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 교육청의 예술교육과정 지도서 ‘블루프린트’

글_ 송보림(본지 미국 통신원)

뉴욕은 경제, 사회, 정치 등 여러 분야에서 주목 받는 도시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브로드웨이의 뮤지컬과 갤러리가 가득한 소호거리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역시 뉴욕이 문화와 예술의 도시임을 알려준다. 최근 이 문화와 예술의 도시에서 예술교육자들에게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뉴욕시 교육청(the New York City Department of Education)이 지난해 개발, 발표한 ‘블루프린트 (Blueprint)’ 이다. 블루프린트는 “모든 학교에서의 예술의 부흥(Arts Restoration throughout the Schools)”이라는 모토 아래 뉴욕시가 펼치고 있는 문화예술교육 진흥정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일종의 예술교육과정 지도서이다. 뉴욕주(New York State)에서 제정한 학습표준(Learning Standards for the Arts)이 교육자들이 따라야 하는 큰 틀이라면, 블루프린트는 이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를 세세하게 제시한 길잡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학교에 예술의 부흥”이라는 모토로 펼쳐지는 뉴욕시 교육청의 프로젝트 <아트ARTS> 표지


축소되는 예술교육의 제자리 찾기
블루프린트는 뉴욕시에 소재한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각급 학교는 물론, 예술기관이나 단체에서 선생님들이 예술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또한 학생들이 어떤 것을 배워야 하는지를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미술, 음악, 연극, 무용 4분야에서 기획되었고, 현재는 미술과 음악 분야의 지도서가 완성되어 뉴욕시 교육청의 관련 사이트(http://schools.nyc.gov/default.htm)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좀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미술과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미술제작’, ‘미술을 통한 리터러시 개발’, ‘다양한 학습 분야 연결’, ‘지역사회와 문화자료’, ‘커리어 개발과 평생교육’ 등 다섯 섹션으로 나누어지고, 각 섹션은 다시 2학년, 5학년, 8학년, 12학년 이렇게 4단계로 설명되어 있다. ‘미술제작’에서는 회화, 드로잉, 판화, 꼴라쥬, 조각, 디자인, 미디어 테크놀로지 등 7가지로 미술형식을 나누고, 각 연령대에 이 분야들을 어떻게 가르치고 어떻게 배울 수 있을지를 그림과 함께 친절히 설명을 해 두었다. 또한 교사들이 참고하면 좋을 자료들의 목록도 곁들여 두었다. 특히 현대사회의 흐름에 맞게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포함한 것이 돋보이며, 뉴욕의 특성을 살려 지역사회의 예술작품을 어떻게 교육과정 안에서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제안을 해 둔 것이 인상적이다.
이 지침안은 최근 실용과목들에 밀려 점점 그 위치가 축소되고 있는 예술교육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학생들의 창의성을 키우며 상상력을 자극하고자 하는 목표로 마련되었으며, 예술교육이 기본적으로 학교교육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믿음이 그 바탕에 깔려 있다. 따라서 뉴욕시 교육청은 블루프린트를 각 학교와 예술기관에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워크숍을 실시하고 있으며, 실제로 교육 현장에 활발히 반영되고 있다.

여럿이 함께 만들다
지난 해 10월 열린 뉴욕시 예술교육학회(New York City Arts in Education Roundtable)에서는 뉴욕의 학교 관계자뿐만 아니라 미술관 및 공연예술센터 등 문화예술기관의 교육자들이 참석해, 자신의 소속기관에서 블루프린트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역설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시 차원에서 개발한 예술교육과정 지도서가 이토록 각 기관에 속속들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은 어디에 있을까? 그 답은 블루프린드가 뉴욕시 교육청의 지원 하에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공을 들여 만든 것이라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지도서의 개발과정에는 뉴욕의 예술 및 교육계 곳곳의 다양한 전문가들이 기획 단계에서부터 참여했다. 교육청 담당자들과 학교 교사들은 물론, 뉴욕에 있는 대학교의 예술교육 담당 교수들, 예술교육센터와 여러 예술기관의 교육자들까지 실로 이 지도안이 손을 거친 전문가들의 다양함은 놀라울 정도이다.
블루프린트를 시작단계부터 알고, 또한 자신들의 견해를 적극적으로 투영했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교육자들이 지도안을 익숙하고 친숙하게 느낀다는 점은 블루프린트가 각 교육기관의 실제 수업과 지도에 있어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단순히 배포하고 받아들이는 형식적인 교육정책이 아니라, 각 기관의 담당자들 모두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블루프린트의 내용을 익히고 학생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이 교육과정 지도서의 가장 큰 장점이다. 또한 현장의 교육자들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기획된 교육사업이기 때문에 차후 지도서를 수정, 보완할 때도 그들의 반응과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지니고 있다.

예술 교수학습을 위한 ‘블루프린트 표지


예술가 교사들의 활발한 활동
블루프린트의 또다른 특징은 예술가 교사들(teaching artists)을 교육에 최대한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뉴욕시에는 많은 수의 예술가들이 교사의 역할을 겸하고 있어, 각 예술기관과 학교에서 수업을 진행한다. 블루프린트는 이러한 예술가 교사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했다. 조언을 구하고 최종적인 지도서 감수도 부탁했다. 이 교사들은 예술계의 현장에서 직접 뛰고 있다는 점에서 교육이론에만 기대지 않는 생생한 예술교육을 할 수 있고, 학생들은 이들과의 교감을 통해 현대 예술계에 어떤 활동들이 펼쳐지고 있는지 직접 느끼고 자극받을 수 있다. 교과서 안의 그림이나 음악을 넘어서서 실제로 예술 활동을 하고 있는 선생님들이 경험담을 들려주기도 하고, 또한 그러한 예술 활동에 학생들이 참여함으로써 좀 더 적극적인 학습활동이 유도한다. 특히 예술가 교사들을 통해 예술계와 교육계가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뉴욕시에서 펼쳐지고 있는 수준 높은 공연과 예술작품이 각 학교의 학생들과 그 학부모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유치원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점차적이고 일관되게
블루프린트의 보다 자세한 내용과 그 의미를 알아보기 위해, 개발을 담당한 뉴욕시 교육청의 예술교육수석매니저 쉐런 던 (Sharon Dunn)과의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녀와의 일문일답이다.

아르떼: 블루프린트의 목적과 교육목표는 무엇입니까? 또한 이전의 예술교육 진흥정책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쉐런 던: 블루프린트는 1996년도에 제정된 뉴욕시의 예술교육 표준(the New York State Learning Standard for the Arts)을 따르고 있습니다. 블루프린트는 뉴욕시의 각 학교의 교장, 교감 선생님들에게 예술교육 분야에서 어떤 내용과 형식의 수업이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알리고, 그들로 하여금 예술교육을 좀 더 지원하고 보다 효과적으로 지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전의 커리큘럼 지도안과의 가장 큰 차별성은 블루프린트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단계별로 학생들이 배워야 할 기법과 지식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블루프린트의 미술과 ‘실기’ 5학년 지도안


아르떼: 현재 뉴욕시의 학교들은 예술 과목에 대한 지원 부족과 실용과목의 지나친 비중 등으로 예술교육에 어려운 점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블루프린트는 뉴욕, 혹은 미국 교육계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요?

쉐런 던: 뉴욕시의 학교들은 단계별로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는 예술교육을 함에 있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예술 과목의 학습이 총괄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맥이 끊기게 되는 것이죠. 이에 따라 뉴욕시 교육청은 각 지역의 학교를 중심으로 교육현장의 현실을 파악하여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연방이나 주 지원금은 예술과목에 비중을 많이 두고 있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다행히 뉴욕시의 경우 실질적인 지원금은 예전보다 줄어들지는 않았습니다만, 예술 과목의 축소는 큰 문제입니다. 블루프린트를 홍보하면서 만나게 되는 교장선생님들께서도 국어나 수학의 비중이 많이 커졌다고 말씀들 하십니다.

아르떼: 블루프린트의 장점과 단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쉐런 던: 단점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블루프린트가 각 예술 과목의 학습에 확실한 길을 보여주기 때문이죠. 실제로 현재 교육현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블루프린트는 선생님들이 창의적이고 고유한 방법으로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또한 각 단계가 잘 교육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고안되어 있습니다. 다만, 각 학교의 선생님들의 훈련에 있어 어려움을 겪은 바 있습니다. 블루프린트의 홍보 워크숍에 참석하지 않거나 부분적으로만 참여하는 선생님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르떼: 블루프린트를 살펴보면 이 지도서를 통해 학교의 선생님과 행정가, 예술기관 교육자, 또한 학부모들의 예술교육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뉴욕시 교육청의 의도가 보입니다. 지도서 내용의 발표 후 그들의 반응은 어떠했습니까?

쉐런 던: 대부분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반응들이었습니다. 이는 블루프린트가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어떤 식으로 예술교육을 받아야 하는가에 대한 그들의 이해를 돕기 때문입니다.

블루프린트의 미술과 ‘지역사회와 문화적 자원’ 8학년 지도안

뉴욕시의 예술작품을 교육과정에 투영하라
아르떼: 블루프린트를 개발하실 때, 이 도시의 특성을 어떻게 살리고자 노력하셨습니까?
쉐런 던: 블루프린트의 ‘도움주신 분들’ 목록을 보시면, 이 지도서의 개발에 다양한 예술 영역의 전문가들이 참여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지역사회와 문화자료(Community and Cultural Resources)’ 라는 섹션을 두어, 뉴욕의 수준 높은 예술작품들을 어떻게 예술교육에 투영할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아르떼: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끊임없이 변하는 도시인 뉴욕에서 예술교육을 위한 뉴욕시 교육청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쉐런 던: 뉴욕시의 학생들은 취학전 연령부터 고등학교단계까지 연결되어 점차적으로 이루어지는 총괄적인 예술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특히 뉴욕시에는 뛰어난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많은 기회가 있어, 학생들과 학교 관계자, 학부모들이 좋은 예술의 본보기를 많이 보고 느낄 수 있습니다. 최고의 예술작품들과 세계적인 수준의 예술가들을 통한 예술 향유의 기회들은 예술 교과의 지도와 학습에 있어 좋은 지침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뉴욕시의 장점을 블루프린트를 통해 최대한 살리고자 노력했습니다.

블루프린트의 음악과 ‘악기 합주’ 지도안

개발담당자는 ‘블루프린트의 단점은 없다’라고 자신감 있게 말하지만, 사실 완벽한 교육정책이란 어디에도 존재하기 어렵다. 그러나 블루프린트의 발간은 뉴욕시 교육청에서 열의를 가지고 기획, 진행한 교육과정 지도서로 예술교육계에 큰 힘을 실어주고 교육계 전체에 예술교육의 중요성을 환기시킨 프로젝트임은 확실하다. 또한 최근 현장의 많은 예술교육자들이 이 분야의 부족한 지원금에 대해 불평을 하고 있지만, 쉐런 던의 설명에 의하면 시 차원에서의 지원은 계속 되어 이러한 예술교육진흥정책의 기획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블루 프린트는 모든 지역의 학교들에 속속들이 그 영향을 미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교육현장의 담당자들이 쉽게 이 지도서를 받아들이고 교육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예술분야에서 미국 전체의 흐름을 주도하고 주목받고 있는 뉴욕시의 예술교육정책이라는 점에서 다른 지역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크다. 블루프린트의 서문을 보면, 학생들에게 일정한 교육의 틀을 강요하지 않고 그들의 생활과 환경을 먼저 생각하고 이에 알맞은 방법으로 예술교육을 하고자 하는 뉴욕시 교육부의 취지가 설명되어 있다. 학생들의 삶을 먼저 이해하고자 하는 교육자의 자세는 빠르게 변하고 복잡다단한 현대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 ?

송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