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전 유럽인들의 축제 ‘박물관의 밤’ 현장을 찾아서

[프랑스] 전 유럽인들의 축제 ‘박물관의 밤’ 현장을 찾아서

프랑스 주도로 2005년 처음 시작된 ‘박물관의 밤’ 행사는 유럽인들의 문화 예술 대중화와 박물관의 새로운 관람객 유치를 위해 탄생했다. 유럽 동쪽 러시아부터 서쪽 끝 포르투갈까지, 유럽 42개국 천9백여 개 박물관이 동시에 새벽 1시까지 무료로 관람객들에게 개방되는 ‘박물관의 밤’은 해가 갈수록 더 해가는 인기에 2007년에는 프랑스에서만 130만 명의 관람객을 유치하였다.
박물관들은 이날 무료 개방과 함께 불빛 축제, 콘서트, 연극, 문학회, 영화, 박물관 소장 작품 소개 등 박물관 내 각종 문화 행사를 준비하여 관람객들에게 선보인다.
가족, 어린이, 친구, 연인들, 젊은이들, 청소년들, 혹은 단순히 한가로이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그리고 평소 박물관을 자주 찾는 사람들 할 것 없이 이 날은 전유럽인들에게 있어 이 박물관들에서 저 박물관으로 옮겨다니며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둘러볼 수 있는 유일한 날이다.
수많은 박물관 중에 어디를 가봐야 할지 무척 고민한 끝에 이날 특별히 우체국 박물관에서 프랑스근대 시대 우체부 아저씨가 등장해 프랑스 우체국의 역사를 들려 주신다 길래 우선 그곳을 찾아가 보았다. 과거엔 어떻게 서신을 전달 했는지, 우표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하나 하나 자세히 설명해 주시는 우체부 아저씨에게 아이들의 눈이 떠나지 않는다.
또한 우체국 박물관에서는 ‘박물관의 밤’을 맞이하여, 두 명의 예술가가 동판 위에 우표 디자인을 직접 조각하여 인쇄해내는 과정을 보여주는 자리도 마련하였다. 한 명이 동판 위에 우표 디자인을 정교한 손놀림으로 조각해 내면, 다른 한 명은 그 동판에 오목하게 파낸 부분에 잉크를 채워 넣은 후 기계를 이용해 종이에 찍어냈다. 깜깜한 방에서 펼쳐진 두 예술가의 우표 제작 모습은 무척이나 진지해 보였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프랑스의 문호 빅토르 위고(1802-1885)가 살았던 집을 박물관으로 개조한 ‘빅토르 위고의 집’이었다. 빅토르 위고의 대표적인 작품 <레 미제라블>의 대부분을 집필했던 곳으로 유명한 이곳에 필자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박물관 입구가 관람객들의 발길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유난히 어린이 관람객들이 많았던 이날 빅토르 위고의 집에서는 8세 이상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동화와 아틀리에’가 준비되어 있었다. ‘동화와 아틀리에’는 어린이들이 빅토르 위고의 동화를 듣고 거기서 상상한 것을 그림으로 옮기는 시간이다. 귀 기울여 동화를 듣고 열심히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무척이나 진지해 보인다. 빅토르 위고의 집 관계자는 이날 총 4회에 걸쳐 진행된 ‘동화와 아틀리에’에 참여한 어린이들은 총 150명 정도라고 매우 흐뭇해 하며 말했다.

빅토르 위고의 집 2층은 ‘빅토르 위고 시(詩) 음악 콘서트’로 떠들썩 했다. 위고의 시를 노래하는 음악 그룹 콘서트. 빅토르 위고 조각상과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는 방 안에 음악회 분위기는 미술 작품들처럼 엄숙하면서도 한밤의 파티처럼 열광적이었다.
필자가 ‘빅토르 위고의 집’이 ‘박물관의 밤’을 위해 준비한 행사 중 가장 인상 깊게 본 문화 행사는 다름 아닌 ‘수화로 듣는 시(詩)’ 였다. 위고의 시를 비롯하여 여러 현대 시를 위고의 집 한 모퉁이에 작은 방안에서 수화로 들여주는 수화 배우이자 시인 Levent Beskardes 아저씨. 그의 손짓과 표정을 열심히 바라보는 아이들과 어른들. 빅토르 위고가 이 장면을 하늘에서 바라보며 매우 흐뭇해 하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밤은 서서히 깊어 어느덧 11시가 되었다. 다음으로 필자가 찾아간 곳은 나폴레옹 1세가 안치되어 있는 앵발리드. 늦은 시각에 관람객들이 뭐 많겠나 생각했던 필자는 앵발리드 앞 광장에 오가는 사람들과 앵발리드에 들어서는 인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앵발리드 돔에서 펼쳐지는 ‘불빛 축제’를 보러 온 관람객들은 오는 비를 맞으면서도 길게 줄을 서서 차례로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앵발리드 돔 안. 불빛으로 빛나는 그림과 조각상들 그리고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나폴레옹의 무덤. 이 모든 것에 프랑스 역사를 설명해 주는 성우의 목소리가 울려퍼지면 앵발리드의 웅장함, 거대함, 위대함은 모든 것을 압도했다.

아내와 함께 ‘박물관의 밤’ 축제를 즐기기 위해 느지막이 밤나들이를 나선 막심 씨. 앵발리드에 불빛 축제를 보면서 어린아이처럼 마냥 신기해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는 “이런 행사가 일년 중에 자주 있었으면 좋겠어요. 도시와 박물관과 예술을 한꺼번에 발견하는 아주 좋은 기회니까요” 라며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 이날 앵발리드 군사박물관을 방문한 이들은 약 만6천 명이라고 한다.

가족적이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무료로 진행되는 ‘박물관의 밤’ 축제. 해가 더 해 갈수록 더욱더 기상천외하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문화 프로그램들을 선보이는 유럽의 박물관들. 최근에는 유럽인들에게 유럽의 다른 도시, 다른 국가를 방문하는 계기, 외국인들에게는 유럽을 찾는 계기까지 주고 있다고 한다. 프랑스에서만 약 1006개의 박물관에서 1939개의 문화 행사를 펼친 올해 ‘박물관의 밤’ 축제는 약 150만 명의 프랑스인들에겐 여러 박물관을 관람할 수 기회를 주었고, 박물관들에겐 더욱 새롭고 신선한 모습으로 일반인들을 향해 한층 가까이 다가서게 하는 기회를 주었다.

::: 박물관의 밤 공식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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