짙은 예술계와는 달리, 기업에서는 이 새로운 시도에 대해 매우 환영하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그 기업의 반응이 무척 흥미로운 점인데요. 매일 매 시각 새로운 아이디어가 도출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뛰어난 매니저가 되는 것은 누군가가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을 진부하게 반복하는 게 아니고 뭔가 조금이라도 더 새로운 것을 찾아내고, 그것이 겨냥하고 있는 시장에 맞는지 분석하고 자신감 있게 추진해 낼 수 있는 그런 능력을 갖추는 게 아닌가 합니다. 기업에서는 그런 인재들이 드물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입이 부르트도록 창의성과 추진력, 시시각각 변화하는 트렌드를 읽어내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누구나 주장하지만 정작 그런 사람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우리는 이런 용어들을 뒤로 하고 생각해 봤습니다. 결국은 경영도 경제도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아닐까, 창의력과 더불어 결국엔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사람을 감동시키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사회의 일부로 경영을 다시 생각하자라고요. 외적으로 아이디어만 짜내는 게 아니라 기본적 사고의 틀을 바꾸어 보면 도출되는 결과는 확연히 다르게 나오는 법입니다. 얼마나 많은 판타지가 새로운 경제 이론으로 도출될 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만큼 경영에서도 창의적 사고가 중요한 겁니다. 애널리스트들을 분석하는 것도 역시 사람이란 점에서 심리를 배워가는 것도 중요하겠죠. 우리 학교는 로레알, DM(독일 거대 체인망을 갖춘 회사)등의 기업들로부터 거액의 기부를 받아 운영되고 있고, 그 기업들은 자회사의 직원들을 우리 학교에서 종종 열리는 경영, 예술 관련 세미나에 참석하도록 독려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업의 반응이 경영과 예술의 만남에 매우 긍정적인 일임을 증명해주는 것이죠. 왜 이런 것을 시작하지 않고 있었나 할 정도로 성공적인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학교 경영학과의 수업은 어떻게 예술과 연결되어 있는지요?

Prof. Dr. Marcelo: 학생들은 우선 Decision Making의 골칫거리인 심리적 장애들을 극복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얽히고 설킨 경영세계에서 하루하루 만나게 되는, 늘 새롭고 복잡한 상황의 중요 열쇠인 빠른 결정과 인식, 상황에 대한 인지법과 그 의사결정에 예술의 방법을 이용합니다. 예술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도 무언가를 창조해낼 수 있는 것처럼, 불확실성의 현대 세계에 그 어떤 상황에서도 창조적 대안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도록 유연한 사고 능력을 개발하는 능력을 예술을 통해 배우는 거죠.

 


기본적 경제 이론을 배우고, 3~4개 국어를 기본으로 배워야 살아남는다는 경영학과 학생들. 전세계적으로 경영학 학생수가 급격히 늘어난 점은 반대로 그 많은 숫자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순간순간을 파헤쳐나가는 창의력과 결정력이 얼마나 커야 하는지 보여준다. 댄스, 연극 수업 속에서 뭔가 의미 없어 보이는 움직임을 통해서도 경제 이론에 중요한 연속성과 소비자 심리 읽기를 배운다는 학생들을 통해 ‘와~이거구나!’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달달 외우고 몇 년이면 잊어버리는 교과서 속의 죽은 이론이 아닌, 내가 몸을 움직여, 내 눈으로 직접 보고 만지고 익힌 감각을 통한 학습은 내 온 몸으로 체화되어 당장 꺼낼 수 있는 살아숨쉬는 지식이 된다. 이처럼 21세기 화두인 창의력이 예술분야의 방법론과 더불어 경영세계로까지 폭발적 융합을 매개시켰다. 예술, 예술의 방법론은 앞으로 무한대의 확장 가능성을 가지고 더 많은 응용사회학, 응용과학 분야와 만나게 될 것이다.

*참고:www.zollverein-school.de
         www.alanus.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