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력과 열정을 키우는 보스턴 아츠 아카데미(Boston Arts Academy)

지금 당장의 능력보다는 미래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본다 아이들에게 폭 넓은 사고와 삶의 기회를 열어주는 보스턴 아츠 아카데미의 교육을 살펴본다.

영재의 정의는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지능이 높고 잠재력이나 성취도가 뛰어난 상위 1% 이내의 학생을 말한다. 영재교육은 현재의 능력보다 그 가능성과 잠재성을 오랜 시간 세밀히 지켜보고 판단해 가능성이 보이는 곳에 집중교육을 제공하는 것으로, 이런 가능성을 갖고 있는 아이의 선발이 주요 관건이다.
환경적인 요인으로 영재의 가능성이 사라지지 않게 하는 것, 그것이 이 사업의 핵심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0월22일부터 29일 까지 영재의 가능성을 찾는 방법을 알아보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다. 12군데의 관련 시설을 돌아봤고 그 중에서 특히 우리가 생각하는 영재선발에 시사점을 던져 준 보스톤 아츠 아카데미를 소개한다.

끼와 열정을 시험하는 특별한 입학시험

보스턴 아츠 아카데미는 보스턴 지역에 있는 일반적인 공립학교 중 하나이지만, 예술을 학문에 도입한 실험적인 학교이다. 이 학교의 모든 학생들은 시각 예술, 연극, 무용, 기악, 성악 등 5가지 예술 분야 중 하나를 선택하여 전공하도록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에 입학하는 모든 아이들은 시험을 치르고 들어와야 한다. 그렇지만 이 학교의 입학시험은 아주 특별나다. 보스턴 아츠 아카데미의 오디션은 철저히 아이들의 잠재력과 열정만을 기준으로 삼는다. 그 아이가 어떤 기술을 가졌는지,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오디션과 포트폴리오를 통해 자신을 표현할 시간을 준 후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해보라고 주문한다. 심사위원들이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의 끼와 열정을 평가하는 것이다. 이렇게 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은 수준 여하에 상관없이 처음부터 다시 배우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졸업하는 학생들은 감탄할 만한 수준에 올라있다.

이 학교의 학생들은 하루 수업 시간 중 3시간을 예술에 할애한다. 예술에 대한 학업 내용과 커리큘럼은 선생님들이 직접 만들고 개선하는데, 매주 회의를 통해 커리큘럼을 보완한다. 학생들에게 좀 더 놓은 수준의 수업을 제공하기 위해 학교는 보스턴 지역에서 유명한 시각 예술, 공연 예술, 건축 분야의 6개 기관과 협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버클리 음대(Berklee College of Music)를 포함하여, 보스턴 건축 센터(the Boston Architectural Center), 보스턴 예술학교(The Boston Conservatory), 에머슨 대학(Emerson College), 매스 칼리지(Massachusetts College of Art), 파인 아츠 박물관 학교(the School of the Museum of Fine Arts)가 참여해 강사를 파견하기도 하고 시설과 장비를 공유하기도 하며 장학금을 지원하기도 한다. 또한, 학교에서는 공립학교 학생들의 재정 사정을 고려해 추가적인 비용 없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가의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고 예술교육에만 치중하진 않는다. 인문학, 수학, 과학, 제2외국어까지 학생들은 사고와 생활의 바탕이 되는 과목을 공부한다. 읽기와 작문은 수업시간이 따로 없어도 모든 과목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학생들이 일반적인 직업을 택할 때 필수적인 요소이고 예술가가 된다고 하더라도 자신을 정확하게 표현할 줄 알아야한다고 믿는 학교의 방침 때문이다. 따라서 예술 고등학교라 하더라도 일반 과목에 대한 낙제가 존재한다. D이하의 점수를 받으면 그 과목을 다시 들어야 하고 반대로 그 과목을 정말 잘 하는 학생이라면 학년을 뛰어넘어 연계된 대학에서 수강할 수 있다.

학생들의 고민상담을 위한 멘토제도

예술과 학문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으며 미래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하는 청소년기의 학생들을 위해 학교에서는 멘토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모든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멘토가 된다. 매년 한 선생님 당 8명에서 10명 정도의 학생이 할당되는데, 학생들은 선생님과 주기적인 면담을 갖는다. 때로는 선배들이 찾아와 면담활동에 참여하기도 한다. 이런 제도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고민을 해결하고 미래에 대한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수업을 청강하고, 미술반 학생들의 열정적인 작품 설명도 들으며 우리는 보스턴 아츠 아카데미를 온 몸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우리에게 학교를 소개했던 학생 티제이는 눈을 반짝이며 “나는 이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빡빡한 일정과 무리한 교과과정 속에서 예술을 찾아가는 우리나라의 많은 학생들은 진정 자신의 잠재력을 펼치고 있는지, 열정이 없는 예술이 자신과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것인지, 언젠가 우리나라의 학생들도 척박한 입시환경에서 벗어나 행복한 문화예술교육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지, 많은 생각들이 교차한 가운데 보스턴 아츠 아카데미의 방문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