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연재 리포트] 베를린 유대 박물관의 매개 프로그램

유대뮤지움은 해제주의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트의 독특한 건축만으로도 베를린의 명물로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구 건물로 입장해서 지하 통로를 이용해 신 건물로 들어서면 특별 전시실이 있어 베를린의 명물이었던 유대인 소유 카데베(Kadebe)백화점에 관한 특별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그 옆으로는 라파엘 로스 러닝센터가 위치해 컴퓨터와 음향시설이 갖추고 학습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약 세 시간에 걸쳐 사이트 서핑을 해 보았음에도 전체를 보는 것은 불가능할 정도로 엄청난 양의 자료를 보유하고 있었고 동영상과 음악 등이 어울려 재미있게 학습할 수 있었다.
 
유대뮤지움의 교육활동은 미국의 박물관들에서 벤치마킹될 정도로 성공적이라고 한다. 박물관의 관객들은 항상 일정하지 않은데 비해 교육에 참여하는 학생 수는 안정적이며 점차 증가 추세에 있고 박물관 교육을 통해 미래의 관객을 개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하였다. 특히 현재의 독일은 이주민들의 문제로 많은 고민을 안고 있다.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이러한 다문화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박물관 교육프로그램으로는 서로 다른 주제로 이루어진 전시 가이드수업과 방학특별 프로그램, 상시 학교프로그램들이 있으며 ‘어린이 섬을 찾아서(Auf der Suche nach Kinderinsel)’ 와 하누카 놀이, 히브리 알파벳 판과 노래 교재도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다.
전시가이드프로그램은 주제별로 ‘중세시대의 유대인들의 생활’, ‘시골에서의 유대인들의 생활’, ‘모세 멘델스존인가 아니면 현명한 나탄(유대인 예언자)인가?’, ‘유대인의 삶과 전통’,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 문화역사적인 비교’, ’19세기 독일의 유대인들’, ‘바이마르 공화국에서의 근대의 시작’, ‘나치즘 하의 독일 유대인의 반동’, ‘7마일 장화로 뮤지움 돌기’, ‘유대교에서의 여성들’, ‘건축 살펴보기’가 있다.
제목들에서부터 호기심을 일으키는 프로그램들에서 다양한 관점들이 세심하게 준비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 교육에서는 유대라는 개념이 종교인가 민족인가 아니면 하나의 가치 혹은 문화인가를 질문하고 복합문화적인 관점을 가지고 담론을 이끌어내고 그 근원과 합리적인 이유를 생각해보면서 자신들의 문화를 돌아보게 한다고 한다.
방학특별 프로그램에는 ‘코끼리를 찾아서’, ‘목적지: 유토피아’, ‘시대의 목격자를 만나다’,’유레카, 알았어!’, ‘진짜 아니면 가짜?’, ‘수색 중인 탐정’ 등이 있다. 시대의 목격자를 만나는 프로그램에서는 실제로 홀로코스트의 생존자들이 초대되어 학생들을 만나는데 이들은 수업을 위해 멀리서도 기꺼이 베를린까지 여행하여 학생들을 만나고 자주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하곤 한다고 한다.
 
 
학교 연계 프로그램은 가이드, 프로젝트의 날, 행사로 이루어져있다. 컴퓨터를 이용한 교육(라파엘 로스 러닝센터)도 여기에 포함된다. 어린이를 위한 가이드프로그램 ‘할라하와 효모빵’에서는 300년 전 유대상인의 여행가방 싸기를 상상하고 짐을 싸면서 유대문화의 물건들과의 관계들을 알아본다. ‘미친 집’ 프로그램은 리베스킨트의 건축을 주제로 하는 수업으로 실을 가지고 미로처럼 되어 있는 복도를 돌아다니고 나침반으로 위치를 찾고 거리감과 높이, 기울기들을 탐사해 본다. 놀이를 통해 건축가의 의도를 읽어보고 체험하는 수업이라 할 수 있다. 놀이 후 작업실에서 아이들은 하드보드와 반죽으로 자신의 미친 집을 만들어 본다고 한다.
프로젝트의 날에서는 3200년 된 고어 중 하나인 히브리어가 중심 주제로 말과 글을 배워보고 유대인들의 삶과 문화에 접근해 본다. 또 다른 특별기획프로그램에서는 박물관에 물건을 기증한 사람들을 만나 지난 시간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이주와 문화적인 차이 세대 간의 차이와 교환에 과한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이 외에 연극 워크숍이 있고 교사재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현재 새로운 시도로서 사진작가와 함께 워크숍을 기획 중에 있다고 한다. 핀홀카메라와 카메라 옵스큐라의 개념을 응용한 프로그램으로 매우 기대가 된다고 하였다.
매개자들은 모두 제복은 아니지만 검은 옷을 입고 붉은 색 천을 목에 걸치고 있다. 전시장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이들은 매우 의욕적이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보였다. 유대어 가이드를 위해서 유대인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지만 유대학이나 히브리어를 전공한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가이드가 끝나고도 관객과 가이드의 진지한 토론은 끝날 줄 모른다. 토론을 즐기는 독일인들이기도 하지만 베를린의 심장부에 위치한 유대뮤지움의 분위기는 전범으로서의 독일인들의 죄의식과 두 눈을 부릅뜨고 지난 역사로부터 배우려는 깨어있는 독일의 살아 있는 현재를 보여주고 있었다.
 
 
 
비스듬하게 기울어진 지하 통로를 지나 미로처럼 얽혀 있는 유대박물관 전시실의 한견에는 어린이들의 섬(Kinder Insel)이라는 아늑한 교육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벽에는 유리전시장이 설치되어 있고 가운데는 네모난 쿠션의자들이 여러 개 있어서 아이들은 자유롭게 쿠션의자를 배치해서 강사를 중심으로 모여 앉았다. 벽면 가운데 칠판에는 Tatort Museum이라고 써 있었다. Tatort는 사건 현장이란 뜻이다. 마치 박물관에 사건이라도 일어난 듯한 이 글은 옆에 전시된 에밀과 탐정들(에리히 케스트너의 동화)이라는 책과 함께 이미 아이들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강사는 한 켠에 준비되어 있던 셜록 홈즈의 모자와 돋보기를 나누어 주었다. 이로서 아이들은 사건현장 박물관에 조사를 나온 탐정이 되어 사건을 담당하게 된다. 독일에서는 이 탐정놀이를 자주 교육에 응용하여 아이들의 호기심과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을 볼 수 있다.
도둑들이 탐내는 물건들은 어떤 물건일까라는 질문에 비싸고 오래되고 특별한 것들이라는 답이 나왔다. 실재로 벽면에는 귀금속, 돈, 그림들이 유리 안에 전시되어 있었다. 이들 물건들은 세계적으로 가장 대담한 은행털이범으로 알려져 있는 사스 형제가 1920년 디스코트 은행을 털어서 가져간 물건들의 복제품들이었다. 이 금고는 컴퓨터 보안시스템이 없던 그 당시 가장 안전한 금고로 알려져 있던 견고한 철제 금고로 누구도 이곳이 털릴 것이란 상상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영화로도 제작된 이 이야기에서 도둑들은 근처에 사무실을 얻어서 밤마다 땅속에 굴을 뚫어 은행금고에 도달해서 산소용접기를 사용해서 환기구의 철제 창살을 녹이고 내부로 침투했다고 한다. 도둑들에게도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들은 내부에서 자물쇠를 고장 내고 수리 될 때 까지 일주일간이나 발각되지 않은 채 매일 드나들면서 거의 모든 귀중품들을 날랐다고 한다. 내부에는 179개의 금고 서랍들이 있었고 대부분을 가져갔는데 가장 가치 있는 물건으로 알려진 유명한 우표수집파일을 알아보지 못하고 남겨두어서 더욱 유명해졌다고 한다. 강사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계속 질문과 답으로 이 모든 이야기의 결론에 도달하였고 호기심에 가득한 아이들은 집중력을 잃지 않고 빠져들었다.
 
 
다음으로는 수업의 중심 모티브가 되었던 당시의 금고를 관람했다. 오래된 물건임에도 서랍과 칸들이 견고하고 섬세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견고하고 안전한 물건들을 상상하고 도둑이 되어 이런 견고한 장치들을 해체해보는 상상에 골똘한 아이들의 모습이 재미있었다.
전시를 관람하면서 근대의 과학기술 발전사를 살펴보았다. 물론 이러한 발전의 아래에는 유대인들의 기여라는 부분이 깔려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전시장 한쪽의 청바지와 사금채취는 유대박물관과 어떤 맥락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레비 스트라우스의 어머니는 독일의 유대인으로 뮌헨에 살았는데 살기 너무 힘들어서 미국으로 이주하였다 한다. 레비스트로스는 골드러시의 바람으로 서부로 가서 천막 천 도매사업을 하였지만 많은 천막천의 재고로 고민하고 있었다. 어느날 광부들이 고된 노등으로 바지가 너무 자주 닳아버린다고 불평하는 것을 듣고 질긴 천막천으로 바지를 만들어서 팔기 시작했고 골드러시에서 금을 캤던 그 누구보다 부자가 되었다고 한다. 관람 과정에서 강사는 레비스트로스가 유대인이라는 점을 밝히지 않았다. 아이들이 맥락 속에서 자연스럽게 당대 독일의 유대인들이 대단히 살기 어려웠다는 점이나 그들의 생존방법에 대해서 스스로 느끼게 하는 것 같았다.
마무리는 지하층에 마련된 교실에서 준비된 재료로 만들기를 했다. 참 신기한 것은 한국아이들은 무엇을 만들어요라고 질문하는 아이들이 많았던 기억인데 독일의 아이들은 만들기를 시키면 마치 준비하고 있었다는 듯이 바로 작업에 빠져든다. 그동안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샘솟기라고 했다는 듯이…
만들기를 하고 있는 동안 강사는 친절하게 다른 수업의 결과물들을 보여주었다. 그 중 하나가 ‘미친 집’ 작품들이었다. 아이들은 실재로 가능하지 않는 여러 가지 재미있는 집의 모델을 만들었다고 한다. 다음으로 보여준 교재는 유대인들의 주사위 놀이인 하누카 놀이와 여기에 필요한 주사위 ‘드라이들’을 종이에 인쇄해 놓아 잘라서 조립하기만 하면 바로 놀이할 수 있도록 놀이 방법이 상세히 적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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