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연재리포트] 어린이 가족 복합 문화공간 페츠와 여름방학 프로그램

 

‘Das Fez – Berlin은 유럽 내에서 가장 큰 어린이, 청소년, 가족 복합문화공간이다.’페츠의 홈페이지는 페츠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현지에서 독일인들과 베를린 시민들의 반응을 보면 유럽 제일이라는 사실에 비해 지명도가 매우 낮아 의아스러웠다. 물론 독일인들이 호들갑스럽지 않은 데도 원인이 있었겠지만 인터뷰를 통해 페츠의 설립과정과 역사를 알아가면서 차츰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교육의 이상이 정치적인 이유로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분단과 통일, 이념의 갈등을 넘어서 오늘에 이른 페츠의 교육활동은 구성원들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매우 액티브하고 신선한 기획들로 채워져 있었고, 오랜 전통과 구조적인 안정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 듯 했다.
 
 
FEZ라는 이름은 1990년부터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현재 연간 백만 명 이상의 방문객들이 찾고 있고 어린이와 청소년뿐 아니라 장애인들과 가족, 노인들을 위한 공간으로서 200m x 120m, 13,000㎥ 크기의 교육시설에는 한번에 3~400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다고 한다.
페츠의 공방과 아틀리에들, 오르빗알과 같은 부서는 정기, 상시 프로그램들 외에 항상 새로운 기획을 준비하며 목표에 따라 프로젝트팀을 구성하여 기획을 한다. 또한 환경을 주제로 하는 국제적인 네트워크의 장기프로젝트와 국제적인 행사로 전 세계의 청소년들을 초청하는 대규모의 행사들도 끊임없이 기획되고 개최된다. 가족들을 위한 50여 회의 주말 프로그램과 수시로 이루어지는 어린이 생일파티 기획이 있고, 서로 다른 매력적인 축제들이 열린다. 초등학생들의 체험학습과 함께 중 고등학생들을 위한 전문적인 지식을 매개하는 프로그램들도 다양하게 제공되고 있어 내용면에서도 유럽 제일임을 자랑할 만하다.
 
각 부서들은 외부의 전문가 그룹들과 유연하게 연대하거나 후원을 통해 페츠의 교육을 다변화하고 있었다. 페츠 자체 내의 여러 팀들도 활발한 교육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음악학교가 같은 건물을 사용하고 있고 기술학교와 같은 외부의 기관도 입주해 있어서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무엇보다 페츠의 큰 장점은 예술, 무대, 미디어, 환경, 국제적인 그리고 다문화적인 청소년교육 등 다양한 분야가 하나의 공간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이라 할 수 있다.
유럽 제일이라는 자부심은 페츠가 위치한 100ha이상의 공원 공간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이 공원은 베를린 남동부의 뷸하이데라고 하는 지역에 위치하며 고속전철과 트람이라는 작은 전차로 연결된다. 주변에 삼성과 같은 거대한 공장도 볼 수 있지만 많은 공장들이 비어 폐허가 되어가고 있어 구 동독 시절 한 때 이곳이 인구가 밀집한 번화한 공장지대였음을 기억하게 한다. 한적한 대로에서 차를 내리면 숲으로 가려진 넓은 공원을 가로질러 15분 정도 걸어야만 페츠의 본관에 도착할 수 있다. 이 길에는 여러 종류의 놀이터들이 조성되어 있어서 매일 아침마다 많은 어린이들이 이 놀이터에서 놀면서 페츠로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공원 안에는 페츠의 에코 섬 정원, 온실 외에 원래 페츠 소속이었던 공원 순환기차와 방갈로, 야외 수영장, 운동장과 작은 여관, 스포츠 홀, 스케이트보드장, 계류비행장, 청소년 스포츠 센터, 야외 공연장과 여러 환경단체들도 곳곳에 자리 잡고 있으며, 페츠 본관 안에도 여러 종류의 교육장과 세미나실, 회의실, 실내수영장, 체육관, 공연장, 콘서트홀, 예술실험실, 극장과 같은 시설들이 있어 방문객들을 맞고 있다.
 
 
홈페이지에서 FEZ는 참여를 통한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고, 전인적 인성을 키우고, 사회적인 경쟁력과 전문적인 지식을 매개하고,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며 또한 자기결정력과 개인과 공동체에서의 책임감을 가지도록 하는 것을 교육의 목표로 밝히고 있다. 또한 태도에 있어서 열린 사고와 창의성, 다양성, 관용, 경쟁력, 신뢰와 유머를 중시하며 서로에 대한 존경과 파트너십을 강조한다.
연수를 가기 전 준비를 위해 홈페이지와 자료를 통해서 찾았던 정보들이 상당부분 연수기간 동안 변화되었다. 페츠의 운영기관으로 되어있던 Fipp.e.v의 경우 이미 오래 전 관계하지 않고 있었고, 지난 몇 달간 홈페이지의 컨셉이나 목표들도 바뀌었다. 최초 설립 당시 모든 부분들을 매우 이상적으로 조성하여 초기 참여자들의 표현에 의하면 ‘꿈의 공간’과도 같았던 페츠는 통독과 정치적인 변화 속에서 커다란 변화를 겪고 전체 규모가 축소되었으며 현재에도 여전히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변화의 징후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대형 문화공간들이 시간이 가면서 문화의 생산 장소가 아니라 유지, 보수하는 곳으로 전락하는 사례들을 볼 때 이러한 변화들이 보다 발전적이고 살아 숨 쉬는 동시대적인 움직임을 반영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남아주기를 기대해 본다.
* 아래 글은 인터뷰 내용을 편집한 것으로,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은 (*)안에 기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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