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자유학교 글론탈(freie Schule Glonntal) 탐방기

 

시끌벅적 휴식시간에 아이들이 신나게 떠들고 매점을 들락날락 분주한 것이 여느 학교와 다르지 않아 보였는데, 이곳의 매점은 보통학교와는 달랐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바로 곡식을 정미하는 기계였다. 이 매점은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지역 농부 단체와 연결해 100 퍼센트 순수 유기농 곡식만을 구입, 직접 정미를 해 빵을 만들고 있었다.
최근 몇 년 사이 독일에는 유기농 물결이 그야말로 붐을 넘어서 꾸준히 유기농만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고정적으로 생겨났으며, 어딜 가나 유기농에 대한 화제가 등장하는 추세다. 이 학교는 이런 사람들의 욕구를 알아차리고 과감하게 유기농 식단을 꾸리고 있으며, 무엇보다 건강하고 환경을 해치지 않는 유기농이 가장 좋은 먹을거리라는 음식철학을 갖고 있다.
 
이곳의 수업은 어떻게 진행될까? 호기심을 가지고 어렵게 허락을 얻어 학교 수업을 참관할 수 있었다. 먼저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선생님이 교실 앞쪽이나 칠판 앞에 위치하지 않고 아이들이 둘러싼 원 안에 들어가 종종 수업이 이뤄진다는 사실이었다.
왜 이렇게 수업이 진행되는지 물어보니 학생들 모두와 눈빛을 맞춰가며 학생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의견교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르치는 것이 얼마나 학생들에게 전달되는 지 느낄 수 있고, 학생 개개인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교사가 지식전달자로 전락해버린 현대식 교육에서 놓치는 것이 바로 ‘감성, 감수성, 정’과 같은 정서적 가치인데 원으로 둘러앉아 공부를 하면 학습에 대한 욕구 에너지와 집중력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독일도 한국과 유사하게 대학입학시험을 치르기 위해서는 12-13년(주마다 다름)을 학교에서 보내야 한다. 그런데 학교의 시스템과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의 학습 능력을 100프로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우리 아이가 단지 수업 형식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이 아이에게 맞는 다른 방식은 없을까? 이에 대한 고민으로 고안된 것이 IMPULSE라는 프로그램이다.
이 코스에 등록한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공부방식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 현재 이 프로그램은 한명의 교사가 두세명의 학생을 담당할 정도로 학생 개개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학생 개개인에 대한 이해를 통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입학시험에 적응할 수 있도록 자유롭게 수업이 진행된다. 때로는 들판에 나가 그저 뛰어놀기도 하고, 때로는 식물원의 작은 꽃을 돌보는 것도 모두 수업의 일부분이 된다.
 
이 학교의 설립정신 중심에는 예술이 큰 몫을 하고 있는데, 예술을 통해 머리 속에 있는 아이디어들을 가장 효과적이고 집중적으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학교는 학생들에게 자기집중, 자기발전의 기회를 지역 및 국제적 예술가들과의 연계를 통해 운영하고 있다. 원하는 학생들은 지역 내에 거주하는 연계 예술가들의 아틀리에를 직접 방문해 교육을 받을 수 있고, 또 반대로 원하는 예술가들은 신청을 통해 이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다. 학교의 예술교사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형식에서 탈피, 열린 시스템을 통해 음식예술, 비디오, 전통회화, 지역의 공예품 예술가, 유리, 조소 등 다양한 예술 장르를 접할 기회를 아이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 학교에서는 지중해 및 유럽의 바다, 호수, 강을 가로지르는 항해를 정규과목으로 채택했다. 이 프로그램은 정규학교 가운데 세계 최초로 항해가 과목으로 채택돼 유럽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항해에 필요한 배와 기본도구들은 설립자인 뤼링의 사유재산이 전부 투입되었다. 항해가 정규과목에 된 이유는 살아있는 지리와 물리, 정치 상황, 제 2외국어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며, 무엇보다 광활한 자연 속에서 팀 활동을 통해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를 깊이 있게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 이전에 모든 인간의 평등함을 강조하는 이 학교에서 균등하지 않게 적용되는 것이 있으니 바로 학비를 얼마나 내느냐 하는 것. 항해 과목을 포함 여러 가지 훌륭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학비가 너무 많지 않을까 하고 물어봤다. 그런데 대답은 의외였다. 모든 학생들에게 정해진 입학금액을 받는 것이 아니었다. 학부모와의 상담을 통해 수입이 좋은 부모들은 학교 운영에 필요한 최소 경비를 고려해서 더 많이 내기도 하고, 수입이 적은 부모의 경우, 가능한 범위의 학비를 부담하는 등 융통성 있게 운영되고 있다.
항상 선생님이 돼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이 학교의 설립자이자 교장선생님인 하르무트 뤼링을 휴식시간에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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