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독일 ‘소녀의 날’ 현장 탐험기

 
4월 24일. 이 날은 ‘소녀들에게 미래를 더 가까이’라는 모토로 시작돼, 벌써 8년째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에는 전국적으로 13만 여 명의 소녀들이 8600여 개의 행사와 350여 개의 직업 분야에 참석했다. 그런데, 독일에는 이미 프락티쿰이라는 제도가 존재해, 본인이 원하는 곳에 가서 직접 실습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열려있다. 적게는 1주일에서 1년, 2년까지도 실습을 할 수 있는데 왜 이 날은 유독 소녀들이 그렇게 즐거워하는 걸까?
그 이유는 바로 주로 전형적인 여성의 직업이 아닌 곳을 이 날 체험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프락티쿰 실습을 나갈 때 많은 소녀들, 젊은 여성들은 아직도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안정적으로 선택된 전형적인 여성의 직업을 택할 경우가 많다.
이는 물론 소년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이지만 전체적으로 아직도 남성들이 할 수 있는 직업에 비해 여성들의 선택의 폭은 적은 것이 이곳 독일의 그 현실이다. 법적, 제도적으로 일정 비율의 여성 고용이 철저히 지켜지고 있지만, 여성들이 어떤 특정 직업분야로의 진출을 꺼려한다면, 결국은 그 여성평등 고용의 비율을 지키기 위해 여성들만 주로 일하는 분야가 더 많이 생겨날 것이다. 또 다른 성 편중의 우려가 생겨나는 것이다.
이 ‘미래의 소녀들을 위한 날’은 이러한 편중을 줄이려고 하는 데에도 그 목적이 있다. 그러기에, 이 날은 일회적 행사를 지향하기보다는 소녀들이 단 하루만이라도 손꼽아 기다리면서 심사 숙고한 후에 자기가 진짜 해보고 싶은,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체험해보고 후에 직업을 택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데 그 현실적인 목적이 있는 것이다. 참가가 가능한 연령은 8세에서 16세 정도까지니까 매년 이 행사에만 꼬박 참가해도 여러 번은 자기가 해보고 싶은 일을 직접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게 된다.
 
 
행사 자체는 하루이지만, 각 기관에서 내놓은 참가 가능 숫자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본인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항상 미리 참석 예약을 해야 한다. 이러다 보니 아이들은 우왕좌왕하는 와중에도 자신이 지금 현재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또 자신이 미래에 잘 할 수 있는 것, 하고싶은 것은 무엇인 지 더 심사숙고 한다. 단지 하루만의 행사가 아닌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각 기관에서 준비한 체험들은 견학과는 수준이 다른 차원이다. 어른들이 다 준비해 놓고 이건 이렇게 하는 거다 일방적으로 가르쳐주는 것이라기보다는, 본인 스스로가 판단을 내릴 수 있게끔 보다 현실적인 정보, 심지어 그 직업의 곤란한 점, 문제점 등등까지 알 수 있도록 되고, 무엇보다 그 직업,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일하는 현실적인 장소에서 소녀들이 직접 무엇을 해보는 것이 아이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최근, 발표된 독일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미래의 소녀들을 위한 날’이 만들어진 이후 금속과 전자공학 분야의 젊은 여성들의 진출이 10% 가까이 증가했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교육연구부 역시 매회 모든 아이들에게 체험이 끝난 후 설문 조사를 하는데, 90%의 소녀들이 미래의 소녀들을 위한 날을 ‘매우 좋다’로 평가했으며, 테크닉, 자연과학, IT, 공예 계열 체험에 참가한 소녀들의 45%는 앞으로 그 분야에서의 대학 공부나 실습을 계속할 생각이 있다고 답변했다. ‘미래의 소녀들을 위한 날’ 체험이 소녀들에게 직접적으로 자신의 인생에 하고 싶은 분야가 어떤지를 알게 해주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지표이다.

 
 
‘미래의 소녀들을 위한 날’은 독일의 교육연구부의 주관으로 이뤄진다. 그리고, 교육연구부의 총괄적인 틀잡기에 덧붙여 시멘스와 같은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 방송국, 연구소, 대학이 자발적으로 이 행사를 준비하게 된다.
이번 해에는 독일 수상 앙겔라 메르켈도 수상 관저의 문을 열고 정치와 행정에 관심이 있는 소녀들에게 미래의 정치가가 되는 것이 과연 어떤 것인 지를 알려주는 행사를 열기도 했다. 이 행사가 각 기관들의 자발적으로 소녀들에게 문을 여는 것이 가능한 것은 교육연구부가 여성의 직업 편중 후에 유발될 예상 가능한 문제점들이 단지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니고 여성들이 속한 이 사회 모두의 책임이라는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인데, ‘미래의 소녀들을 위한 날’ 주관 부서는 바로 이렇게 모두가 소녀들의 미래에 책임이 있다는 모토를 항시 내걸고 각 기관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주로 테크닉, 공학, 비행사, 소방원 등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기관들이 이 사회적 책임에 동참하고 있다.
 
 
 
 
그렇다면 소년들을 위한 날은 없는 것일까? 답은 있다!
소녀의 날의 획기적 성공에 힘입어 처음에는 우리도 소년들만을 위한 날을 만들자!라고 해서 생겨난 것이 바로 ‘소년의 날’인데 이 곳의 체험 내용은 매우 재미있다.
그런데, 소녀의 날처럼 남성들의 진출하지 않은 분야는 요리에서부터 의류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거의 찾아보기가 힘든 실정이다. 그래서, 이 소년의 날은 아예, 소년들이 가정이나 사회에서의 여성들의 역할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해주는 쪽으로 행사들의 폭을 좁혀나갔으며, 학교에서 벌어지는 남학생들의 폭력문제 등등을 속시원히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세미나 또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러니까, 이쪽에서는 남성집단이 가진 문제점이 있으면 이를 터놓고 이야기하는 한편, 여성성에서 배워야 할 점들을 찾아보는 형식의 단체로 그 방향을 좁혀가고 있는 것이다. 남자 아이들이 어머니나 여성의 가정에서의 역할이 어느 정도인지, 이를테면 요리를 본인이 스스로 해서 하나쯤은 자기만의 요리를 할 수 있게 하는 체험 등이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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