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소식] 하버드 교육 대학원의 교육자 전문성 발달 프로그램- ‘프로젝트 제로 교실 2006’


방학을 이용해 하버드 교육 대학원의 여러 연구 그룹들은 교사 및 교육자들을 위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 발달 프로그램들을 개설했다. <프로젝트 제로(Project Zero)>의 주최로 7월 12일에서 18일 한 주간에 걸쳐 열린 “프로젝트 제로 교실 2006(Project Zero Classroom 2006)” 또한 그러한 프로그램들 중 한 가지로, 유치원에서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교육기관의 교사 및 교육자 300여명이 전 세계 40여 개 국가로부터 참가하였다. 이 다양한 참가자들은 학생들을 위해 자신이 어떠한 교육자가 되어야 하며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배움의 매력에 빠져들도록 격려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하여 고민하면서, <프로젝트 제로>가 연구하고 발표해 온 아이디어들을 공부하고 그것의 실천방법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프로그램의 참가자들은 매일 아침 하워드 가드너(Howard Gardner), 데이빗 퍼킨스(David Perkins), 스티브 사이델(Steve Seidel) 등 <프로젝트 제로>의 수석 연구자들로부터 함께 강의를 들었으며, 각자의 관심에 따라 20-30여명 규모의 미니 코스들을 매일 한 가지씩 선택하여 탐구하였다. 강의들을 통해 참가자들은 교육 현장과 연관된 여러 이론들을 접하는 한편 20명 내외로 구성된 스터디 그룹에 배정되어, 배우고 느낀 것들을 나누며 실천 방안도 함께 고민하였다.

‘무엇을’ 보다는 ‘어떻게’를 가르친다

<프로젝트 제로>의 수석 연구자중의 하나인 데이빗 퍼킨스는 강연을 통해 ‘우리가 아무리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 해도 알고 있는 것 보다 알지 못하는 것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강조하였다. 어떤 것에 대한 지식을 ‘가지기 위한’ 교육을 넘어서서, 스스로 사고할 수 있고 아는 것을 가지고 유연하게 행동할 수 있기 위한 교육으로의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또 다른 연구자인 하워드 가드너는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학제 간 교육(Interdisciplinary Education; 다양한 학문들을 통합적으로 가르치는 교육)도 물론 중요하지만, 제대로 된 학제(Discipline)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했다. 여기서의 학제 교육이란 언어, 사회, 과학, 예술 등의 영역을 의미하는 것으로, 각 과목에 해당하는 단편적인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학자, 사회학자, 과학자, 예술가처럼 사고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을 말한다.


“프로젝트 제로 교실 2006 (The Project Zero Classroom 2006)”

“예술이란 돈과 시간이 있을 때만 누리는 것이고, 그래서 삶에 크게 중요한 건 아니란 시각이 여전히 미국에는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마치 사치품처럼요. 하지만 예술은 사람들의 ‘권리’이지 사치품이 아니라고 저는 믿어요. 사람들이 전문성을 떠나 창의적으로 표현할 수 있고 ‘예술가처럼’ 사고할 수 있게 된다면 세상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화가이자 미술교사이며 캘리포니아주 공립학교를 위한 미술교육과정 집필자이기도 한 프로그램 참가자 리사 오스타핀스키(Lisa Ostapinski)의 이야기다.

그녀는 미술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란 단지 기술의 향상을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마음 속으로 상상을 하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자신이 가진 한계를 넘어보도록 격려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말한다. “미술 작품 창작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는 바로 ‘예술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단지 사물을 사실적으로 그리거나 칠하는 걸 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적으로 그리기를 잘 못한다면 넌 예술가가 아니다’ 하는 식으로 말이에요. 이건 절대 사실도 아닐뿐더러, 예술적인 경험이 이 세계에서 힘을 가지게 되는 것을 차단하는, 부정적이고 제한된 사고일 뿐입니다.”


리사 오스타핀스키 (LisaOstapinski)

리사의 말대로 예술가처럼 사고하도록 이끄는 과정은 단순히 물감을 어떻게 섞고 사물을 어떻게 똑같이 그려내느냐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보이는 것을 재해석하고, 다른 예술가들과 함께 교류하며, 실수와 실험을 통해 새로운 대안을 얻고, 예술가로서의 사회에 대한 책임감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하워드 가드너를 비롯한 강사들은 “예술가처럼 사고하는 것은 과학자 혹은 사회학자처럼 세계를 바라보는 것과 동등한, 세계를 보는 다양한 시각들 중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러므로 만일 우리가 예술가처럼 사고하는 교육을 하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다양한 시각 중 하나를 잃게 되는 것이다.

다양한 방법으로 배우고 표현하기 –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지능 이론

아이들이 무언가를 배울 때 적용되어 온 전통적인 방법은 말과 글을 활용하는 언어적 방법이다. 그러나 하워드 가드너는 “다중지능 이론”을 통해 인간이 다양한 영역의 지능ㅡ언어, 논리수학, 음악, 신체운동, 공간, 대인관계, 자아, 자연탐구, 실증적 지능ㅡ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러한 제한된 언어적 방법의 교수 학습 방식에 의문을 제기한다. 개인별로 각자 뛰어난 지능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교육 과정에서는 강한 지능영역을 활용하는 동시에 약한 지능영역을 키우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볼 때 교육에 있어서의 예술은 부가적인 것이 아니라 빠져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프로젝트 제로 교실 2006” 참가자들

다중지능 이론과 같은 방식의 접근은 ‘학습’ 단계에서뿐 아니라 학습에 대한 ‘평가’ 단계에서도 매우 유용할 수 있다. 아이들로 하여금 자신이 배운 것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도록 이끄는 문제에서도, 인지 영역의 차별적인 강점과 약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매년 약 만 여명의 학생을 가르치는 중국 최대규모 영어교육기관의 공동창립자인 중국인 참가자 쑤 씨아오핑(Xu Xiaoping)은 이러한 접근과는 대비되는 중국의 교육적 현실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중국의 대입 시험은 오직 학교 성적에만 집중되어 있는데, 이것은 다중지능 이론의 핵심에 분명히 반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각각 다른 영역에서 뛰어난 지능을 가진 학생들이, 아이큐나 학교 성적 같은 한 가지 요소에 의해서만 평가되니까요. 이러한 방법은 엄청난 수의 학생들이 자기 특유의 ‘지능’을 발달시키게 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어요.” 쑤 시아오핑이 지적한 중국의 교육현실은 한국의 경우과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쑤 시아오핑 (XuXiaoping)

학습의 지속을 고민하는 과정으로서의 평가

어떻게 교육하는가의 문제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그 교육의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수업이 끝난 후 무엇을 배웠는지 한 가지 방법으로 평가를 하고 (혹은 시험을 보고) 다음 단원으로 넘어가는 식의 평가에 <프로젝트 제로>는 강한 의문을 던지며, 계속적인 학습을 격려하는 지속적 평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프로젝트 제로>의 “학습을 가시화 하기 프로젝트(Making Learning Visible Project)” 연구원이자 이번 프로그램의 미니코스 강의자였던  메기 도노반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동료교사인 쉐릴과 저는 모든 작업을 녹음기, 비디오, 사진, 그리고 아이들 작품에 대한 필기 등을 통해 기록해요. 이런 기록들은 학생들과도 공유되는데, 그렇게 하면 아이들이 자신들의 발전과정과 결과물을 직접 볼 수 있기 때문이에요. 작품을 보고 토론을 한 뒤에는 종종 아이들의 요구로 작업을 다시 하기도 하죠. 아이들은 자신들의 작업이 향상되기를 원하니까요. 예를 들어, 시민권 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연극으로 하고 그 연극을 비디오로 녹화 한 뒤, 함께 그 비디오를 다시 보는 거예요. 그러면서 그 안에서 무엇을 발견할 수 있고 어떻게 그것들이 바뀔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요. 그러고 나서 만일 학생들이 다시 해보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그것이 아이들의 권리라고 느끼고 그 연극을 다시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요. 우리는 또 아이들에게 녹음기와 카메라를 주고 아이들이 스스로 기록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 기록은 학교 안에서 또는 부모님들과 함께 좀 더 공개적으로 공유되기도 하죠. 아이들 역시 기록된 내용들이 공개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어요. 스스로 기록을 하면 자신이 원하지 않는 부분은 기록 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렇다고 스스로 기록하지 않는 것을 택하는 아이들은 거의 없습니다.”


매기 도노반 (MaggieDonovan)

이 경우, 평가는 더 이상 학습 과정 자체와 분리 된 과정이 아니며, 평가 주체는 더 이상 교사 자신으로 한정되지 않을 뿐 아니라, 평가주체와 평가 대상자의 구분의 경계 또한 허물어진다. 아이들은 스스로의 작업을 평가하고 의견을 나누는 당당한 평가의 주체이며, 그러한 평가 내용은 자신의 학습을 향상시키기 위한 동기를 제공하는 것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방식의 평가는 더욱 훌륭한 모델로 여겨진다. 스스로의 평가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모습은 ‘반영과 계속 평가’에 관련된 다른 한 수업에서도 충분히 관찰되었다. 몇 년 전 <프로젝트 제로>의 같은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계속적인 평가로서의 반영의 방법’을 동료교사와 함께 실천해오고 있는 교사이자 교사교육가 짐 린셀(Jim Linsell)은, 아이들이 스스로 배운 것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갖는 것과 답이 아닌 계속적인 질문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에 덧붙여 또래끼리 수업에 대해 인터뷰를 한다거나, 개인의 느낌과 궁금증을 포스트잇에 적어 붙여 각자의 사고와 호기심을 집합적으로 공유하고, 그림 등 예술매체로 표현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을 소개했다.


예술활동을 포함한 아이들의 작품 및 활동의 기록

이러한 반영 활동은 아이들에게 자신의 사고를 가시화 하도록 하는 이점이 있다. 예를 들어 인류의 기원에 대한 질문을 공유하고 교실에 붙여 두고 나서, 그것에 대한 몇 주간의 수업을 진행한 후에, 다시 한 번 새로이 생긴 질문을 써서 공유하고 붙인 뒤, 처음에 가졌던 질문이 수업을 통해 어떻게 변화, 발전되었는지를 다시 평가해 보는 것이다. 즉, 당일 활동의 평가뿐 아니라 학습이 진행되는 몇 주간 자신의 사고가 어떻게 변화하였고 발전하였는지를 아이들 스스로 볼 수 있게 한다는 것인데, 이러한 방식은 다양한 층의 자기 평가의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 적이었다.

하워드 가드너는 미국 교육계의 교육개혁을 위한 계속적인 실험과 도전에 대해 “교육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있어왔지만,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저지른 가장 큰 실수가 있다면, 그것은 아이들이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기록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것에 대한 시도도 좋지만, 아이들이 그러한 교육을 통해 무엇을 정말 배우고 있는지를 주의 깊게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결국 그러한 시도는 제대로 된 결과를 가져오기 힘들 것이라는 이야기일 것이다.

끝으로 남은 실천의 문제, 협력을 통한 성장

<프로젝트 제로 교실 2006>은 그 동안 연구된 여러 가지 이론에 대한 학습의 장이기 이전에  다양한 국가의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엄청난 교류의 장이기도 했다. 그 곳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 많은 사람들은 배운 것을 함께 고민하고 나누는 과정을 통해 자신들의 학습을 더욱 깊이 있는 것으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배우고 느낀 것들을 함께 실천 할 든든한 동료들 혹은 지역과 나이와 국경을 초월한 든든한 지지자들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교사들의 전문성 발달 프로그램을 가르치기 위해 미술실에서의 사고의 습관과 이해를 위한 교수 이론을 어떻게 다른 교사들에게 소개해야 좋을지에 대한 정보가 필요했다는 리사는 발표자들이 참가자들에게 개념들을 소개하는 법으로부터 많은 것을 얻었다고 했고, 그 과정에서 매일 밤의 토론과 의견 공유가 더 없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했다.  

또, 교육과정 코디네이터이자 교사 컨설턴트이면서 현직 교사이기도 한 린 파브로브는 다음 학기의 수업에 대해 도움을 주실 분을 만나게 된 점이 무엇보다도 기뻤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학교에는 다른 나라들과 다른 문화들을 예술을 통해 공부해 보는 1년짜리 세계 학습 단위가 있어요. 이번 해에 우리 1학년 학생들은 이집트에 대해서 공부할 예정인데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이집트에서 온 한 신사분을 만났죠. 그는 자신의 학교 1학년 학생들과 저를 만나게 도와주고 그래서 우리 학생들이 우리의 문화를 이메일로 공유할 수 있게 도와주기로 했어요. 이렇게 여기에서 만난 모든 친구들이 분명 제가 가르치는 일에 분명 매우 많은 도움과 좋은 영향을 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린 파브로브 (LynnPavlov)

린은 협동과 협력의 중요성에 대해서, 그리고 ‘네트워크’ 가지는 에너지에 대한 자신의 기대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저희 학교에서는 모두 9명이 이번 프로젝트 제로 여름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는데요, 이렇게 여러 명이 함께 참여한 것의 좋은 점 중 하나는, 우리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또 미래의 협동적인 프로젝트를 계획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는 점인 것 같아요. 사실 다른 캠퍼스에서 일을 하고 있는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눌 시간을 찾는 것이 쉽지 않거든요. 여기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 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서로 더 잘 알게 되고 또 우리가 서로를 어떻게 도와야 할지를 볼 수 있게 된 좋은 기회였던 것 같아요.”,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만난 새로운 사람들 중 한명이 푸에르토리코의 미술관에서 일하고 있는데요, 저는 그 사람이 그곳에서 하고 있는 일에 대해 계속 연락을 주고받을 생각이에요. 그래서 <프로젝트 제로>의 개념들에 대해, 우리가 여기서 배운 것을 각자 적용해 보면서 기록들을 한번 비교해 볼 계획이죠.”

여럿이 함께 꾸는 교육 현장에 대한 꿈

일주일간의 바쁜 일정을 마무리 하며, 프로젝트 제로의 디렉터인 스티브 사이델이 참가자들에게 마지막으로 당부한 것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배우고 나누며 꿈꾸었던 그 이상적인  미래에 대한 그림을 마음속으로 계속 상상할 것’ 이었다. 다가오기를 바라는 그 미래에 대한 상이 마음 한 켠에 언제나 굳건히 자리하고 있으면서, 항상 구체적으로 상상되는 것은 실천을 위한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라는 그의 조언이었다.


20명 내외로 구성된 스터디그룹의 모습

스티븐 사이델의 마지막 당부를 들으면서, 좀 더 희망적이고 활기 넘치는 교육의 현장을 다시 꿈꾸어 본다. 자유롭게 사고하고, 실험하고, 토론하면서, 다음 단계의 학습을 위해 현 단계의 학습을 다시금 돌이켜보고, 그 모든 과정을 누구와도 나눌 수 있는 이상적인 환경. 교육에 대한 고민을 안고 전 세계에서 모여들어 함께 배우고 함께 고민을 나눈 사람들의 마음 속 그림처럼, 예술이 배움의 핵심적이고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교육 현장의 미래를 꿈꾸어본다.  

 

참고 사이트

프로젝트 제로 (Project Zero)www.pz.harvard.edu
Project Zero Class 2006