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미소니언 국립 우주항공박물관의 파일럿 체험 프로그램 참관기

약 4년 전, 워싱턴 DC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져있는 버지니아주 덜러스 국제공항 근처에 새로운 스미소니언 우주항공박물관(Smithsonian National Air and Space Museum Steven F. Udvar-Hazy Center)이 세워져 큰 주목을 받았다. 이 박물관에 들어서면 일단 엄청난 크기로 전시된 비행기와 우주선에 관람자들은 압도당하게 된다. 또한 다른 스미소니언 박물관처럼 소정의 주차료를 지불하면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무료 입장과 더불어 스미소니언 박물관이 특히 학부모들에게 매력을 느끼게 하는 것은, 무료로 제공되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때문이다. 훌륭한 수준의 흥미로운 교육 프로그램이 다채로운 형식을 통해 연일 이어진다. 스미소니언 우주항공박물관의 교육 프로그램 시간표를 살펴 보다 필자가 특히 흥미를 갖게 된 프로그램은 ‘하늘에 닿아요: 파일럿 체험 가족행사 (Reach for the Sky: Become a Pilot Family Day and Live Aviation Display)’였다. 많은 스미소니언 박물관 교육 프로그램이 예약제인 것에 비해, 이 프로그램은 예약이 필요 없는 하루 동안 열리는 이벤트 형식의 가족행사 프로그램이었다.

박물관 개관 시간인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만 진행되는 교육행사였다. ‘우주항공’이라는 항상 동경이 가득하지만 너무 광대한 주제를 어떻게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풀어냈을까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직접 미취학 연령의 자녀와 함께 참관해 보았다.

 
거대한 박물관의 규모만큼 기대를 뛰어넘는 다양한 내용과 종류의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었다. 먼저 센터 뒤쪽의 잔디에서는 다양한 비행기와 기구 등의 대규모 전시가 한창이었다. 조종사들이 직접 나와 설명을 곁들여 방문객의 이해를 도왔다. 또한, 미국 공군 조종사들의 강연이 하루에 두 번 실시되었고, 90분 동안 펼쳐지는 하이라이트 전시 투어도 제공되었다. 이 박물관의 큐레이터들이 직접 방문객들에게 전시를 설명해 주는 ‘전문가에게 물어요(Ask The Experts!)’ 세션도 준비되었으며, 우주 항공에 관한 서적과 동화책 저자들의 사인회도 함께 열렸다. <미국 공군 (U.S. Air Force)>의 저자 딕 데이소(Dik Daso), <크리스토퍼의 작은 비행기 (Christopher’s Little Airplane)>의 저자 마크 제임스(Mark James) 등의 유명작가가 다수 참여했다.

그러나 이 가족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체험활동을 이끄는 디스커버리 스테이션, 실기활동, 스토리 타임 세 가지로 나누어지는 어린이 프로그램으로 보였다. 총 16가지의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었다. 재미있게도 이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면 ‘오늘은 나도 조종사(Pilot for a Day)’ 자격증을 어린이들에게 수여한다. 자격증을 받기 위해 참여해야 하는 프로그램의 수도 연령대마다 다르다. 2~6세 어린이는 네 가지 이상, 7~10세 어린이는 여섯 가지 이상, 11~16세 어린이 및 청소년은 9가지 이상, 그리고 17세 이상은 모든 활동에 참여하면 자격증을 지급 받을 수 있다. 이 과정과 방법은, 박물관에 들어서면 모든 어린이, 청소년 방문객은 행사 프로그램 목록, 박물관 지도와 함께 자격증 체크리스트를 받는다. 이 목록에는 자격증을 따기 위해 참여해야 하는 프로그램 목록과 장소가 자세하게 적혀 있고 어린이들은 각 체험활동을 마치면 각 활동에 체크표시를 하도록 지도 받는다. 모든 활동과 박물관 체험이 끝나고 나갈 때 이 체크리스트를 교육팀 직원에게 건네면 자격증과 조그만 선물을 받게 된다.

 
교육 프로그램은 박물관 전체에서 실시되었다. 전시장 내의 부스에서 열리기도 했고 전시장 뒤쪽에 자리 잡은 교실에서 열리기도 했다. 전시장 내에서 실시된 디스커버리 세션 및 체험활동은 다양한 주제에 초점을 맞추었다. 아이들은 직접 소형 비행기 조종석에 앉아보기도 하고 가상비행 시뮬레이션이 가능한 가상체험 조종석에서 직접 비행기를 조정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한 부스는 비행기의 운행 원리를 모형을 통해 자세히 설명해 주고 이후 아이들은 비행기의 이착륙 과정을 몸으로 직접 움직여 보았다. 공군 조종사와 나사 (NASA) 의 우주비행사의 옷을 직접 입어보고 비행기와 우주선에 관련된 책을 읽어주는 스토리 타임 세션 그리고 같은 주제에 대한 그림에 색칠을 하는 프로그램도 아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아주 어린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유아 프로그램부터 어른이 들어도 유익한 설명 프로그램까지 참여자 눈높이를 다양하게 고려한 프로그램 구성이 특히 눈에 띄었다. 또한 실제 비행기부터 비행기, 우주선 모형, 미술도구, 서적, 커스튬, 그리고 컴퓨터까지 다양한 소재와 재료를 활용하여 교육적 효율성을 높인 점도 돋보였다. 웃고 떠들며 즐겁게 프로그램에 임하는 아이들로 박물관 전체는 활기를 띄었다.

일정수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어린이 조종사 자격증을 지급하는 교육 프로그램 아이디어는 다양한 측면에서 평가될 수 있겠지만, 일단은 아이들이 조금 더 진지한 자세를 책임감을 가지고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였다. 그리고 일정 프로그램에 열심히 임한 후 수여받는 자격증을 손에 쥐었을 때 많은 아이들이 큰 성취감을 느낀다는 점도 긍정적인 면 중 하나이다. 이러한 가족행사 및 교육 프로그램 외에도 스미소니언 우주항공박물관은 다양한 종류와 형식의 학교 프로그램과 교사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어, 교육 활동이 박물관의 주요 사명 중 하나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거대한 규모의 이 박물관에 대해 한국의 교육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흔히 들었던 이야기가 “언제 우리도 선진국이 되어 이런 박물관을 가질 수 있을까”였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우리가 선진국이 되더라도 꼭 이런 형식의 우주항공 박물관 설립에 힘을 쓸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우리 한국의 문화, 사회, 예술이 지닌 특성은 미국의 그것들과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동안 세계 우주항공 분야의 일인자로 달려온 미국에게 있어 스미소니언 우주항공박물관은 이 국가가 가장 잘 설립할 수 있는 박물관의 종류 중 하나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우리가 지닌 장점을 극대로 보여줄 수 있는 박물관 설립과 프로그램 개발에 힘쓰면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선진국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아르떼 미국통신원으로 활동해 오면서 (벌써 다섯번째 해다!) 필자가 가장 고민했던 부분도 이와 연결될 수 있을 것 같다. 해외소식 섹션을 통해 미국의 문화예술 활동을 소개하는 것을 이들의 활동을 쫓거나 모방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보다는, 지구촌 이곳 저곳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활동과 형식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고 이해하면서 우리가 지닌 문화예술의 고유성과 장점을 좀 더 찾아내고 가장 우리에게 맞는 교육 형식과 내용을 개발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시각으로 스미소니언 우주항공박물관의 파일럿 체험 프로그램을 바라보면 좀 더 재미있고 유익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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