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학교와 사회가 하나되어 예술교육 공동체를 움직인다

 

광역 밴쿠버는 10여 개의 도시와 지역으로 세분화되어 있으며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밴쿠버는 이 많은 도시들 가운데 하나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밴쿠버’라 함은 넓은 의미로서 광역 밴쿠버를 지칭하는 말로 봐야 한다. 광역 밴쿠버는 각 시와 지역마다 교육청이 있는데 여기선 교육청 대신에 ‘교육구(School District)’란 구분을 통해 각 도시와 지역의 교육청을 구분한다.
광역 밴쿠버의 버나비 시는 광역 밴쿠버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로 인구 유입이 매우 많은 곳이다. 밴쿠버 다운타운이 인접한 도시의 위치상 특성 때문에 많은 이민자들이 초기 정착지로 흔히 선택하는 곳이기도 하다. 캐나다가 다문화주의를 표방하는 만큼 버나비 시도 수많은 인종들이 서로 뒤섞여 모자이크처럼 조화롭게 살아가는 모습이 퍽 이채롭다.
오늘 방문한 곳은 버나비 시 교육청, 즉 교육구 41이다. 이곳에서 시각.공연 예술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리사 파슨슨 씨를 교육청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의 공식적인 직함은 ‘비주얼 퍼포밍 아트 프로그램 컨설턴트(Visual & Performing Arts Program Consultant)’다. 그의 주요 업무는 학교 예술담당 교사들의 재교육과 더불어 지역 사회의 단체, 이벤트 등과 연계한 학생과 교사간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의 기획 및 추진을 하는 것다. 또한 여기에는 예술담당 교사들 간의 연례 회의와 프레젠테이션, 뉴스레터, 교사 파견 등이 포함되어 있다.

 

주목할 것은 교사들의 재교육과 학생들의 예술교육이 지역사회와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파슨슨 씨는 “일선 예술담당 교사들의 재교육은 지역의 대학들과 긴밀한 협조 하에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학생들의 예술교육에 있어서 지역의 미술관(버나비 아트 갤러리)과 함께 공동 이벤트를 추진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사회와의 협조 하에 이루어지는 예술교육 이벤트는 앞서 언급한 버나비 아트 갤러리에서 열리는 초등학생 미술 전시회인 ‘예술은 살아있다(Arts Alive)’를 들 수 있다. 연례 대회를 통해 뽑힌 학생들은 학교가 아닌 일반 미술관에서 자신의 그림이 전시되는 영광을 누린다. 올해의 주제는 ‘나의 이야기(My Story)’로 작년보다 더 많은 학교들이 참여해 열띤 경쟁을 벌였다.
그밖에 2007년의 중요한 프로그램 중 하나는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 관련 재단인 레거시스(Legacies) 2010 재단의 지원 하에 여름방학 동안 버나비 시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여는 10개의 미술 캠프(Fine Art Camp)다. 이 캠프는 무료 프로그램으로 제공된다. 이 프로그램은 앞으로 매년 여름방학 동안에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또한 지역 예술가(artist in residence)들도 학교 예술교육에 적극 참여한다. 즉 학교에서 학생들 교육에 도움이 필요할 때면 지역 사회에 살고 있는 예술가들이 수업이나 행사에 동참한다. 예를 들면, 초등학교에서 학교 담에 벽화를 그릴 때(Mural) 근처에 사는 예술가가 와서 학생들과 같이 작업을 하는 것 등이 그 예이다.
 

버나비 시의 2007년 예술교육 전략에는 대학에서의 교사들 재교육이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재교육은 단기 과정의 수료가 아닌 교사의 자질을 계속 키워나가기 위한 학위 취득 교육이다. 버나비 시의 예술 담당 교사들은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립대학(UBC: 주의 최고 명문대학)에서 시각 예술과 드라마 예술 석사 학위 과정을 온라인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담당 과목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교사들에 한해 지원되는 이 석사 과정에는 현재 22명의 교사들이 등록해 공부하고 있다. 또한 교육청과 협력해 UBC에서는 ‘마음으로부터의 교육(Teaching From the Heart)’라는 학생 지도 프로그램을 예술 담당 교사들과 함께 진행해 나가고 있다.
버나비 시내에 있는 유명 사립대학인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Simon Fraser University)과도 협력해 버나비 시의 예술 담당 교사들을 위한 디플로마(diploma)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 프로그램은 오는 2008년 1월부터 실시될 예정이다.
교사를 위한 다양한 문화예술분야 워크숍은 정규 교사뿐만 아니라 예술과목 임시교사를 위해서도 마련되어 최신 예술교육 정보를 나누며 서로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할 기회도 만들어주고 있다. 또한 ‘퀵 플레이스(Quick Place)’라는 웹사이트를 통해 예술담당 교사들 간의 정보를 교환하고 온라인상의 대화를 언제든 나눌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 놓고 있다.
특히 신입 교사들을 위해 교육청에서는 따로 예산을 편성해 멘토링(mentoring)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신입 교사들의 빠른 적응과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경륜 있는 교사를 멘토링으로 선정, 정기적으로 멘토링 교사의 수업을 참관하게 하고 조언과 지도를 전담하게 하고 있다.
캐나다 학교는 매월 하루씩 교사들을 위한 직업 재교육의 날인 ‘프로 디 데이(Pro-D Day)’를 가지는데, 모든 교사들이 자신의 교육 내용을 점검하고 앞으로의 교육방향에 대해서 토론하는 이 날은 예술교육 교사들에게도 다른 학교의 교사들과 교류를 가지며 각 분야 전문가들과 심도있는 의견을 교환하는 좋은 날이 되어 주고 있다.
 

버나비 시는 올해에도 다양한 문화행사들을 준비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교사와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한다. 특히 비주얼 퍼포밍 아트에 있어 지역사회 이벤트와의 연계 교육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벤트는 교사들에게도 의미있는 순간이다. 교사들은 학생들과 더불어 다른 교사들과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소중한 경험을 쌓는다. 교사들은 지역의 이벤트를 함께 준비하면서 행사 레퍼토리에 대한 아이디어와 지도와 실행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을 서로 나누며 추후 이를 교육의 귀중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학교와 지역사회, 교사, 학생 그리고 전문가 집단이 함께 밑그림을 그려나가는 광역 밴쿠버의 문화예술교육은 겉치레보다는 실속과 내실이 돋보이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